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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5년 02월 06일 목요일 눈옴 (미친 날씨/부활한 순토 코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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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던 일들은 열이면 열, 인터넷 자료를 전용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주소를 입력하면 우편번호가,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주소가 나오는 검색 도구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엑셀로 만들면 얼마 안 걸린다. 금방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베이스다. 전국의 주소와 우편번호가 있어야 한다.
뭐, 이것도 어렵지 않다.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까. 인터넷에서 주소와 우편번호를 긁어와 엑셀에 붙여넣은 뒤 FIND나 VLOOKUP 같은 함수를 써서 검색 도구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해당 도구가 필요한 건 인트라넷에만 접속이 가능한 전용 시스템이다. 인터넷과는 연동이 안 된다. 인터넷이 있는 자료를 긁어와 붙일 수가 없는 거다. 이 경우 가능한 방법은, 생각없이 옮겨 찍는, 말 그대로의 막노동 뿐이다. 인터넷에서 주소와 우편번호를 인쇄한다. A4 용지로 수십 장이 나올 거다. 그걸 보고 전용 시스템에서 일일이 찍는다. 찍는 과정에서 오타가 나올 수도 있고, 누락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엄~ 청 신경써야 한다.

생각해보면 한심한 일이다.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1분도 안 걸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쇄하고, 그걸 보고 다시 찍고,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보안 때문에, 그 놈에 보안 때문에 막노동 말고는 방법이 없다.

물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되겠지만 모든 자리에 인터넷 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불편하다. 인터넷이 설치된 컴퓨터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는 말도 못하게 불편할 일이다. 그런 사람들도 쉽게 검색이 가능하게끔 하려고 막노동을 하는 거다.

 


 

이번 주 내내 저 작업을 했고, 오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점심 시간에 패딩을 덮고 잠깐 쪽잠을 잔 뒤 한 시 반 쯤에 옥상에 올라갔다. 하늘이 시~ 퍼런 것이, 오후에 눈이 온다는 예보를 믿을 수 없었다. 내려와서 팀장에게 눈은 안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16시가 채 안 되었을 무렵,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미친 듯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아니, 이렇게 순식간에?

 

근처 국도를 CCTV로 보니 차가 많아진다 싶더라니 이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만 가능할 정도로 밀리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도 눈은 계속 쏟아지고. 이 동네에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눈 내리는 걸 보면 정말... 마계다, 마계.

 

저녁을 먹고 잠깐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퇴근했다.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눈을 치우고 있었는데 거의 마무리 된 것 같더라. 어차피 밤에도 계속 내린다고 예보가 되어 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나가서 치우는 게 나을 것 같아 나가지 않았다.

 


 

지난 주에 고모 댁에 갔다가 눈에 띄어 들고 온 시계를 손 보기 시작했다. 내 인생 최초의 순토 시계다. 20만 원 가까이 주고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이야 그런가보다 하지만 그 때에는 말도 안 되는 고가의 시계라 생각하며 큰 맘 먹고 샀더랬다. 10만 원이 채 안 되는 G-Shock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시계였으니까 말이지.

그 때에는 100만 원 넘는 시계를 찬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어쩌다 눈이 돌아가서 순토 카일라쉬 따위를 100만 원 넘게 주고 사는 꼴통 짓을 했다. 아무튼,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코어, 앰빗 3, 카일라쉬, 5, 9. 코어를 제외한 나머지는 충전 방식이라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충전해서 간신히 숨만 붙여 놓고 있다. 주력은 순토 9이지만, 회사에 차고 갈 수 없다.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시계는 차고 가면 안 된다. 그래서 회사에 갈 때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찼더랬다. 그런데 코어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없으니까, 배터리만 갈아 끼워 다시 살리면 차도 되겠다 싶더라고.

일단 시계 줄부터 갈아야 했다. 원래 있던 줄은 너무 오래 되어 누~ 렇게 변색이 됐고, 끈적끈적하기까지 하다. 마침 다른 시계에 끼울 수 있을까 싶어 샀던 중국산 짭퉁 시계 줄을 방치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맞는 게 없더라고. 코어에는 끼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낑낑거리며 기존 줄을 빼낸 뒤 끼워봤더니 사용할 수 있다. 딱 맞는다는 느낌이 아니라서 조금 불안하긴 한데 나쁘지 않다.

CR2032 배터리도 집에 남는 게 있어서 그걸 끼우니 바로 살아났다. 시간을 설정한 뒤 날짜를 맞추려고 보니 기본 날짜가 2016으로 나온다. 검색해보니 최초의 코어는 2007년에 나왔고 그 뒤로 시리즈를 계속 만들었다고 한다. 벌써 10년이나 된 시계라니...

 

 

 


 

아이슬란드에서 사온 장갑이 한 켤레 남아 있었다. 누가 됐든 선물하려고 여러 개를 사왔는데 어쩌다보니 남아서 고이 모셔두고 있었더랬다. 오래 쓴 장갑은 낡아서 버렸고, 모셔두고 있던 벙어리 장갑을 꺼내어 개봉했다. 35,000원 가까이 주고 샀는데 저걸 다섯 켤레인가 사서 선물로 돌렸으니까 아이슬란드 여행 비용이 500만 원이나 들만 하다.

 

 

 

 

 

 


 

하늘이 아직 시퍼렇던 무렵(?), 두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해서 맥주를 사올까 하다가, 망설인 끝에 포기했는데 눈이 이렇게 왔으니 살 수가 없다. 내일도 마트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냥 편의점에서 박스 째 사야겠다.

 

이번 주부터 남당항 새조개 축제란다. 전화로 주문해서 받은 뒤 샤브샤브로 먹으면 되겠다 싶어 몇 번 갔던 가게에 전화를 했는데, 바람이 강해서 조업이 원만치 않아 물량이 없단다. 아...

내일 오후 다섯 시 전에 다시 전화 달라고 하니, 휴대 전화를 가지고 출근했다가 점심 시간에 나가서 전화를 해봐야겠다. 없다고 하면 곤란한데...
물량이 부족해서 보내줄 수 없다고 하면 다음 주로 미루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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