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읽는 건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인데 최근에는 인문학이나 상식 관련된 책도 좀 읽었다. 소설은 당연히 그냥 보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책은 줄을 그으면서 보는 편이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와닿는 구절이 있으면 다음에 쉽게 찾아보려고.
요즘은 예전처럼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서점에 가지는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이건 사야 한다 싶으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전자책으로 넘어갔다. 태블릿에 여러 권 넣어 다닐 수도 있고 줄 긋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보자마자 이 책은 사야 한다 싶었던 건 러비 아자이 존스가 쓴 『 물러서지 않는 프로불평러의 반항의 기술 』 되시겠다. 네일베에서 검색해봤더니 프로 불평러라는 단어가 있더만. wokescold라 쓰는데 미국식 발음은 웍스곳트로 들린다. 영국 발음이 그나마 워크스콜드로 들리더라. 음... 발음 구린 애들이 자기는 영국식 발음이라고 우기는 이유가... (#°Д°) 아무튼, '타인이 사회적으로 깨어 있지 못하거나 사회 정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 그으려 하니 책 한 권을 싹 다 칠해야겠더라. 구구절절 와닿았다. 냉큼 리디에 가서 질렀다.
그리고, 오늘. 못지 않게 와닿는 책을 발견했다. 일본의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오카다 다카시가 쓴 『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라는 책인데 벌써 7주년이란다. 지금까지 왜 몰랐을까 싶더라. 서문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죄~ 다 내 속을 들여다보고 쓴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나는 왜 저 AH 77I 가 싫을까?'로 바꿔 읽고 있지만.
처음 정신과 신세를 진 건 2018년이었다.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게 나름 잘해준다고 잘해줬는데 뒤통수를 맞았고, 그 상처가 너무 커서 굉장히 힘들었다. 결국 친구의 추천을 받아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이 내 말에 전부 공감해줘서, 나이 먹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낳아준 엄마도 너만 힘든 거 아니라면서 타박했는데 말이다.
저 때에는 한, 두 달만 참으면 일본으로 떠날 수 있으니까 참자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더랬다. 올해에는 그런 희망조차 없어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40년 넘게 살면서 최악의 개차반을 만나버렸으니...
정말 힘들었는데, 그런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은 책을 올해가 다 끝나는 지금에서야 만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다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보다 저 책이 훨~ 씬 도움이 된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바로 전자책을 질렀다. 밑 줄 그어가면서 또 보고, 또 보고 할 생각이다.
올해가 시작될 무렵 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운세를 본 적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80점 이상이었고, 대인 관계나 직장 관련 운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순 엉터리였다. 지금 직장에 거의 20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데, 올해가 최악이 아니었나 싶다. 사적인 친분으로 근무 능력을 평가하는,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는 이유로 근무 평정을 형편없이 준 관리자를 만났고, 기본적인 업무조차 못하면서 남 탓만 하는 미친 AH 77I 를 만났다. 관리자는 그만 두고 떠났지만 미친 AH 77I 는 현재 진행형이다. 내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우리 회사의 인사가 얼마나 일을 × 같이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기대를 안 한다. 최악의 경우 여기에 1년 더 묶여 있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는 쓰레기만도 못한 작자와 1년을 더 일해야 한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정말 힘들었던 2023년이었다. 만날 회사가 뭣 같다며 욕 하긴 하지만 그래도 연중 30일까지 병가도 쓸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도 쓸 수 있으니 마냥 나쁜 곳은 아닌 것 같다. 월급도 안 밀리고 잘 주니까. 문제는 사람인데,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큰소리 치는 꼴을 그냥 봐야 하는 게 너무 같잖다. 맘 같아서는 발로 확 내질러버렸음 좋겠는데 법치주의 국가에서 그랬다가는 회사 잘리고 국가가 제공하는 삼시 세끼 먹어야 하니...
내년 이맘 때에는 어디에서 어떤 기분으로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여기가 아니길 바란다. 지긋지긋하다.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01월 01일 월요일 흐림 (호다닥 떠나는 힐링 여행) (0) | 2024.01.01 |
---|---|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흐림 (…) (0) | 2023.12.31 |
2023년 12월 26일 화요일 맑음 (분노 포인트) (0) | 2023.12.26 |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맑음 (빌어먹을 ㄷㄱ 생활) (0) | 2023.12.23 |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맑음 (변호사 만나고 온 이야기) (0) | 2023.12.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