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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비옴 (최악의 한 해였다, ㅽ)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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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읽는 건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인데 최근에는 인문학이나 상식 관련된 책도 좀 읽었다. 소설은 당연히 그냥 보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책은 줄을 그으면서 보는 편이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와닿는 구절이 있으면 다음에 쉽게 찾아보려고.

 

요즘은 예전처럼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서점에 가지는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이건 사야 한다 싶으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전자책으로 넘어갔다. 태블릿에 여러 권 넣어 다닐 수도 있고 줄 긋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보자마자 이 책은 사야 한다 싶었던 건 러비 아자이 존스가 쓴 『 물러서지 않는 프로불평러의 반항의 기술 』 되시겠다. 네일베에서 검색해봤더니 프로 불평러라는 단어가 있더만. wokescold라 쓰는데 미국식 발음은 웍스곳트로 들린다. 영국 발음이 그나마 워크스콜드로 들리더라. 음... 발음 구린 애들이 자기는 영국식 발음이라고 우기는 이유가... (#°Д°)   아무튼, '타인이 사회적으로 깨어 있지 못하거나 사회 정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 그으려 하니 책 한 권을 싹 다 칠해야겠더라. 구구절절 와닿았다. 냉큼 리디에 가서 질렀다.

 

 

 

그리고, 오늘. 못지 않게 와닿는 책을 발견했다. 일본의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오카다 다카시가 쓴 『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라는 책인데 벌써 7주년이란다. 지금까지 왜 몰랐을까 싶더라. 서문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죄~ 다 내 속을 들여다보고 쓴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나는 왜 저 AH 77I 가 싫을까?'로 바꿔 읽고 있지만.

 


 

처음 정신과 신세를 진 건 2018년이었다.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게 나름 잘해준다고 잘해줬는데 뒤통수를 맞았고, 그 상처가 너무 커서 굉장히 힘들었다. 결국 친구의 추천을 받아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이 내 말에 전부 공감해줘서, 나이 먹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낳아준 엄마도 너만 힘든 거 아니라면서 타박했는데 말이다.

저 때에는 한, 두 달만 참으면 일본으로 떠날 수 있으니까 참자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더랬다. 올해에는 그런 희망조차 없어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40년 넘게 살면서 최악의 개차반을 만나버렸으니...

정말 힘들었는데, 그런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은 책을 올해가 다 끝나는 지금에서야 만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다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보다 저 책이 훨~ 씬 도움이 된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바로 전자책을 질렀다. 밑 줄 그어가면서 또 보고, 또 보고 할 생각이다.

 


 

올해가 시작될 무렵 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운세를 본 적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80점 이상이었고, 대인 관계나 직장 관련 운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순 엉터리였다. 지금 직장에 거의 20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데, 올해가 최악이 아니었나 싶다. 사적인 친분으로 근무 능력을 평가하는,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는 이유로 근무 평정을 형편없이 준 관리자를 만났고, 기본적인 업무조차 못하면서 남 탓만 하는 미친 AH 77I 를 만났다. 관리자는 그만 두고 떠났지만 미친 AH 77I 는 현재 진행형이다. 내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우리 회사의 인사가 얼마나 일을 × 같이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기대를 안 한다. 최악의 경우 여기에 1년 더 묶여 있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는 쓰레기만도 못한 작자와 1년을 더 일해야 한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정말 힘들었던 2023년이었다. 만날 회사가 뭣 같다며 욕 하긴 하지만 그래도 연중 30일까지 병가도 쓸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도 쓸 수 있으니 마냥 나쁜 곳은 아닌 것 같다. 월급도 안 밀리고 잘 주니까. 문제는 사람인데,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큰소리 치는 꼴을 그냥 봐야 하는 게 너무 같잖다. 맘 같아서는 발로 확 내질러버렸음 좋겠는데 법치주의 국가에서 그랬다가는 회사 잘리고 국가가 제공하는 삼시 세끼 먹어야 하니...

 

내년 이맘 때에는 어디에서 어떤 기분으로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여기가 아니길 바란다.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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