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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4, 몽골

2024, 몽골 자유 여행 ④ 살다살다 처음으로 비행기 놓친 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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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 20분에 알람을 맞췄지만 울리기 한~ 참 전에 눈이 떠졌다. 전 날 마신 맥주 때문인지 몸이 무겁긴 했지만 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 샤워를 하고 풀어놨던 짐을 다시 꾸려 숙소를 떠났다.

 

 

《 이른 아침의 운서 역 근처 풍경 》

 

지난 밤의 화려함과 완전히 다른, 차분하다 못해 사람들이 증발됐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길을 걸어 운서 역으로 향했다.

 

 

 

나는 J 중에서도 上 J에 해당하는 인간이다. 시간? 아니. 분 단위로 계획을 짜는 사람이다. 비행기의 도착 예상 시간이 이 때지만, 틀림없이 지연이 생길 거니까 실제 도착은 이 때일 것이다, 그러면 전철 타러 가는 데 몇 분, 혹시나 놓치면 다음 전철은 몇 시 몇 분, 이렇게 계획을 짠다. 그 덕분에 처음 가는 길에서도 그닥 헤매지 않고 나름 잘 다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날은 마가 꼈는지, 국제선은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한다는 상식적인 일을, 그냥 씹어버렸다. 실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딱히 내키지 않기는 했다. 회사 동료들이 좋겠다, 좋겠다, 할 때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배부른 소리를 했더랬다. 몽골에서 은하수와 별을 보고 싶어서 떠나는 건데, 후기를 읽다 보니 별 얘기는 거의 없더라고. 궁금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몽골의 매력이 점점 없어지는 거다.

 

그 때문이었는지, 출발 두 시간 전 공항 도착은 개나 줘버렸고... 자빠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잤으면서, 늦을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늦어버린 거다.

그런데도 긴박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여덟 시 10분? 탑승 시작이 일곱 시 반? 이러면서 공항으로 갔던 거다. 운서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그냥 나가서 택시를 탈까 싶었지만, 그래봐야 몇 분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 그만뒀더랬다.

 

공항에 도착해서 대한항공 카운터에 도착한 게 일곱 시 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끝에 직원 앞에 여권을 들이민 것이 일곱 시 50분이었다. 보자마자 못 탄다고 하시더라. 에?

 

 

그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셨고, 통화에 실패했다. 이후 두 차례 더 전화를 한 끝에 통화가 되었는데 탑승이 마무리 되었단다. 아... 아아... 아아아...

 


 

 

 

 

 

예약한 비행기에 탈 수 없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짐 중에 100㎖가 넘는 액체가 없으니,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큰 가방을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는 없었을까, 지금 와서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는 하지만 만약에라도 그게 가능했다면 대한항공의 직원 분께서 그렇게 안내를 해주셨을 게다.

 

아무튼. 이미 늦었다. 후회를 하고 자시고 해봐야 달라질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도 안 나고 오히려 차분해졌다. 뭐, 화를 내고 자시고 할 게 없다. 오롯이 내가 잘못한 건데.

 

다른 항공편은 없냐고 물어보면서 손전화로 부지런히 알아봤더니 오후에 편성된 대한항공이 있더라. 다음 날인 일요일이 거의 반에 가까운 가격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토요일에 도착하고 싶었기에 그걸로 바꾸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항공사 직원 분이 하는 얘기는 달랐다. 없단다. 대한항공은 아침에 떠나는 비행기가 전부란다.

유일한 대안은 대한항공에서 제휴(?) 항공으로 편성한 미아트 항공 편이었다. 14시 20분에 잡혀있는 몽골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걸로 부탁한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17만 원을 결제했다. 그리고, 원래 예약한 비행기가 떠나기 전에 취소를 하라고 하더라. 부랴부랴 대한항공 카운터로 가서 비행기를 놓쳤다, 미아트로 간다고 설명을 했다.

 


 

멘탈이 산산조각이 나서 부지런히 검색을 해봤는데, 의외로 비행기를 놓친 사람들의 후기는 별로 없더라. 그리하여 혹시라도 인천에서 비행기를 놓친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좀 끄적거려 보자면,

 

왕복 티켓을 예매했다 하더라도 가는 비행기를 놓치면 오는 비행기는 자동으로 취소가 된다. A 항공사의 왕복 티켓을 구입했는데 출국 편을 놓친 경우를 생각해보자. 놓쳤으니 별 수 있나... 하고 B 항공사의 비행기로 출국했고, 돌아올 때에는 당연히 A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올 생각을 하겠지. 하지만 이미 취소가 되었기 때문에 내 자리는 없다. 즉, 비행기를 놓쳤다면 왕복으로 예약을 했다 하더라도 돌아오는 편의 취소 여부를 반. 드. 시. 확인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미아트 항공이 대한항공과 연계된 편성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대한항공의 직원 분께서 돌아오는 편에 대해 확인을 해서 취소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올 때에는 기존 예약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다음. 면세품. 보통 해외 나갈 때 면세로 이것저것 사게 되는데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 당연히 면세로 산 것들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나처럼 그 날 출발하는 다른 비행기를 이용하게 된다면? 이 때에는 해당 면세점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은 항공편을 알려주면 그대로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이번의 나처럼 터미널이 다른 경우다.

