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호인데, 대화소리가 울려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조금만 소리 좀 줄여주세요. 혹시 아니면 미안합니다.
아랫 집에서 온 문자였다. 22시 50분.
몇 자 안 되는 짧은 문자인데, 기분 나쁨 포인트가 굉~ 장히 많다. 베개의 마사지 기능을 켜면 웅~ 웅~ 하고 진동이 울리는데 혹시나 그 소리가 아랫 집에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인데, 20시가 넘으면 건조기 돌리는 것도 삼가하려 하는 사람인데, 그런 나를 늦은 밤에 시끄럽게 떠든다 생각한 것 자체가 기분 나쁘고, 내가 낸 소음임이 확실하지도 않은데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도 언짢았다. 층간 소음이 됐든, 벽간 소음이 됐든,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 싶으면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확실히 알아보는 게 먼저 아닌가? '혹시 아니면 미안합니다'라니?
마침 사무실에서 층간 소음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기에 저런 문자를 받았다고 했더니 다른 집 여기저기에 시끄럽다고 항의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직위가 꽤 높은 사람이다 보니 저렇게 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지?
평소의 나였다면 그거 나 아니라고, 그 시각이면 자고 있었다고 강하게 항의를 했을텐데... 하필 어제는 맥주 여섯 캔을 마시고 나서 빈둥거리다가 2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더랬다. 잠들기 전에 태블릿으로 폭소 클럽 영상을 보면서 낄낄댔었는데, 설마 그 소리가 들렸던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술이 과했다 한들, 평소보다 훨씬 크게 떠들 리 없으니까.
답장을 보낼까 하다가 말았고, 회사에서 마주치면 해명을 할까 했지만 그것도 그만 뒀다. 듣자 하니 며칠 전에 내 전화 번호를 물어봤다 하는데, 내 기억에 큰 소리를 낸 적이 없다. 틀림없이 다른 어딘가에서 나는 소음을 가지고 날 의심하는 것 같은데 정말 기분이 나쁘다. 일단은 모른 척 하고 그냥 지나가겠지만, 다시 항의가 온다면 제대로 따져 보려 한다.
많이 피곤하니 일찍 자야겠다.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02월 06일 목요일 눈옴 (미친 날씨/부활한 순토 코어) (0) | 2025.02.06 |
---|---|
2025년 02월 05일 수요일 맑음 (혹한/개념없는 것들 둘이 가지만…) (0) | 2025.02.05 |
2025년 02월 02일 일요일 맑음 (조문/낮술/주절주절) (0) | 2025.02.02 |
2025년 01월 31일 금요일 눈옴 (역린/바쁠 것 같은 주말) (0) | 2025.01.31 |
2025년 01월 29일 수요일 맑음 (제설 후유증/노는 시간은 쏜살 같고나/게임은 체력) (0) | 2025.0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