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할 때마다 '벌써 ×년 전 얘기라고?'하며 놀라는 일본 유학 시절. 전세 보증금 빼고, 차 팔고, 저금 탈탈 털어 나름 유복(?)하게 지냈더랬다. 본봉의 50% 밖에 안 되지만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도 있었고, 일체의 경제 활동 없이도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다.
그게 좀 과했는지, 1년이 지나자 슬슬 잔고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빵꾸가 난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통장에 있어야 하는데...'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알바라도 해서 다만 얼마라도 벌어야 했지만 나이 먹고 알바한다는 게 꺼려지기도 했고, 놀 시간에 일해야 한다는 게 싫기도 했다. 그렇다고 돈 나올 구멍이 있냐? 있다! 미래의 내가 쓸 돈을 끌어오면 된다. ㅋㅋㅋ
급하게 알아봤더니 퇴직금 담보 대출이 되더라고. 당시 퇴직금이 6,000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최대 50%까지 된다기에 2,000만 원과 3,000만 원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남으면 남는대로 통장에 모셔뒀다가 빨리 갚아버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3,000만 원을 끌어왔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통장에는 1,00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이 남아 있었고, 반을 털어 중고 경차를 구입했다. 차가 없으면 회사에 다니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니까.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계약한 새 차가 나왔다. 이런저런 세금을 비롯해서 처음에 내야 할 돈 정도를 제외하고는 죄~ 다 은행 돈을 끌어다 썼다. 60개월 풀 할부. 제 정신이냐고 욕 먹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책임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되서 펑펑 써도 나 혼자, 폭싹 망해서 쫄쫄 굶어도 나 혼자인지라, 그냥 내 몸뚱이 편하고 정신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월급이 꽂히면 사흘 후 차 값을 빼가도록 해놨고, 은행은 칼 같이 가져가야 할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납득할 수준의 금리는 야금야금 올라 어느 순간 "왜?"라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고, 퇴직금 담보 대출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차 값이라도 빨리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지만, 그 와중에도 정신 못 차려서 1,000만 원 넘게 써가며 바이크 지르고 그랬다. (⊙_⊙;)
4년 넘도록 부지런히 차 값을 까내려갔고, 월세 보증금 1,000만 원을 돌려 받은 뒤의 통장 잔고를 보니 남은 할부를 다 털어낼 수 있겠더라. 물론 그 뒤의 잔고는 차마 말하기 쪽 팔릴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빚부터 없애야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자다 깬 새벽에, 남은 차 값을 다 갚았다. 매 월 이자 내가며 꼬박꼬박 갚았는데, 단 한 번의 연체도 없었는데, 빚 일찍 갚는다고 또 수수료를 뜯어갔다. 진짜, 은행 ㅺ들...
한 푼도 없이 냅다 질렀고, 5년 안에 갚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영부영 허튼 데 쓸 거 다 써가면서도 목표보다 빨리 갚아 다행이다. 매 월 빠지는 돈이 없어졌으니 그만큼은 통장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3년 내로 퇴직금 담보 대출 받은 것도 털어내는 게 새로운 목표다. 그렇게 해서 빚 없이 사는 사람이 되면, 다시 은행에 빚 내서 지방에 자그마한 집이라도 장만하려 한다. 이사할 때마다 짐을 죄다 싸짊어지고 다니는 게 너무 불편하다. 이제는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베이스를 장만해야 할 것 같다. 충청북도 어디께가 딱 좋을 것 같은데, 충청도는 아직도 비싸다. 돈이 없으니 전라도까지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목표는 그렇다.
지난 해에도 감기에 걸려 두 달 가까이 쇳소리를 내고 다녔던 젊은 동료가, 또 감기에 걸려 콜록거린다. 20대인데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만날 저렇게 감기에 걸리나 싶다. 문제는, 그렇게 콜록거리면서도 마스크를 안 쓴다는 거다. 주위 사람에게 감기 옮길까봐 걱정되지 않나? 상식이 상식이 아닌 것들이 너무 많아지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점점 많아진다.
근무 태도가 × 같아서 정말 싫어하는 ㅺ가 있는데, 진짜 가관이다. 중간 관리자들이 사무실에서 사라지면 어김없이 자리 비우고 딴 짓 하는 개자식인데, 오늘도 그 짓을 하고 있더라. 근무 시간에 애먼 데 앉아 딴 짓 하면서 빈둥거리는 것도 꼴보기 싫은데, 그 자리 쓰겠다고 갔더니 비키는 시늉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뭐, 저 딴 게 다 있나 싶다.
어제는 내가 해놓은 일 가지고 생색내며 싸돌아다니더니. 경력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내가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 않나 싶어 좀 져주려 했는데, 하는 꼬라지를 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앞으로는 사람 취급 안 하기로 했다. 저 딴 걸 사람 취급할 필요가 없다. 나 때문에 득 볼 일은 없겠지만 손해 볼 일은 만들어주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아니,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저 ㅺ한테 조금이라도 득 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자다 깼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니 쇼핑몰에 들어가 옷을 살까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그 옷 없다고 헐벗고 사는 건 아니니까. 다시 잘까 하다가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빈둥거리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가서 일 좀 하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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