대한항공은 인천 공항의 2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지만 미아트 항공은 1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다. 이 경우 면세품을 수령하는 장소 자체가 달라진다.

롯데 면세점의 경우에는 최소 다섯 시간이 확보되어야 터미널 간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여덟 시 10분 비행기를 놓치고 14시 20분 비행기로 떠나게 되었으니 다섯 시간 이상에 해당하지만, 문제는 고객 센터가 아홉 시 반부터 일을 한다는 데 있다. 통화를 하면서 물어봤더니 다섯 시간 미만이라 안 된다고 해서, 고객 센터의 대응이 아홉 시 반부터라서 그런 건데 참작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안 된단다.

 

결국 주문했던 제품을 고스란히 다시 주문했다. 다행히 대부분이 세 시간 전에만 주문하면 수령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래시가드가 품절이라 L 사이즈 대신 M 사이즈를 구입해야 했다.

 


 

달리 할 게 없다. 공항 철도를 이용해 2 터미널에서 1 터미널로 이동했다. 미아트 항공이 있는 J 카운터의 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왜 이렇게 된 건지, 후회를 하고 또 후회를 했다. 그렇잖아도 습자지처럼 얇디 얇은 멘탈인데, 완전히 박살이 났다.

① 그냥 여행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② 일본으로 틀어버릴까? 두 가지를 놓고 고민을 했다. 어떤 것이 최선일지조차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멘탈이 가루가 됐다.

 

 

공항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롯데 면세점에서는 연락이 없다. 애가 타서 아홉 시 반이 넘자마자 전화를 했다. 사정을 설명했는데 안 된단다. 상담원에게 짜증을 내고 자시고 할 이유가 없다. 오롯이 내 잘못이잖아.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주문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된단다. 2 터미널에 있던 내 지름의 결과물을 1 터미널로 옮기겠단다.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 됐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숙소에 연락하는 걸 깜빡했다. 숙소에 픽업 요청을 했더랬다. 당연히 내가 여덟 시 10분 비행기를 타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건데...

부랴부랴 숙소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숙소의 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국제 전화를 걸어 비행기를 놓쳤다고 얘기를 했다. 형~ 편없는 영어 실력인데, 몇 번 들락날락하면서 경험을 했던 탓인지 그닥 겁이 없다. 얼굴과 얼굴이 마주하는 환경에서는 바디 랭귀지가 먹히잖아? 하지만 전화는 그게 안 되잖아? 그런데 나는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거다. 어떻게든 되겠지. ㅋㅋㅋ

 

전화를 통해 비행기를 놓쳤다는 사실, 다음 비행기로 간다는 사실, 픽업 시간을 바꿔달라는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다. 문제는 상대의 영어가 너무나도 능숙해서 내가 제대로 못 알아먹었다는 것 뿐.

갤럭시 S23 울트라의 실시간 번역에 의존할 수도 없었다. 저것도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거지, 비행기 놓치고 똥줄 타는 상황에서는 아예 못 써먹겠더라. ㅋㅋㅋ

 

 

면세점 문제는 해결했고, 숙소의 픽업도 그럭저럭 해결이 된 듯 하다. 마음이 좀 놓이긴 하는데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났어도 됐을 일을, 이렇게 바보 같이... 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어 힘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벌어진 것을 어쩌겠냐 싶어 그냥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열한 시 반이 되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미아트 항공의 발권 및 수하물 접수는 열한 시 40분부터였지만 일찌감치 줄을 서는 거다. 짐을 들고 그리로 가서 표를 받았다.

 

국민은행 환전소가 있기에 출금하지 않고 카드를 주면 바로 환전해서 달러로 받을 수 있냐니까 안 된다더라. 바로 옆에 있는 ATM 기기에서 30만 원을 인출해서, 환전소에 가 달러로 바꿨다.

