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새벽에 깼다. 곧바로 다시 잠이 들면 좋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손전화를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데 같이 일하다 휴직하고 미국에 간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생일 축하한다고.
응? 내 생일 아닌데? 뭔 소리냐고 물었더니 프로필 바꿨다고 올라온 걸 생일이라 올라온 줄 알고 착각한 거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대화가 시작된 김에 한참을 수다 떨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게 여섯 시.
일곱 시에 밖에서 문 두드리고 난리가 났다. 피곤해서 퍼져 있었더니 이내 카톡이 왔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하아... 환장하겠다. 어제 분명히! 오늘은 일정이 이러저러하니 아홉 시에 출발할 거다, 그러니까 밥 먹으러 천천히 가도 된다, 얘기를 했건만. 다 들어놓고 왜 저러나 모르겠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밥 먹으러 갔다가 방으로 돌아갔다. 잠깐 쉬다가 밖으로 나갔는데 시간이 빈다. 바다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 트라이슬론 코스이기도 하고, 자전거로 오는 사람이 꽤 많다 》
《 근처에 제법 괜찮은 분위기의 공원이 있다 》
《 핑크 색으로 요란하게 장식된 택시. 기사님은 괜찮으신가 싶었는데, 여자 분이었다. ㅋ 》
《 덜커덕! 덜커덕! 보드 뒤집고 난리였는지 금지라고 써붙여놨다 》
《 어르신들이 즐겁게 웃으면서 게이트 볼을 치고 계셨다 》
사진을 찍고 나왔더니 고모 혼자 길바닥에 서 계신다. 친척 누나는 알아서 오겠지 싶어 관광 센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관광 센터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내 도착한 누나. 우산을 두 개 들고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우산을 빌려 온 거다.
문제는, 잠깐 몇 방울 떨어지고 말 비였는데 접이식도 아니고 장 우산을 빌려들고 왔다는 거. 아니나 다를까, 이거 맡길 데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게 왜 들고 왔냐니까 생각해서 일부러 빌려왔다며 궁시렁댄다. 날마다 속이 뒤집힌다. 관광 센터에 우산을 맡기면 안 되냐고 하기에, 돈 받고 코인 라커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걸 공짜로 맡아주겠냐니까 그래도 물어보란다.
진~ 짜 싫은데, 마지 못해 가서 물어봤더니 코인 라커를 이용하라고 안내를 해준다. 라커를 봤더니, 우산이 들어갈 크기가 아니다. 들고 가기는 싫고, 어찌 하긴 해야겠고, 라커에는 안 들어가고,... 관광 센터에 맡아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라 하기에 절대로 싫다 했더니 번역기를 돌려가며 꾸역꾸역 물어본다. 다시 라커로 안내해주고, 라커에 우산이 안 들어가니까 안내해준 분이 돌아와서 번역기를 돌려 500円에 맡아준다고 안내를 해준다.
저렇게 되는 게 뻔~ 히 보이는데 자꾸 물어보라 하니 속이 터지지 안 터지냐고. 그러게 왜 우산을 들고 와서는 아침부터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결국 우산 맡기는 건 포기하고 그대로 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아 버스 요금을 계산해봤더니 100円이 모자라더라. 그래서 동전 가진 거 있으면 달라고 톡을 보냈다. 그냥 보내면 틀림없이 바로 일어나서 올 것 같기에, 이따 내릴 때 달라는 말을 붙여서 보냈는데, 기어코 버스 운행 중에 일어나서 내 쪽으로 온다. 놀란 기사가 위험하다며 주의를 주고. 저럴까봐 내릴 때 달라고 한 건데. 미치겠다, 진짜.
내 돈, 내 시간 써가며 여행하는 건데 자꾸 짜증을 내게 되고...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면 뭐 하냐고. 짜증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꾸 만드는데.
역에 가서 패스를 이용해 지정석을 예약했는데 옆으로 나란히 앉는 자리가 없어 앞뒤로 예약을 해야 했다. 혹시나 하고 자유석으로 가니 빈 자리가 있어 지정석에 앉지 않고 자유석에 앉았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구에 가는 거냐고 물어본다. 사막은 걷기 힘들어서 고모 모시고는 못 간다고 어제부터 여러 번 말했는데, 왜 자꾸 사구 타령인 건지 모르겠다. 어디에 갔는지 따로 기록해두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말할 때에는 듣지도 않고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게 만드니 짜증이 안 나겠냐고. 아오... 여행기가 아니라 짜증낸 이야기 쓰는 것 같다. 젠장...
