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맑음 (빌어먹을 ㄷㄱ 생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12. 23.
반응형

 

ㅇㅇ에 있을 때, 내 자리가 없어졌다. 1년에 한 번씩 본사에서 나와 필요 없는 자리로 인해 소모되는 인력이 있는지, 사람이 필요한데 자리가 없어서 어려운 일은 없는지 파악을 한다. 문제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밝힐 수 없다며 저들 맘대로 한다는 데 있지만.

아무튼, 자리가 없어지면 무조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난 ㅇㅇ에서의 생활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써야 하는 상황이니 별 수 있나. 1지망과 2지망은 ㅇㅇ 내에서 보직만 바꾸는 걸로 썼고 3지망을 ㄷㄱ로 썼다. 그리고... ㄷㄱ로 명령이 났다. ㅽ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1월에 휴가 써서 하루 만에 부랴부랴 집 알아봤던 일부터, 보건소에 가서 한~ 참을 기다려 코로나 검사 받았던 것까지. 그런데 시나브로 2년이 다 되어 간다.

 


 

ㄷㄱ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느냐? 라고 한다면, 최악이었고 최악이며, 남은 날도 최악일 거라 생각한다. 좋은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업무 자체는 편했다. 다만, 낮 근무와 저녁 근무를 번갈아가며 하니까 학원을 다닌다던가 동호회 활동을 한다던가 하는 게 불가능했다. 날마다 못 나가고 하루 건너 하루 나가야 하니까 말이지. 무엇보다 짜증스러웠던 건, 업무 성과를 평가 받을 때 굉장한 불이익이 있었다는 거다. 중간 관리자가 꼰대 짓을 하기에 맞섰는데, 거기에 앙심을 품고 근무 평가에 형편없는 점수를 줬다. 그걸 따졌더니 거짓말로 모면하려 들고, 목소리가 크다며 쉬쉬하고. 저 나이 먹고, 저 자리까지 올라서, 저 따위로 살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한심스러웠다. 여기저기 거치지 않고 가장 위쪽으로 보고해서 절차대로 처리할까 했지만, 망설이는 사이에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유야무야 되어 버렸다. 대신, 중간 관리자는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안 했다. 보통 출근하거나 퇴근하면 자리로 찾아가서 얼굴 도장 찍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안 했다. 무시하고 있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그렇잖아도 열 받는 와중에, 업무에 미숙한 사람이 새로 왔다. 나이는 환갑에 가깝고 정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다. 친분도 없는데 왜 결혼 안 했냐고 물을 때부터 쌔~ 하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기본이 되는 업무인데 한 번 듣고 기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메모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가 당구 얘기 하고 자빠졌다.

일을 제대로 안 배웠으니 실제 업무에 투입되고 나서도 엉망진창이었다. 뒷수습은 내가 다 해야 했고. 상당히 짜증이 났지만 원래 우리 일을 배운 사람도 아니고, 나이도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나아지겠거니 했다.

아니었다. 저렇게 엉망진창으로 일하는 와중에 전 소속 지부에 전화해서 여기 엄청 편하다는 개소리나 하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 걸 또 틀리고. 개뿔도 모르면서 단축 키 써대는 바람에 자동화 프로그램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걸 언급도 안 하고 그냥 가는 바람에 퇴근 전 결재 준비하다가 오류를 찾게 되어 부랴부랴 문제 찾아내서 수정하고. 진짜, 나니까 했지 다른 사람 같았음 손도 못댈 일이 한, 둘이 아니었다.

몇 번을 얘기해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이와 경력을 무기 삼아 내가 굽히기를 바라는 투로 말하기에 상종을 안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근무 때마다 마주쳐야 하니 아예 안 볼 수가 있나. 결국 목소리 높여 두 번 정도 다퉜다. 그리고 나서도 꼴통 같은 짓거리를 일삼는 건 여전했고, 나는 결국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타 먹기에 이르렀다.

 


 

중간 관리자도 짜증스럽고, 꼰대 같은 분위기도 싫지만, 무엇보다도 저 염병할 AH 77I 때문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도 홧병이라고 하더라. 마주치는 일을 최대한으로 줄여야겠다 싶어 병가를 활용했다.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병가가 60일이라는데, 우리는 ○ 인사법을 적용받아 30일이란다. 그래서 주말 포함하냐고 물어봤더니 연속해서 30일이 아니면 주말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세 번에 나눠서 열흘씩 썼다. 15일, 14일, 14일 쉬었는데 주말과 공휴일이 13일 포함되어 딱 30일 채웠다.

