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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6월 26일 수요일 맑음 (2024년에 처음 직관, 금산 여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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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의 일기지만 27일까지 묶어서 한 방에 끄적거려 본다.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퇴근. 하필 퇴근해야 할 시간에 소장이 사무실에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휴가 써놨으니 눈치 보지 말고 가야겠다 싶어 13시 30분 땡~ 하자마자 퇴근하겠다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14시에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주문한 조화가 도착하지 않았다. 15~17시 사이에 배송한다는데 그보다 먼저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14시 30분이 다 되어 도착했기에 부랴부랴 차에 던져 놓고 출발했다. 나름 잘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보조 배터리만 달랑 챙기고 케이블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충전기에 C to C 케이블 두 개가 물려 있으니 그걸 쓰면 된다.

 


 

ㅈㅇ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콩나물국밥 가게에 가서 밥을 먹고 경기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걱정이 되서, 결국 저녁을 먹지 않고 그냥 경기장으로 향했다.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쪼다 같은 것들을 지나치며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호남 고속도로에 올라서기 전에 ㅇㅅ에서 같이 일했던 형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당장 넘어오라고 하신다. 밥이라도 먹고 가란다. 이미 알고 있다. 저 꾀임에 넘어가면 축구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없다. ㅋㅋㅋ

다음에 들리겠다고 공수표를 날린 뒤 가던 길을 마저 갔다. 경기장은 한산했다. 두 시간 전에 도착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경기장 안에 있는 매점에서 무알콜 맥주를 팔 것 같지 않았기에 편의점에 들려볼까 싶었는데,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걸어서 20분 넘게 걸린다고 나온다. 왔다갔다 하면 한 시간은 충분히 까먹을 것 같아 포기했다.

 


 

《 날씨가 정말 좋았다. 많이 더웠지만 그러려니 할만한 날씨였다. 》

 

《 하도 오랜만이라 얼마만에 온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

 

인터넷으로 미리 산 표를 출력하기 위해 무인 자동화 기계로 향하는데 그 앞에 몰려있던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당황스럽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친구들이 꽤 많던데, 우린 적인데, 그렇게 해맑게 인사하지 말란 말이다! 전투력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마당에, 맑디 맑은 초글링에게 공격 당하면 전투력이 소멸된다.

같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 뒤 표 뽑으러 가는데 여자 아이 한 명이 "오베르단이 뭐야?"라고 광역 도발을 시전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발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진지충 남자 아이 한 명이 오베르단에 대해 나무위키 급으로 설명을 날린다. 옆에 있던 남자 아이 한 명은 그 전부터 정재희가 짱이라며, 정재희 타령을 하고. ㅋㅋㅋ

 

 

《 엑스터로 유명했던 제우정보에서 팀을 샀다면 1년 만에 해체되거나 팔릴 뻔 했다 》

현대가 아반떼인가 소나타인가, 아무튼 그걸 판 돈 전부를 몰빵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재정 지원이 빵빵했던 전북은, 출범 초기에는 돈이 없어 빌빌거리던 거지 구단이었다. 창단 선언은 했는데 메인 스폰서가 붙지 않아 팀 이름으로 이게 된다, 저게 된다, 말도 많았다(축구판 히어로즈).

IBM 호환 PC를 팔던 중견 업체 제우정보에서 맡아 팀을 창단한다고 했는데, 흐지부지 됐다. 제우정보는 다음 해에 부도가 났고. 완산 푸마가 모체라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역사에 대해 그다지 깔끔하지 못하다. 아무튼. 예전에는 ㅈ밥 of ㅈ밥이었다. 현대가 돈질알을 한 덕분에 포항 선수들 빼먹으면서 재미를 봤는데, 10년을 채 못 해먹고 무너지는 중이다. 쌤통이다. 내년에 2부 내려가서 수원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우러지기를 바란... (≧∇≦)ノ

 


 

티켓에 E1 게이트로 가라고 찍혀 있어서 그 쪽으로 갔다. 스태프로 일하는 알바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를 피해가며 이리저리 그늘을 찾아 다니다가, 17시 30분이 되어 셔터가 열리기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여기가 아니라고 한다.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알겠다고 인사를 한 뒤 돌아나가는데 꼰대 ㅅㄲ 하나가 방금 전에 안내해준 처자에게 반말로 표 사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나머지 혓바닥 반토막은 어디 팔아처먹었기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인지... 나한테 그랬음 왜 반말이냐고 반말로 대꾸하고 시비를 걸고 싶었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 》

 

《 그 와중에 스포티비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공지 》

 

《 처자가 알려준 곳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등장한, 굉장히 기분 나쁜 다리 》

 

《 다리 이름이 이 따위냐 》

 

 

《 입장 완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놀랐다. 》

 

《 잔디 사정이 영 좋지 못하다 》

 

《 저렇게 물 뿌려대면 우리한테 유리할텐데? 》

 

《 조르지는 이번에도 필드 골을 넣지 못했다 》

 

수비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뛰는데 골 운이 참 따르지 않는다.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예전에 라자르를 보는 기분. 열심히 뛰고 수비도 적극적으로 하니 미워할 수 없긴 한데, 저 자리에 제카나 일류첸코가 있었다면 최소한 열 골은 넣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아쉬운 마음은 금할 수가 없다.