평소 공항에서 환전하거나 하는 사람들,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되는데 손해를 감수한다며 바보 같다 생각했는데, 이 날 멍청 비용으로 17만 원을 까먹은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아무튼, 기존에 100 달러 조금 넘는 돈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돈 30만 원을 달러로 바꾸니 200 달러 조금 더 되더라. 지갑에 넣은 뒤 짬뽕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고 나서 보안 검색을 마친 뒤 면세점으로 향했다. 기존에 주문했던 물건들과 새로 주문한 물건들이 다 넘어와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나중에 주문한 건 다 취소를 했다. 면세품을 가방에 넣으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도 안 들어갈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들고 다녔다.

 

 

 

《 미아트 항공의 비행기는 좌석 간격이 굉장히 좁았다 》

 

남들보다 위, 아래로 짧은 편이라 비행기를 타면서 공간이 주는 불편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는데 미아트는 그런 나조차도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좁았다.

 

《 게다가 좌석 뒤 스크린 같은 건 아예 없었다 》

 

비행기 내 와이파이를 통해 전용 컨텐츠들을 제공하기는 했는데 딱히 쓸만한 게 없더라.

 

 

 

 


 

《 기내 와이파이는 바로 잡히지 않는다 》

 

출발하고 나서 바로 밥을 준다. 엄청 졸렸지만 밥 먹으려고 버텼다. ㅋㅋㅋ   음료 주문을 받을 때 맥주 달라고 해서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그 뒤로 자다 깨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딱히 끌리는 컨텐츠는 없었다 》

 

《 북조선 영공을 통과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을텐데... 》

 


 

 

 

 


 

 

 


 

 

 

 


 

인천 공항과 달리 취항하는 비행기가 많지 않으니 한적하다. 그래도 활주로에 내려 걸어갈 정도는 아니다. 밖으로 나가 수하물을 찾고 나가려 하니 또 엑스레이 검색기를 통과하게끔 한다. 딱히 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밖으로 나가니 영어로 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분이 보인다. 당연히 남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보다 키가 큰 여자 분이었다. 환전을 해야 한다고 하니 시내에서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심 카드를 사야 한다고 하니 나가는 곳 오른 쪽에 있는 통신사 부스 쪽을 가리킨다. UNITEL이 가장 잘 터진다고 들었기에 거기로 갔는데, 두 팀 정도가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기다리려 했는데 마중 나온 가이드가 이 쪽으로 오라며 Mobicom 쪽으로 데리고 가더라.

뭐, 개뿔 모르니까 하라는대로 했다.

 

내국인 요금제와 외국인 요금제가 구분되어 있는 모양이더라. 일주일 동안 15GB를 쓸 수 있는 카드를 구입했다. 환전을 하지 않아 투그릭(몽골 돈)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카드를 긁었다. 내 앞에서 심 카드를 구입한 분들도 한국 사람이었는데 여권을 보여주면서 여권 커버를 두고 갔더라. 찾아줄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그대로 두고 나왔다.

 

공항 밖으로 나갔더니 빨간 색 렉서스로 안내를 한다. 30,000㎞ 넘게 탄 차인데 여전히 새 차 냄새가 난다. 마중 나온 가이드와는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했는데 내 영어 실력이 형편없는지라, 주로 가이드가 하는 얘기를 듣고 리액션을 하며 울란바토르로 이동을 했다. 한국어로 떠들 때에는 숨쉴 틈 없이 주절거리는 게 가능하지만 영어로 한정하면 듣는 사람이 된다, 나는. ㅋㅋㅋ

 


 

 

 

 

 

 

 


 

아이슬란드는 레이캬비크 공항에서 시내 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여긴 내가 알고 있던 지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몽골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기는 해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 싶은 수준이었다.

 

공항에서 울란바토르까지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데, 인상적인 풍경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이동을 했다. 한~ 참 달렸을 즈음, 항상 막히는 곳인데 오늘은 안 막힌다면서 운이 좋다기에 앞을 봤더니 아파트가 즐비하다.

 


 

 

엄청난 넓이의 땅을 가진 나라지만 인구는 300만 명을 간신히 넘는 나라이고, 대부분이 수도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우리나라처럼 사방이 아파트 밭이다. 전기나 가스, 수도 같은 기본 인프라만 광범위하게 잘 되어 있다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전원 생활이 가능한 나라일텐데...

 


 

 

시야가 말도 못하게 깨끗한 것이, 저~ 멀리에 걸리는 게 없이 깨~ 끗하게 보인다. 다만... 울란바토르 시내에 화력 발전소가 있다 보니 공기가 깨끗한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황사나 미세 먼지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는 건 아닌데, 멀리까지 잘 보이긴 하는데, 공기는 깨끗하지 않다 정도? 코 안에 불순물(?)이 많이 만들어져 있더라.

