어제, 꽤나 바쁜 상황이 있었더랬다. 나는 저녁 근무였고, 그 염병할 AH 77I 가 낮 근무였다. 출근해보니 최고의 쌤통인 상황이더라. 정규직은 저 염병할 AH 77I 뿐이고, 계약직만 있는 상황. 이게 내가 쉬는 날이었다면 쌤통이다, 잘 됐다 하며 좋아할텐데 하필 저녁 근무라... 저 빌어먹을 AH 77I 가 싸질러 놓은 똥을 내가 다 치워야 하는 상황인 거다.
평소에도 날마다 싸질러대는데, 어제는 설사 수준이었던지라 틀림없이 폭발할 거라 생각하고 출근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엉망진창으로 싸질러놨다. 저도 저질러놓은 게 있으니 잔뜩 쫄아서 애먼 사람 붙잡고 신세 한탄 + 변명을 한~ 참 하다가 퇴근하더라. 같잖았다.
알콜 티슈를 꺼내어 책상과 의자를 박박 닦은 후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시작도 안 했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 하나, 하나 똥 싸지른 거 찾아서 수습하고 나니 한 시간 반이 훌~ 쩍 지나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한숨 돌리고 브리핑 자료 수정에 들어가 대충 마무리했다.
일 터진 게 점심 시간이었는데, 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 한 명 뿐인데 식사하러 가셔야 되겠냐고 했더니, 아침도 안 먹고 왔다며 일 터진 상태에서 자리 비우고 밥 먹고 왔단다. 그래놓고 교대할 때 밥도 허겁지겁 먹느라 고생했다고 우는 소리 하더라. 저게 사람 AH 77I 인가 싶었다. 그 돈을 받으면서 저 따위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지난 11일에도 일을 엉망진창으로 해놔서, 뒷수습을 하면서 너무 화가 나서 중간 관리자에게 이러저러해서 짜증이 난다고 하소연을 했다. 중간 관리자가 마음이 약해서 대놓고 뭐라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불러서 한 마디 한 모양인지 살짝 꼬리를 내린 모양이더라.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또 잔뜩 싸질러 놓은 거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웹툰을 보다가 문득 '내가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를 괴롭히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 방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사람 같지 않은 AH 77I 를 사람 취급 안 하는 것 뿐이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바쁜 상황이 터졌는데 자리 비우고 밥 처먹으러 가는 것도 어이 없고, 잠깐 비우는 게 아니라 한~ 참을 자리 비워서 계약직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며 일하게 만든 것도 어이가 없다.
자기가 30년 동안 해온 일이 아니니까 모르는 게 당연한데, 그걸 당연하다에 그치는 게 짜증난다. 배울 생각을 하던가, 컨닝 페이퍼라도 만들어서 보고라도 하던가 해야 되잖아. 자기 모르는 거 나오면 그저 도망갈 궁리나 하고, 책임질 일 저질러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아니고, 화를 안 낼 수가 있겠냐고. 저러면서도 우리가 하는 일은 비하하고, 다른 데 가서 뒷담화나 까고 있고. 오죽하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계약직 직원들도 내 앞에서 하소연을 한다.
앞으로 더 뭣 같은 걸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내 20년 직장 생활을 통틀어 최악의 말종이다. 사람 AH 77I 아니다, 저건.
최근 충전기를 미친 듯 질러대고 있다. 쿠팡에서 Toocki라는 브랜드를 무료 배송으로 할인해가며 팔아대고 있는데 혹~ 해서 나도 모르게 결제하고 있는 거다. 작은 액정이 있어서 충전 전압을 확인할 수 있는 케이블이 있는데 국내 브랜드는 2만 원 가까이 줘야 할 수 있다. 그걸 2,000원에 팔기에 냅다 질렀더랬다. 그리고 나니 20W USB C 충전기를 또 2,000원에 팔더라고. 딱히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배송비가 없으니 또 질러버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충전 전압을 표시하는 5 포트 멀티 충전기를 22,000원에 팔더라. 이미 멀티 포트 충전기를 세 개나 가지고 있지만 또 질렀다. 그리고 오늘, 한 사람 앞에 하나만 살 수 있다는 저 멀티 포트 충전기가 또 22,000원으로 나왔다. 하루에 하나만 살 수 있다기에 냅다 또 질렀다. 지르면서도 내가 미쳤나보다 싶더라. 쌓아놓고 살 것도 아니고, 뭔 충전기를 이렇게...
보통은 1년 살고 나면 집 안 인테리어를 싹~ 다 바꾸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좁아서 바꾸고 자시고 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둔 채 2년을 살았다. 슬슬 옮기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 오른다. 이번에 근무지 옮기겠다고 또 신청할 생각인데, 되든 안 되든, 이사는 갈 생각이다. 여기에서 6개월 더 일하게 된다 해도 이사는 가려고 한다. 집주인이 참 좋긴 한데, 월세에 비해 집이 너무 좁아.
얼마 전까지는 낮 근무를 마치고 나면 퇴근해서 무조건 마셨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밥 먹고 나면 마시고 자시고 할 엄두가 안 난다. 그냥 누워버린다. 오늘도 마찬가지. 햇반 두 개 돌려서 치킨 양념에 비벼 먹고 나니 배가 빵빵해서 꼼짝도 하기 싫다. 컴퓨터 앞에 잠시 앉아 있다가 냅다 누워버렸고, 그대로 자버렸다.
적당히 자고 일어나니 수시로 깨게 되더라. 손전화를 보니 다섯 시에 토트넘 경기가 있기에 그거 보고 다시 자려고 그냥 일어나버렸다.
아, 그러고보니 누적 방문자 300만 명을 돌파했다. 블로그 시작한 지 10년도 더 됐으니 그럴 만 하지. 그래도 뭔가 뿌듯하다. 축구 블로그로 시작했는데 여행 블로그로 분류되어버렸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서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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