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집에서는 반팔 티셔츠, 반바지 차림으로 지내고 보일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온수를 사용할 때 외에는 거의 안 쓰는 편인데 그나마도 샤워할 때에나 따뜻한 물을 쓰지, 설거지는 따가움을 참아가며 찬 물로 한다.
하지만 이 동네는, 만만치 않다. 이 위치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른 곳보다 춥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지고. 한파가 절정이라던 지난 주는 거의 영하 20도였다. 주말부터는 추위가 풀린다더니 그마저도 뒤로 미뤄진 건지 토요일과 일요일도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 컨벡션 히터로 버티고 있었는데, 방금 보일러를 켰다. 뜨~ 끈 뜨끈한 방바닥에 엎드려 있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컸다.
지난 달에 가스 요금이 46,000원 나왔다고 하니 다들 놀란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월급이 쥐꼬리일텐데 좀 사는 집 자식들이어서 보일러 빵빵하게 땐다는 집이 15만 원 언저리였다던가? 그런 걸 보면 너무 억울하다. 진~ 짜 거의 안 쓰는데 나는 왜 5만 원 가까이 나온 거냐고.
예전에는 그냥 아깝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최근에는 난방비를 그냥 아끼지 않으려 한다. 여행 간답시고 모텔 잡아서 하루 자도 5만 원은 나오는데, 방에서 보일러 빵빵 때면서 그 돈 낸다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 하지만 이건 자기 세뇌일 뿐이고, 결국 아까워서 또 못 켠다. 한 달에 가스 요금 10만 원 정도 못 낼 만큼 어렵게 사는 게 아닌데, 왜 이러고 있나 싶다.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2년 전에도 새로 들어온 직원과 기존 직원의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어쩐지, 자기 경험이 전부인 양 후배들한테 자꾸 이것저것 말하지 말라면서 자꾸 압박이 들어오더라니. 양 쪽 얘기를 다 들어본 건 아니지만, 가해자(?) 입장이 되어버린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일만 하기에 쉬엄쉬엄하라면서 농담을 건네고 그랬는데 그걸 갑질처럼 받아들이더란다. 에?! (#°Д°)
지난 해 신입들은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 심각함이 느껴진다. 업무 능력은 제각각이니까 뭐라 말할 게 못 되지만, 근무 태도나 자세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특히나 나와 같은 팀에 있는 녀석은 양아치임이 너무 확실해서, 그리고 그걸 감추려 들어서,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나처럼 그걸 알게 된 사람은 일부고, 대부분은 그럭저럭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중간 관리자가 없어지면 어김없이 ××× 앞에 앉아 노닥거리는 꼴만 봐도 형편없는 ㅺ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본사 쪽은 더하지 않을까 싶은데, 희한하게 잡음이 없다. 사람 수도 본사 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많은 사람들 중 꼰대도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경직된 분위기나 상하 구조의 조직 분위기 역시 본사 쪽이 훨씬 큰데, 본사 쪽에서 세대 갈등이 있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거든. 본사에서 온 사람도 여기 분위기를 접한 뒤 이상한 곳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니까 확실히 본사보다 여기가 형편 없다. 본사 쪽은 신입 사원들이 감히 기어오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걸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꼴보기 싫다 느껴질 때면 내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아닌가 하고 자책하기도 하는데, 정작 나도 선배들한테 싸가지 없다 소리 많이 들었으니 '나는 더했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해도 기분이 나쁜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고 다 싫은 게 아니니까, 결국은 그냥 사람의 문제다.
낮술이나 마실까 하는 와중에, 얼마 전 컴퓨터를 사는 것에 관여한 집에서 모니터가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공유기 설정도 해주고, 케이블 정리도 해줘야 하니 가겠다 하고 출발. 하지만 공유기는 옮겨 달았더니 먹통이 됐다. 아무래도 벽에 있는 모든 랜 포트가 같은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옮겨 달았던 공유기를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놓고 모니터를 설치해서 이것저것 설정해준 뒤 밥을 얻어 먹으러 갔다. 원래 가기로 했던 가게가 망해서, 그 근처의 가게로 갔는데 스파게티 하나가 2만 원이다. 하... 하하...
같은 돈을 내고 치킨 사먹으라고 하면 사먹겠는데, 스파게티 하나에 2만 원은 좀... 너무 비싸서 얻어 먹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밥 얻어 먹는 게 벌써 몇 번째냐. 내가 더 버는데... -ㅅ-
얻어 먹은 게 민망하다니까, 컴퓨터 설치해줘서 고마우니 그런 거라며 괜찮다는데 나도 저렇게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저녁에 당직 들어가야 한다. 야식 거리나 챙겨서 슬렁슬렁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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