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바닥을 청소한 뒤 고롱~ 고롱~ 쉬고 있는 로봇 》
《 ↑ 왼쪽 엘리베이터는 로비로, ↓ 오른쪽 엘리베이터는 온천으로 향한다 》
하아... 한숨으로 시작한다.
어제 바다에 다녀온 뒤, 핏빗 차지 5가 숨졌다. 충전기에 물리면 옹~ 하고 짧은 진동이 느껴지긴 하는데 화면은 아예 안 켜진다. 보자마자 돌아가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되서 저렇게 되어 교환을 받았었거든. 그 때에는 구입한 지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교환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교환 받고 나서도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구글이 인수한 뒤 산으로 가버린 핏빗의 판매 후 서비스 정책.
수면 측정이 꽤 정확해서 잘 썼는데 또 고장이 나니 속이 터진다. 다시 사자니 20만 원이나 쓴다는 게 아깝고... 순토 9에도 수면 측정 기능이 있긴 한데 보는 것도 불편하고 정확하지도 않다. 갤럭시 링을 사자니 너무 비싸고. 그냥 포기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근처에 빅 카메라나 요도바시 카메라 같은 전자 제품 판매점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없다. 진짜, 어지간히 시골이고만. 빅 카메라 웹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핏빗 차지 6를 판매 중이고, 오카야마로 주문하면 오전 열 시까지 가져다 준다고 한다. 문제는, 오카야마까지 가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
하루짜리 패스가 없으니 요금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하는데 왕복 10만 원 넘게 든다. 시간도 왔다갔다 세 시간이 넘게 걸리고. 결국 포기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늦게 가서 부실한 아침 밥을 먹었으니까, 이 날은 좀 서둘렀다. 일곱 시가 넘어 식당에 가니 반찬이 풍성하다. 그래봐야 원래 아침을 안 먹는 사람인지라 딱히 먹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더라. 그냥 소시지랑 스크램블드 에그 정도를 먹었다. 카레가 있어서 미소 시루랑 같이 먹었는데 맛 있더라. ㅋ
《 관광 센터 앞에는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 저녁에 물을 다 뺐다가 아침에 다시 채우는 모양이다 》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에서 하나카이로에 가는 버스가 어디에 서는지 대충 알아봤는데 당최 모르겠더라. 안내 센터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예전에 다녀온 글에 쓰지 않았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없고,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글을 찾아봤더니 몇 년 전 글에 5번 승차장이라고 되어 있었다.
일단 5번 승차장 앞으로 가긴 했는데, 어디에도 하나카이로에 관련된 안내가 없다. 이상하다. 기다리더라도 안내 센터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싶어 그 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팍!
항상 가던 쪽이 아니라, 역 안에서 통로를 건너 반대 쪽으로 나가야 했다. 분명히 설명을 들었는게 까~ 맣게 잊고 있었다. 아휴, 바보!
《 반대 쪽으로 넘어오면 하나카이로까지 가는 셔틀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
헤매는 바람에 타려던 버스를 놓쳤다. 30분에 한 대씩 오는 줄 알았던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였다.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고모는 잠시 앉아서 쉬라 하고, 친척 누나와 함께 기념품 판매 가게에 가서 살만한 것들이 있나 둘러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 열차 덕후들이 꽤 찾아오는지 사진 찍으라고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 놨더라 》
《 여기가 하나카이로까지 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탈 수 있는 곳 》
《 바로 옆에 바이크,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
《 요나고 역 근처도 시골 같아 보이는데, 진짜 진짜 시골로 들어간다 》
《 다이센(大山)에 걸린 구름이 느물느물 넘어가는 풍경이 기똥차다 》
하나카이로는 여권을 보여주면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 입장료를 사서 안으로 들어간 뒤 내부를 한 바퀴 도는 기차처럼 생긴 버스를 타기 위해 티켓을 샀다.
한 바퀴 도는 데 15분 정도? 대충 보면서 가볼만 한 곳을 정하면 된다. 여기저기 다 둘러보면 좋겠지만 오질라게 넓기 때문에 은근히 체력을 까먹는다.
차에서 내린 뒤 휠체어를 빌려 구경을 시작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친척 누나가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해서 다녀오라 하고, 근처에서 사진을 찍었다. 올 때가 됐는데도 안 와서, 날 더운데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알아서 오겠지~ 하고 그냥 출발했다.
《 6년 전에 갔을 때(11월)에는 사루비아가 흐드러졌었는데, 이번(9월)에는 이제 막 시작이었다 》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나서 입구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어디에 있냐며 톡이 왔다. 길이 엇갈려 도중에 만나지 못했던 모양이다.
입구의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점심 시간이라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애매해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날이 엄청나게 더웠기에 실내에 있어야 했고,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식당에 들어갔다.
누나는 소바가 먹고 싶다 해서 시켜주고, 나는 커피를 선택했다. 이내 음식이 나왔는데 이게 소바냐며 놀란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첫 날 호텔 식당에서도 소바만 두 종류를 시켜서 둘 다 남겼으면서, 소바가 뭔지 몰랐던 건가?
게다가,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쯔유를 더 얻어주면 안 되냐기에 모자라냐고 물었더니 와사비를 다 풀었더니 매워서 못 먹겠다며 새로 갖다주면 안 되겠냔다. 하아... 진짜...
지난 글에서도 말했지만 남한테 피해 안 주려 하는 국민성이 마음에 들어 일본 여행을 즐기는 건데, 안 해도 될 요구를 자꾸 하게 만드니 속이 뒤집어진다. 초등학생이라면 이해라도 하지, 다 큰 어른이, 먹을 만큼만 풀면 될 것을 냅다 다 풀어놓고, 매워서 못 먹겠으니 새 걸 갖다 달라고? 하...
마지못해 종업원에게 가서 쯔유를 더 받을 수 있겠냐니까 세상 친절하게 웃으면서 그릇에 담아준다. 썰어놓은 파도 넣어주고. 와사비까지 올려 완전한 새 소스를 하나 주려 하기에 와사비는 괜찮다고 사양한 뒤 친척 누나에게 가져다 줬다.
나는, 왜, 내가 돈을 써가며,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건지, 자책을 했다.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 (╯‵□′)╯︵┻━┻
숙소로 들어오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사들고 방으로 돌아가 맥주를 마시며 짜증으로 달아올랐던 몸을 식혔다.
《 사진이 꽤 밝게 나왔는데 맨 위에 불 켜진 방 하나 빼고는 엄청 어둑어둑했다 》
《 뭔가 힙한 분위기의 가게. 가보고 싶었는데 여행을 마칠 때까지 시간이 나지 않았다. 》
《 빨간 그라데이션 간판(?)이 인상적이던 근처 호텔 》
구글 지도에서도 안 나오기 뭔가 싶었는데, 러브 호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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