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ㅇㅇ에 있다가 ㄱㅅ으로 내려가게 되었을 때, 급하게 이틀 짜리 휴가를 썼다. 집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옮겨야 한다는 건 이미 정해졌기에 다방과 직방으로 미리 집을 알아봤더랬다. 맘에 드는 집은 희한하게도 같은 부동산에서 관리하고 있었기에 곧장 거기로 향했다.
보증금은 100만 원 정도였고 월세는 20만 원 언저리였는데, 사진으로 본 것과 아예 달랐다. 밝고 화사한 사진과는 달리 누리끼리한 벽지가 붙어 있었다. 게다가 주차가 가장 중요하다 했는데 길가에 세우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라. 누가 봐도 간신히 스물을 넘겼을 것 같아 보이는 젊은이가, 무자격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가 안내를 해주는 것도 영 못 미더웠다.
당연히 계약한다는 듯 신분증을 요구하기에 계약할 맘이 없다고, 다른 곳을 보고 오겠다는 공수표를 날리고 빠져나왔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네일베에서 검색을 하다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왔고, 연락을 했더니 한 시간 뒤에 만나자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빈둥거리다가 부동산으로 찾아갔더니, 그 사진 때문에 계속 연락이 온다며, 이미 나갔다고 하더라. 대화하는 중에도 그 사진을 보고 연락한다며, 보증금을 한 번에 낼 처지가 안 돼서 그런데 나누어 내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세 곳의 집을 보여줬는데 두 곳은 너무 작았고, 마지막으로 본 집이 그나마 괜찮았다. 젊은 남자가 혼자 살고 있었는데 굉장히 더러워 보였다. 하지만 잘 치우고 살면 괜찮을 것 같더라. 무엇보다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작지 않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그 집에 들어가서 2년 동안 잘 살았다. 1년 쯤 됐을 무렵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ㄱㅅ을 떠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에 버티다가 이사를 가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리고 ㅇㅇ으로 옮기게 되어 집을 알아봐야 했던 날. 동료가 소개해준 집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그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여러 번 이사를 다녀보니, 집을 금방 구하면 안 되겠더라. 최소한 사흘은 살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휴가를 쓰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인지라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빡쌔게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세상 일이 마음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는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구했다.
그리하여 지금 사는 집은, 뭔가 좀 날림이다. 일단 화장실 문이 거꾸로 달려 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화장실의 수건 수납장 문도 거꾸로 달려 있다. 게다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변기로부터 끈적끈적한, 누리끼리한 뭔가가 자꾸 흘러 나온다. 눈에 안 보이게 조금씩 흘러나와 경사를 따라 배수구로 향하는 것 같은데, 일주일 정도 방치하면 눈에 띌 정도로 양이 많아진다. 물을 뿌리면 흘러 내려가긴 하는데 점성이 있어서인지 그냥은 안 씻긴다. 락스나 발샴푸를 뿌려야 그나마 좀 없어진다.
게다가 수압이 약하다. 그리고 물도 녹물이다. 사흘 이상 물을 안 쓰다가 꼭지를 틀면 노~ 란 녹물이 쏟아진다.
냉장고랑 세탁기는 새 제품이라 불만이 없긴 한데, 전기가 최악이다. 콘센트가 한 쪽 벽면에만 위치하고 있는데 달랑 두 개다. 결국 원치 않더라도 문어발 확장을 할 수밖에 없다. 빙~ 빙~ 돌려가며 이것저것 연결해 놔서 난장판이다.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에어 프라이어를 켜고 그 와중에 건조기까지 돌리니까 차단기가 떨어졌다. 이것도 불편하다.
깡 시골인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만 원은 확실히 과하다. 게다가 전기 요금 6만 원을 따로 낸다. 겨울에 컨백션 히터로 난방을 했는데 그 덕분에 전기 요금이 좀 나온 모양이다. 기름 보일러라서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런 건데, 졸지에 전기 요금이 6만 원으로 굳어져버렸다.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라 에어컨을 팍팍 켜고 있다.
그래도, 집주인이 나쁘지 않은 게, 회사 숙소가 나와서 이사를 가야겠다고 하니 바로 보증금을 빼주겠다고 하셨다. 보통 월세는 1년 계약이니 그 걸 언급하며 1년 채우고 나가라 할만도 한데, 매 월 내는 월세가 부담이 될 텐데 잘 됐다고 하시더라. ㄱㅈ 살 때에도, ㅍㅌ 살 때에도,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 못 준다고 말 같잖은 개소리해 대는 집주인을 만나서 속앓이를 했었는데 천만다행이다.
들어갈 회사 숙소는 2인 1실이지만, 꼼수를 써서 혼자 쓰려고 한다. 싱크대 경첩이 망가져서 고치고 나서 입주를 시작하라고 하더라. 그게 19일인데, 내일부터 이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옮겨도 된다고 하면 퇴근하고 가서 화장실 청소부터 해야 할 것이고, 냉장고도 싹 닦아내야 할 것 같다. 바닥도 한 번 닦아내야 할 것 같고.
그러고 나면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할지 궁리를 하고, 옷이랑 상자부터 옮겨놓을까 싶다. 일단 안 쓰지만 이사를 대비해 보관해두고 있는 상자들부터 옮겨놓고, 접이식 행거와 옷을 옮기면 이사의 반이 끝난다. 숙소를 최대한 정리하고 나면 컴퓨터와 책상, 책장을 옮겨야 할 것 같다. 야금야금 옮기고, 큰 짐만 1톤 트럭을 빌려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이사하고 잘 살면 다행인데, 혹시라도 누가 들어와서 결국 둘이 살게 될까 걱정이다. 마음이 불편하면 결국 또 나가야 할텐데...
충북 어딘가에 오래된 아파트라도 하나 샀으면 좋겠다. 창고처럼 안 쓰는 물건들 가져다 두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집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사를 마치고 나면 그쪽에 살만한 집이 있나 알아봐야겠다.
어제 술 마시고 일찍 잔답시고 누웠는데 22시 지나서 잠이 들었더라. 그래도 새벽에 거의 깨지 않고 푹 잤다. 아침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사무실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시간 외 근무를 했고, 돌아와서 또 술을 마셨다. 한숨 자고, 저녁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다시 잘까 싶다. 『 젠레스 존 제로 』에 재미를 붙였다 생각했는데, 금방 시들해져서 요즘은 통 안 하게 된다. 뭔가 꾸준히 할 수 없는 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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