 

 

공항에서 울란바토르 근처까지는 금방 갔는데, 시내 진입해서부터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서울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다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정체가 이어졌다. 열악한 도로 사정 + 아무 데서나 유 턴 하는 체계 + 경찰의 수신호도 무시하는 운전자,... 원인은 여럿으로 보였다.

 


 

 

 

그렇게 한~ 참 만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미리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숙소는... 무슨 탈레반 은신처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출입도 굉장히 불편했다. 저 낡은 건물 중 UB 게스트하우스가 입주해있는 곳의 번호를 누르고, 내부에서 열어줘야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거다.

나처럼 챙겨야 하는 물건을 수시로 깜빡하는 사람은, 나가자마자 아! 하고는 번호를 눌러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거다. 꽤 불편했다.

 


 

《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

 

《 울란바토르에서 지내는 동안 묵었던 내 방 》

 

다른 사람과 방을 쓰는 것이 불편해서, 혼자 쓰는 싱글 룸을 예약했더랬다. 그런데 호스트의 설명을 들어보니 싱글 룸은 별도의 건물에만 남아 있단다. 그 건물에는 나 말고는 아~ 무도 없다고 한다. 나는 관계 없다고, 괜찮다고 했는데, 호스트는 외롭고 힘들 거란다. 도미토리 룸을 줄텐데 혼자 쓰게 해주겠다고 한다. 뭐, 나야 아쉬울 게 없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2층 침대 두 개가 놓인, 네 명이 써야 하는 방을 혼자 쓰는 거니까 나쁘지 않지.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춰지지 않은 것은 불편했지만, 다른 방을 거쳐 내 방에 들어가야 하는 동선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참을 만 했다.

 

(나중에 정산할 때 확인했는데, 싱글 룸 가격인 하루 30달러를 받았다. 혼자 쓰니까 편하긴 했는데 더워서... 이건 나중에 다시 말하겠다.)

 


 

《 응? 》

 

 

 

여행 상품의 경우, 본인이 가고 싶은 패키지에 이름을 쓰고 나중에 돈을 지불하면 된다. 나는 3박 4일의 미니 고비 코스와 당일치기 테를지 코스를 선택했다. 그 외에는 갈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네일베 카페 러브몽골을 통해 동행을 구한 뒤 출발하는데, 나처럼 여의치 않거나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UB 게스트하우스의 여행 상품을 이용해도 된다. 단, 출발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나도 관련 정보가 있었더라면 여행을 떠나는 날에 맞춰 일정을 잡았을 건데, 비행기 표부터 사놓고 여행 일정을 잡느라 원하는 코스의 여행을 할 수 없었다.

 

이건 나중에 팁을 소개하는 글에서 다시 주절거려보겠다.

 


 

 

울란바토르에서는 어디를 가도 한국 음식을 먹는 게 가능했다. 심지어 가게 이름이 야인시대...

 


 

몽골에서 편의점을 수도 없이 봤는데 CU 아니면 GS25였다. 편의점 세계 최강이라 인정받는 일본의 편의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로손도, 세븐 일레븐도, 패밀리 마트도, 한 번을 못 봤다. 울란바토르의 편의점은 대한민국이 평정해버렸다.

편의점에서 카드 결제가 되는지 확인해보려고 숙소 근처의 GS25에 들어갔다. 외국에서 파는 물건이면 포장지라도 바꿀만 한데, 한국에서 파는 그~ 대~ 로 갖다 놨더라. 죄다 한국에서 먹고 마시고 보던 물건이니까 어색함이 1도 없다. 카드 결제도 가능!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길을 걸으며 들어갈만 한 가게가 있는지 살폈다. 치킨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일단 찜을 해두고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얼마 안 걸었는데 금방 등장한 국영 백화점. 여행을 준비하면서 블로그에서 수도 없이 봤던 곳이다. 스~ 윽~ 들어가서 1층만 대충 둘러보고 그냥 나왔다.

 

대충 봤을 뿐이지만 10m마다 하나씩은 나올 정도로 한국 음식점이 널렸다. 삼계탕 파는 가게도 있더라. 몽골에서 한식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아까의 그 치킨 가게로 가려고 크게 한 바퀴를 빙~ 돌아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토요일은 21시까지 영업한다고 쓰여 있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숙소에서 쉬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려 하는데 일본인 남자 애가 나보다 먼저 벨을 누르더라. 문이 열려서 따라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이 색히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 버린다. 아오, 싹퉁바가지 색히. 문을 콩콩 두드리자 방금 들어간 그 색히가 문을 열어주더라. 누가 봐도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거라는 걸 알텐데. 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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