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입사해서 ㅅㄴ → 또 ㅅㄴ → 또 또 ㅅㄴ → ㅂㄹㄷ → 다시 ㅅㄴ → 또 또 또 ㅅㄴ(ㄱㅈ) → ㅇㅅ(ㅍㅌ) → 오사카 텐노지 → ㅇㅇ → ㄱㅅ → 다시 ㅇㅇ, 뭐 이렇게 옮겨 다녔다. 근무지 때문에 사는 곳을 옮긴 경우가 대부분인데 내 의지로 근무지를 옮긴 건 손에 꼽을 정도. 20년 가까이 회사에 몸 담고 있으면서 대부분 내 의지와 무관하게 옮겨 다녔다.
처음 ㅅㄴ에 있을 때에는 까마득~ 한 해병대 선배님께서 배려해준 덕분에 새로 지은 숙소에서 잠시 살았고, 거기서 쫓겨난 뒤에는 노인정으로 쓰던 방에서 코 골고 잠꼬대하면서 이 가는 사람과 같이 방을 썼더랬다.
가지고 있는 게 쥐뿔도 없어서 보증금이 거의 없는 월세 방을 전전했는데, 마지막으로 ㅅㄴ에 있을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1억이 넘는 집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집 같은 집을 얻게 되었다. 방도 작고 거실도 작았지만 그래도 투룸이었다. 거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시원하게 들이닥쳤고 경치도 나쁘지 않았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 망하더니 개 까페로 거듭나면서 찌린내가 풍겨오기 전까지는.
ㅍㅌ으로 이사를 가서는 더 좋은 집을 구했다. 좀 더 커졌다. 거실의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채운, 꿈에 그리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바람이 당최 안 통하는데다 서향이라 해질 때가 되서야 볕이 들어온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자빠지면 코 닿을 거리에 교회, 성당, 절이 있는 종교 대통합의 성지였지만, 옆 집과 앞 집이 건설 노동자의 숙소로 쓰이면서 담배 쩐 내가 복도에 가득했지만, 겨울에 배관이 얼어 두 번이나 구정물이 안방으로 넘어와 잔잔하게 찰랑거렸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살고 있는 동안 집 주인이 바뀌었고, 바뀐 집 주인 ㅺ가 방이 나가지 않으면 보증금 못 준다고 말 같잖은 개소리해대서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서도.
일본에서 얻은 집은 월세가 71,000円 짜리 집이었다. 학교까지 걸어서 갈 수 있고 바퀴벌레가 나오지 않는 신축(일본의 오래된 집에서는 어김없이 바퀴벌레가 나온다) 아파트를 찾다 보니 월세가 엄청나게 쌔졌다. 인터넷 요금은 월세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가스, 수도, 전기 요금은 별도인지라 다 내면 얼추 80,000円 정도가 들었다. 지금은 100円이 900원 안팎이지만 내가 유학할 때에는 첫 달만 1,000원이었고 그 다음부터는 돌아올 때까지 계~ 속 1,100원을 유지해서 월세만 100만 원 가까이 냈더랬다. 월세에 비해 정말 작디 작은 방이었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즐겁게 잘 살았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ㅇㅇ에서 일하게 됐는데 회사에서 숙소를 줘서 큰 돈이 들지 않았다. 열 살 어린 룸 메이트와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깔끔한 사람이어서 나와 꽤 잘 맞았다. 남자 둘이 사는 집이었지만 누가 봐도 더럽다 소리는 절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썼다. 그러다가 ㄱㅅ으로 갑자기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소형 건조기를 비롯해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지라 회사 숙소에 들어가지 않고 월세를 얻었다. 회사 숙소는 2인 1실이기도 했고 너무 낡아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ㄱㅅ에서 최단 시간에 탈출할 마음이었기 때문에 숙소에 가고 싶지 않았다.
ㄱㅅ의 집은 나쁘지 않았다. 좁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저기 수납할 공간이 꽤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바람이 굉장히 잘 통해서 정말 좋았다. 다만, 비가 올 때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긴 했다.
그리고 다시 ㅇㅇ. 회사 숙소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ㄱㅅ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짐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바람에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숙소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그리하여 부랴부랴 방을 알아봤고, 동료가 자주 찾던 까페에서 리모델링한 집을 세 놓는다고 해서 사진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그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생각보다 작긴 했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다. 가전 제품도 새 것이고.
하지만 한 달에 50만 원이나 되는 월세는 확실히 부담스럽다. ㄱㅅ에서도 50만 원씩 내고 살긴 했지만...
