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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4, 몽골

2024, 몽골 자유 여행 ⑪ 어디인지 모를 대초원에서 멍 때리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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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에 불을 지피자 순식간에 훈훈해졌지만, 불이 꺼지자 금방 추워졌다. 새벽에는 꽤 쌀쌀해서 '깔깔이가 없었다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일어나서 멍~ 하니 앉아 있는데 먼저 일어난 쇼 상이 아침 밥이 담긴 쟁반을 들고 왔다. 빵, 오이, 토마토, 홍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둘이 먹기에는 많다 싶을 정도로 양이 푸짐했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이 담겨 왔기에 이 때다 싶어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매운 맛이 간절했다.

 

 

《 저 뒤에 보이는 게 화장실 》

어? 몽골은 화장실 없다던데? 아무 데나 바지 내리고 그냥 싼다던데?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화장실이 있어서 의외라 생각했다. 하지만, 땅 파서 그 위에 자그마한 건물 하나 올려놓은 게 전부다. 그 와중에 급한 사람이 겹칠 것을 걱정해서인지 깔고 앉을 좌변기 시트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쇼 상은 어제 저녁을 먹은 후 아이들과 한참 동안 숨바꼭질을 하며 같이 놀아주었는데 그 덕분인지 아이들이 서슴없이 다가갔다. 나는 밥을 먹고 나서 야크 젖 짜는 걸 잠시 보다가, 남은 간식을 모아 남자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도 있었는데 싸울까 싶어 나눠 먹기 좋게 두 개씩 맞춰서 줬다.

 

 

 

여덟 시 50분에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한 시간이나 갔나? 얼마 가지 않아 잔잔하게 흐르는 강이 나오자 가니 씨가 차를 세웠다.

 

 

 

 

 

https://youtu.be/DZ4Gf91oJd0

 

드론을 띄워 영상도 찍고, 사진도 부지런히 찍은 뒤 다시 출발. 얼마 안 됐는데 멈춰 있는 포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차가 퍼진 거다. 카니 씨가 당연하다는 듯 포터 앞에 차를 세웠고, 아저씨가 포터와 푸르공을 쇠 줄로 연결했다. 푸르공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포터를 끌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심기일전해서 차 뒤에 다 달라붙은 뒤 내리막을 향해 힘껏 밀었고, 이내 시동이 걸렸다. 별 것 아닌데 괜히 뿌듯하더라. ㅋ

 

 

 


 

 

 

《 세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은 이게 유일한 것 같다 》

 

얼마 가지 않아 가니 씨가 또 차를 세운다. 커다란 덤프 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것 말고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는데 왜 세웠나 했더니, 얼음을 보라고 세운 것이었다.

산 정상도 아니고, 그냥 포장되지 않은 초원을 달리다 갑자기 마주친 얼음인데 신기하더라. 왜 저기에만 저렇게 얼음이 있는 건지.

 

 

 

 

《 얼음 두께가 얇은 것도 아니다 》

 

 

《 면세점에서 산 셀카봉으로 내 사진을 몇 번 찍어봤는데 영 맘에 안 들어서 꽁꽁 싸매고 찍었다 》

 

《 영화 『 마션 』에서 본 듯한 돔 형태의 건물이 있었다. 21세기형 게르인 모양이다. 》

 

정오가 조금 지나 투어 첫 날 지나쳤던 카라코룸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한 번 봤던 길이랍시고 눈에 좀 익더라.

 

 

《 우리나라의 서낭당 같은 곳이라고 들었다. 돌을 올린 뒤 주위를 돌고 소원을 빌면 된다고 한다. 》

 

《 쫙 뻗은, 달리기 좋은 도로처럼 보이지만 포장이 엉망이라 울퉁불퉁하다 》

 

 

얼마 후 휴게소 같은 곳에 도착했다. 첫 날 갔던 깔~ 끔한 휴게소는 아니었다. 주차선은 찾아볼 수 없는 흙밭이었고, 가게가 여러 개 있긴 했는데 영업을 하지 않는 건지 가니 씨가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간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는데 더빙해서 방송하더라. 쇼 상이 일본에서 선생님을 했었다고 해서, 한국에서 선생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젊은 사람들은 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희한하게 닮은 두 나라다.

