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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7월 31일 수요일 흐림 (갑자기 휴가, 갑자기 발치. 응? 😮)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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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날. 갑작스럽게 휴가를 썼다.

휴가를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딱히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지난 주에, ㅎㅅㅂ 교육에 참가해달라 사정을 하더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다면서.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인데 다들 싫다고 하면 담당자가 엄청 고생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마~ 했다. 그런데 단순히 교육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본사에서 나온 사람들 앞에서 평가를 치러야 한단다. 짜증이 확~ 올라왔다. 게다가, 몸으로 때우는 건 우리 팀 남자 직원에게 죄다 맡기고 이론 평가 보는 건 여자 직원에게 싹 몰아놨다는 걸 알게 되어 더 열이 올랐다. 당장 도망갈 궁리를 한 끝에, 휴가를 썼다. 그제 담당자가 와서 체험형 교육에 참가해보지 않겠냐고 하기에 휴가라고 했더니 농담인 줄 알았나보다. 어제 또 왔기에 진짜 휴가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여섯 시도 안 된 시각에 눈을 떴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집 근처 치과로 향했다.

이틀 전부터 어금니가 흔들리더라고. 혀로 툭툭 건드리면 돌아가는 느낌이 나는 것이, 여차하면 맨 손으로 뽑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 내 이라면 여기저기 벌레 먹은 게 느껴질텐데 그런 게 전혀 없더라고. 그래서 당연히 6년 전에 박은 임플란트라 생각했다. 좀 멀리까지 가서 큰 치과에 갈까 하다가, 자주 왔다갔다 해야 되면 불편할 것 같기에 일단 근처로 마음을 정했다.

아홉 시 반부터 진료 시작인데 바이크로 갔더니 20분도 안 걸려서 7분 일찍 도착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안을 보니 사람이 있기에 들어갔다. 접수를 하고 나서 기다리니 금방 내 차례가 됐다. X-Ray를 찍고 나서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흔들리는 이는 임플란트가 아닌 내 이였다.

 

 

뼈가 다 녹아서 흔들리는 거란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옆에 있는 이도 뼈가 거의 없어서 발치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는 거다. 의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뼈가 거의 다 녹아 없어져서 발치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뼈가 다시 생기는 것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6개월 정도는 이를 뽑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것.

이 두 개를 뽑아내야 하니 당연히 임플란트도 두 개를 해야 한다. 게다가 아래 쪽 앞니 상태도 안 좋다고 한다. 워낙 양치를 게을리 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도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다.

 

마취를 하고, 마취약이 도는 걸 기다리는 동안 CT를 또 찍었다. 그리고 나서 스켈링을 하고, 이를 뽑았다. 맨 안 쪽 어금니는 뽑는 건가 싶을 때 슥~ 빠져버렸다. 그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이는 좀처럼 안 빠지는가 싶더니 이내 빠져 나갔다. 의자를 세우더니 뽑은 이를 보여주며 염증도 같이 보여주더라.

지혈이 잘 되라고 뭔 약을 줬다는데 그게 3만 원이란다. 그래서 6만 얼마를 냈다. 약 값으로 5,000원 정도가 들었고.

발치 동의서를 음성으로 녹음했는데, 뼈가 생겨야 하는 곳에 콜라겐을 채울 수 있는데 보험 적용이 안 되어 1,000만 원 정도 들 수 있다는 얘기를 굉장히 빠르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다. 3만 원을 잘못 들은 건가 싶을 정도였다. 안 뽑아도 되는 이를 억지로 뽑는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지만, 안 써도 되는 돈을 자꾸 쓰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진료비를 낼 때에는 지혈이 잘 되는 약을 썼는데 그게 3만 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뭔가, 짜잘짜잘하게, 지갑을 열게 하려 애쓰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튼, 병원에서 물려준 거즈를 문 채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계획에 없던 휴가를 썼고, 계획에 없던 발치를 했다. 6개월 이상을 한쪽 어금니가 없이 살아야 한다. 지금도 피가 계속 난다. 두 시간 정도 지나면 멈춘다고 했는데 계속 나온다. 핏덩어리를 뱉어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지만, 삼키고 싶은 생각은 1도 안 든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단양까지 바이크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까 했는데 만사 귀찮다. 피만 멈추면 낮잠이나 한숨 자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내일은 퇴근 시간 무렵에 다시 치과에 가야 해서, 한 시간 조퇴를 써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치과 치료 때문에 일본에 가서 술을 못 마시게 된다던가 하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 와중에 술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따위를 하는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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