마침 몸 담고 있는 팀의 관리자가 숙소에 들어오는 게 좋겠다며, 가능하면 혼자 쓸 수 있게 배려해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9월부터 숙소에서 지내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 집이 많이 더러우니 청소를 해야 할 거라는 말도 같이 들었다.
퇴근하고 가봤다. 예전에 말도 안 되게 더러운 집을 봤기에 그 정도 수준을 생각하고 나름 각오를 다졌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괜찮더라. 물론, 구석구석 더러울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더러웠지만.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면 최소한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하는데, 고등 교육을 수료한 사람이 어떻게 이 따위로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더러웠다. 일단 가지고 간 베이킹 소다를 구석구석 뿌리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뜨거운 물에 풀어서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쓰던 것만 뿌리고 새 거 한 통은 그냥 놔뒀다. 오늘은 냉장고와 싱크대만 청소할 생각이었는데 냉장고는 근처도 못 갔다. 싱크대의 기름 때를 지우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그마저도 마음에 들 정도로 지우지 못했다. 여기저기 사방에 기름 때가 절어 있는데 수세미로 문질러도 안 지워지더라. 게다가 물티슈를 깜빡하고 가는 바람에 닦은 뒤에 그대로 방치해두니 깨끗해지지 않는다.
일단 화장실과 싱크대에 락스를 뿌려놓고 나왔다. 내일 퇴근해서 들러 또 청소를 해야지. 아마 이번 주 내내 쓸고 닦고 해야 할 것 같다. 적당히 청소를 하고 나면 동료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방에 있는 책상과 옷장을 밖으로 꺼내어 공간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침대는 창 쪽으로 붙이고, 한 쪽 벽에 책상을 놓고 다른 쪽 벽에는 책장을 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옷을 둘 공간이 애매한데, 혼자 쓸 거니까 거실에 둘까 싶다. 거실에 있는 원형 탁자는 베란다로 빼고, 거실에는 캠핑용 상자로 앉은뱅이 탁자를 만들어 동료들과 한 잔 할 때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수납 공간이 많아서 괜찮을 것 같더라. 잘 정리해서 쓰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룸 메이트로 들어올 것도 각오를 해야 한다. 일단 이번 주는 부지런히 쓸고 닦고 치워야 한다.
싱크대 문이 망가졌던데, 단순히 볼트만 새로 조여서 될 일이 아니다. 싱크대 경첩을 고정해야 하는 부위가 다 망가졌더라. 홈 쇼핑에서 광고하는 만능 퍼티 같은 걸로 막고 볼트를 박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금방 또 떨어질 것 같다. 그냥, 다이소에서 새 경첩을 사서, 다른 곳에 다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수리하고 청소하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지원해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니, 내일 출근해서 물어봐야겠다. 싱크대 수리용 경첩이랑 샤워기 호스를 새로 사야 한다. 거실 형광등도 안 들어오던데 등이 나간 게 아니라 글로우 스타터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회사 정비 담당자한테 얻을 수 있나 알아봐야겠다.
회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내어주면 깨끗하게 쓰고, 나갈 때에는 사용한 흔적이 남지 않게 나가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은데, 어쩜 저 따위로 쓸 수 있는지... 배울 만큼 배웠다는 것들이 저 따위로 행동한다는 게 놀랍다.
이번 주는 청소하면서 보내고, 다음 주는 야금야금 짐을 옮기면서 보내고. 9월 첫 주에는 평일에 한 번 날 잡아서 은행에 가야 한다. 여행 앞두고 외화 통장에 넣어둔 돈을 찾아야 한다. 준비한 여행을 다녀와서는 이사를 마무리하고, 지금 사는 집에서 완전히 몸을 빼야 한다. 8월과 9월은 꽤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다. 추석 전에 이사를 마무리해서 추석 때는 회사 숙소를 주지육림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ㅋ
일기 쓰려고 컴퓨터를 켰다. 어제는 21시가 살짝 넘어 잠이 들었고, 새벽 한 시에 한 번, 네 시에 한 번 깼다. 그리고 일곱 시에 눈을 떠서 몇 시간이나 잤나 봤더니 여덟 시간 넘게 잤더라. 그렇게 잤는데도 점심 시간에 졸려서 한 20분 정도 잤다.
모처럼 푹 자서 그런가 오늘은 하루종일 몸이 가벼웠다. 내일도 그랬음 좋겠다. 공이나 좀 찰까 싶었는데 비 온다고 하니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수다나 떨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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