 

 

우리나라의 만두와 거의 같은 음식이었다. 다만 우리의 만두가 당면이나 야채가 들어있는 형태라면, 이건 고기 밖에 없다. 육즙이 좔좔 흐르고.

 

밥을 먹고 나서 다시 차에 올랐다. 찔끔 가더니 또 멈춘다. 주차장 옆으로 낙타가 보이기에 낙타 체험이고나 싶더라. 딱히 타고 싶지 않았는데 가니 씨가 안 타면 바비한테 혼난다고, 다녀오라고 등을 떠민다.

 

 

 

 

 

 

고삐를 잡은 젊은 처자는 통화하면서 걸어서 모래밭으로 향했다. 내가 탄 낙타는 무척 얌전했지만 쇼 상이 탄 낙타는 장난꾸러기 같아 보였다. 은근슬쩍 개기면서 말을 안 듣더라. ㅋㅋㅋ

 

 

 

 

 

 

 


 

 

낙타에서 내려 다시 푸르공에 올랐다. 그리고 또 출발. 여전히 비포장 도로를 달렸는데 어제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차가 뒤집어질까 걱정해야 할 정도로 흔들렸다. 그런데도 그 와중에 잠이 오더라. 정신 놓고 졸다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깨기를 반복했다.

한~ 참을 가서 게르에 도착했다. 주위에 다른 건 안 보이고, 양떼와 마굿간(?) 같은 공간 뿐이었다. 게르도 달랑 한 채 뿐. 뭐지? 여기에서 밥을 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건가?

 

 

 

 

《 개팔자가 상팔자다 》

관광객들이 자주 들락거려서인지 개들이 처음 보는 사람을 향해 짖지도 않고 오히려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더라. 한 마리가 다가오기에 예쁘다~ 예쁘다~ 쓰다듬어 줬더니 묶여 있던 녀석이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사람 손이 그리운 모양이다. 묶여 있는 걸 보니 뭔가 사고를 친 탓이 아닐까 싶었다.

 

 

 

 

 

 

 

 

 

 

《 고양이도 살이 토실토실 올랐다 》

 

 

 

https://youtu.be/nIMxew96it4

 

 

《 오줌 싸려고 으슥(?)한 곳을 찾아 헤매다가 잘린 말 다리를 발견했다. -ㅅ- 》

 

여기도 어김없이 티라고 부르면서 미지근한 우유를 줬다. 난 비스무리한, 밀가루를 구운 듯한 먹거리도 같이 주고.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들었기에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오물오물 부지런히 먹었다.

구입한 심 카드의 데이터는 이미 다 썼고, 인터넷이 안 되서 답답했는데 공유기 바닥을 보여주며 인터넷에 접속해보라고 한다. 잠시 헤매다가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오랜만에 인터넷이 터졌다. 번역기를 돌려 부지런히 수다를 떨었다. 결혼 안 했다고 혼났다. 몽골은 우리보다 결혼이 훨씬 빨라서 남자도 20대에 가는 게 대부분이라고 하더라.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또 오라고 했다.

 

해가 늦게 지는지라 어두워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저녁 식사가 준비됐다. 고기가 잔뜩 들어있는 솥에 뭔가를 계속 넣더라.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완성된 음식이 등장!

 

 

지금까지 먹었던 다른 몽골 음식과 비슷했다. 질기고, 짜고.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많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기름이 많아 느끼하기도 했고. 하지만 만들어주신 성의가 있으니까 부지런히 잡고 뜯었다. 먹는 게 영 부실해보였는지 내 앞에 놓인 그릇에 계~ 속 고기와 감자를 올려주셨다. 배 부르다고, 그만 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한동안 계속 줬다. 배 터지는 줄 알았다.

 

 

《 공항까지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린다 》

 

 

 

 

 

 

첫 날 비행기를 놓친 탓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잤음 좋겠는데 당최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안 한다. 쇼 상과 함께 어디서 잘지 궁금해했는데... 그랬는데... 주인네 가족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주인 아저씨와 가니 씨는 함께 푸르공에서 자고, 아줌마와 딸은 SUV에서 잔단다. 그렇게 원래 살던 사람을 쫓아내고 게르에서 자는 거다. 그런 문화가 있다고 어디에서 들은 것 같기는 한데,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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