엑셀로 여행 일정을 짜둔 게 있는데 보내달라기에 보내줬더니 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오늘 사구 가냐고 세 번은 물어본 것 같다. 하아...
《 출발할 때에는 이렇게 맑았는데, 》
《 조금 가다보니 비가 막 쏟아진다 》
맡기려고 아둥바둥했던 건 까맣게 잊고 우산 가져온 걸로 으쓱~ 할 걸 생각하니 상당히 언짢았는데, 다행(?)히 비는 금방 그쳤다.
《 돗토리에 도착하니 코난 캐릭터로 꾸며진 전철이 선로에 서 있었다 》
《 역에서도 모래로 꾸며진 장식들을 볼 수 있다 》
안내 센터로 가서 4,000円 택시를 신청했다. 6년 전에는 1,000円 택시였는데, 그 때에는 가뜩이나 비싼 일본 택시를 이 가격에 이용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싼 가격이었는데, 지금은 꽤 올랐다. 그래도 세 시간에 4,000円이면 엄청 싼 편이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어로 안내를 해주신다. 능숙하시다. 잠시 기다리니 여자 기사분이 도착하셨다. 다나카라는 흔한 이름의 기사 분은 무척 친절하셨다.
예전에는 일본어를 아예 못해서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나눴지만 지금은 거의 다 까먹긴 했어도 어영부영 떠들 수 있으니까, 기사님이랑 스몰 토크를 나눠가며 목적지로 향했다.
리프트를 타고 사구로 내려갈 수 있는데 고모가 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멀리에서 구경만 했다. 그래도 온 김에 가까이 가보자고 해서, 고모는 택시에서 기다리고 친척 누나와 나만 사구 쪽으로 가서 10분 정도 사진을 찍고 왔다.
《 6년 전에 大韓民國이라고 커~ 다랗게 썼었는데... -ㅅ- 하면 안 되는 짓이었다 》
《 전망대에서 사구로 향하는 리프트 》
다음 목적지는 모래 박물관. 무더운 날씨 탓인지 친척 누나가 어지럽다고 해서 바로 구경을 하지 않고 3층에 가서 음료수부터 마시고 잠시 쉬었다. 과거 전시작들의 사진을 본 뒤 2층으로 내려갔는데, 고모와 친척 누나는 엘리베이터로, 나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참을 기다려도 안 오기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더니, 기념품 구경하고 왔단다. 밑에서 기다리는 거 뻔히 알면서 저러니, 일부러 화를 돋우는 건가 싶더라.
자꾸 저렇게 화를 낼 수밖에 없게 만들면서, 내가 다시는 같이 여행오지 않겠다고 하면 아쉬워 한다.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튼, 두 번 다시는 같이 여행하지 않을 거다.
마지막으로 우라도메 해안으로 향한다. 날씨가 좋아 물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였다.
세 시간 동안의 구경을 마치고 역으로 돌아갔다. 열차 표를 끊고 기다리는데 앞 사람이 꾸물거려서 한~ 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친척 누나와 고모는 어디로 사라졌는데,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간 거였다. 먼저 주문했다며 나한테도 먹으라고 하기에 배 고프지 않아 괜찮다 사양을 하고 기념품을 구경하다가 열차에 탈 시간이 되어 플랫폼으로 향했다.
《 특급은 이 정도 속도로 달린다 》
시골이라서 그런 건지, 고속으로 이동 중이라 그런 건지, 인터넷이 자주 끊겼다. 나도 인터넷이 안 되서 먹통이 된 손전화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모자 챙을 팍! 치면서 인터넷이 안 된다고 뭐라 그런다. 하... 하하... ㅽ
인터넷 안 되는 게 내 탓이냐고. 그걸 모자 챙을 치면서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진짜... 하아...
숙소에 도착하니 친척 누나의 딸내미가 도착해 있다. 혼자 찾아오다가 길 잃을 뻔 했단다. 그 정도도 못 찾아오나 싶어 의아했다. 딸내미 밥 먹인다기에 쿠로즈시 다녀오라고, 위치를 알려주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건네 줬다.
출발하는 날부터 계속 짜증만 내고... 진짜, 힘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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