 

이제는 더 쉴 수도 없어서 12월은 남은 연가 3일로 버텨야 했는데, 며칠 전에 일이 터졌다. 사내 메신저를 로그 아웃하지 않고 갔는데, 그걸 일일이 열어서 확인을 한 거다. 그리고는 내 대화 상대에게 전화해서 역정을 냈단다. 왜 자기 험담하냐고.

어이가 없더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바로 로그 아웃 하면 될 것을, 전부 읽어 봤다고? 변호사한테 물어보니 화면에 대화 창이 떠 있더라도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더라. 그런데 저 AH 77I 는 그것도 아니다. 내 ID로 로그인 된 걸 확인하고 그대로 로그아웃이 가능한 상태인데 일부러 채팅 목록을 연 뒤 하나하나 다 눌러서 화면 위로 끌어올려 대화를 전부 읽어본 거다. 뭐 저 따위 AH 77I 가 다 있냐.

 

그래놓고 ○○실에 문의하니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조심하라고 인수인계 남겨놨더라. 더 같잖은 건, 평소 나한테 업무로는 찍소리도 못하는 AH 77I 가, ○○실 들먹이고 모욕죄 들먹이면 내가 쫄 줄 알았던 모양인지 내가 처리한 업무에 딴지를 걸어놨다.

 

하나, 하나 다 답을 달았다. 제대로 처리한 건데 왜 정정 보고서 발행했느냐? 당신이 그 때 상황을 아느냐? 당신 근무나 똑바로 해라. 당장 며칠 전에도 당신이 엉망진창으로 처리한 거 뒷수습하려다가 하도 많아서 포기했다. 어디서 지적질이냐?

 

모욕죄? 말 잘 했다. 당신이 여기 오자마자 전 소속 지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을 공산당, 독재자 운운하며 험담한 것, 나한테 왜 결혼 안 하냐고 성희롱 발언한 것, 다른 사람들 다 듣는 장소에서 여직원한테만 친절하다며 모욕한 것, 내가 날짜까지 다 기록하고 있다. ○○에서 조사 나오면 내가 전부 제보하겠다. 아울러, 당신이 내 개인 메신저의 채팅 내용 읽어본 것도 미리 검색해서 알아봤다.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다더라. 그래서 변호사 만나러 간다. 공식 석상에서 사과하면 이번 한 번은 눈 감아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고소 들어가겠다. 그런 줄 알아라.

 


 

그랬더니 다음 날 열한 시 무렵에 전화가 왔다. 자기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고소 운운하니 당황스럽단다. 내 메신저 봤냐니까 안 봤단다. 채팅 내용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안 봤냐니까 누군가에게 전해들었단다. 더 추궁할까 하다가 전화로 말해봐야 소용 없겠다 싶어 일단 다음 교대 때 얘기하자고 했다. 저녁에 만나자고 하는 걸 거부했다. 여차하면 멱살 잡고 후려쳐버릴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나서 변호사 만나고, 고소 사유가 충분하다는 답변과 함께 대법원 판례도 받아들고 왔다. 내일 저녁에 출근인데 교대하면서 보여주고 어떻게 하겠냐고 물을 생각이다. 인수인계 파일에 메신저 채팅 내용 읽어본 거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쓰라 해서 그렇게 하면 한 번 묻고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로 고소다. 어차피 29일에 병원 가서 진단서 발급 받아 내년 1월부터 또 보름 간 쉴 생각이었다. 시간 많다. 돈은 없지만 형사 처벌하고 소송 비용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도 청구할 거다. 가만히 두면 으르렁대지도 않는 걸 자꾸 들쑤시고 건드려서 물게 만든 댓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주마.

 


 

연말인데 좋은 일은 없고 저 따위 AH 77I 때문에 짜증만 난다. 어제는 홧김에 맥주 한 잔 하다가, 열 받을 때 마시는 술은 독이라는 생각에 적당히 먹고 말았다.

 

ㄷㄱ 와서 좋은 거라고는 눈 내리는 꼴 안 봐도 된다는 것 정도가 고작이다.

 

이번에 내 자리를 또 없앴던데, 이 쯤 되니 인사과에서 일부러 먹이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인사과에 무능한 ×××이 둘이나 되는데 둘 다 일을 × 같이 해서 내가 뭐라고 했거든.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본사에서 들어오라는 사인이 자꾸 들어오는데 그닥 들어가고 싶지 않다. 일단 ㅇㅇ을 지망할 건데 어차피 인사에서 저들 마음에로 명령낼 거라는 걸 아니까 큰 기대는 안 한다. 다만, 하루라도 빨리 이 염병할 곳에서 떠났음 하는 마음이다. ㅽ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