일찌감치 실점해버렸다. 자꾸 쫓기면서 백 패스하더라니... 하지만 티아고의 결정력이 좋았다. 그 자리에 조르지가 있었다면 못 넣었을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금방 동점 골을 넣었다. 오베르단에 꽂혔었는데, 골을 넣어 버리더라. 마킹한 보람이 있다. ㅋㅋㅋ

 

후반에 절호의 찬스가 있었는데 이호재가 번번히 날려 먹었다. 김인성은 교체로 들어왔는데 정재희로 바뀌더라. 다친 건가 싶어 걱정이 됐다. 솔직히 김인성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울산에 있었던 이유도 있고, 움직임이 단순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는 정말 영리하게 플레이하더라. 라인 위에 서 있다고 공을 받아서 치고 들어가던가 돌려주던가 하니까, 상대가 참 수비하기 까다롭겠더라고. 간신히 걷어 내도 라인 아웃이라 우리 공이 되는 거고.

왼쪽의 완델손 라인은 일부러 저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거의 놀리고 있는 와중에 오른쪽 라인은 부지런히 돌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교체되어 나가기에 안타까웠다. 정재희의 움직임은 김인성과 달랐다. 김인성은 라인을 타고 一자로 움직이면서 수비를 벗겨내고 크로스를 올리는 반면, 정재희 선수는 대각선으로 박스를 향해 뛴다. 전북의 수비가 어느 쪽을 힘겨워했냐면, 압도적으로 김인성이었다. 허용준이 내려가서 공 돌리는 데 참가해서 김인성-어정원-허용준이 공을 돌리다가 찬스를 자꾸 만들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재희가 들어간 뒤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아쉬웠다.

 

결국 좋은 찬스를 놓치면서 무승부로 끝났다. 리그 최하위 팀을 상대로 승점 1점. 원정에서 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홈보다 승률이 좋은 원정인데. 아니나 다를까, 내려오면서 통화했던 형님이 꼴찌한테 비기냐고 놀리더라. ㅋ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하러 왔을 때 박수르 치고 응원을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차가 엄청나게 막히더라. 주차장에 빈 자리가 많은데 빨리 나가겠다고 길가에 주차한 양아치들이 한, 둘이 아니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저 따위 짓을 하면서 노하우랍시고 짖어대겠지. 쯧.

 


 

묵기로 한 금산여관의 홍대빵이 순창으로 가는 버스를 놓쳐서 전주에 와 있었다. 픽업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만나서 같이 가면서 수다를 떨며 여관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휑~ 하더라. 밤에 오히려 한적했다. 다른 용무 때문에 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거라는 걸 깨달았다.

 

대빵은 라면을 끓여 먹고, 나는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김밥과 맥주로 배를 채우며 수다를 떨었다. 오줌보가 가득 차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일어났을 때 대빵은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남은 맥주를 마신 뒤 방으로 돌아갔다.

 

《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올까? 》

 

 

 

푹~ 자고 일어나 대빵이 주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떠들었다. 치자 꽃이라며 화분에 있는 하얀 꽃을 따주는데, 향이 말도 못하게 좋다. 이렇게 좋을 수 있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치자 꽃 화분을 검색해서 두 개 주문했다. 집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두려고.

 


 

슬슬 출발해서 광주에 도착. 지난 번에 다녀간 뒤로 쭉~ 같은 상태다. 동생이란 ㄴ은 당연히 오지 않았다. 그리 서럽게 울더니, 다 연기였다. 괜히 광주에 모셨다. 후회가 됐다.

 

 

플라스틱 조화는 빛이 바랬고, 해병대 티셔츠에는 검은색의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잡초가 무성했고. 장갑을 끼고 잡초를 다 뽑아낸 뒤 조화를 바꿔 심고, 액자도 갈았다.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했는데, 이제는 조화 심는 걸 그만둬야겠다. 결국은 쓰레기가 되니까. 관리하지 않아도 오래 사는 꽃이나 풀을 사서 갖다둬야겠다.

 

 

금방 정리하고 절 두번 올린 뒤 차에 올랐다. 얼마 안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세 시간 넘게 걸리더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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