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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5년 02월 02일 일요일 맑음 (조문/낮술/주절주절)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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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잤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깨기 전까지 별에 별 꿈을 꿨는데, 전 여자 친구 and 지금은 아마도 남의 아내가 되었을 여자가 등장하는 꿈도 꿨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꿈에 나왔다.

 

《아이슬란드에서 사왔던 룬 문자 장식물 》

 

《 아이슬란드 크로나는 뒤에 0 하나 더 붙이면 우리 돈이 된다 》

 

한 때 애지중지했던 물건들이 고모 댁에서 썩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아끼지 말고 그냥 다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려주고 자시고 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서 씻고 나와 멍 때리고 있는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갑작스레 상을 당한 동료를 찾아 보기로 했었더랬다.

급할 이유도 없는데 혼자 서두르느라 풀러놓은 시계도 다시 차지 못한 채 출발했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절하고 비통한 척(?) 하는 건 그럭저럭 해낼 수 있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다. 힘이 되는 가족이 아니라 짐이 되는 가족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법적인 가족과의 관계를 아무 조건없이 끊을 수 있다면 당장 끊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한 내 입장에서는 슬픈 척 하는 게 가식인지라 이래저래 부담스럽다.

 

다녀온 후 방에서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 낮술을 마셨다. 19시가 되니 마무리하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이다보니 늦게까지 깨어 있어봐야 할 일도 없고, 어차피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니까 빨리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여덟 시간은 자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져 20시면 누우려 든다.
ㅇㅇ 이런 날이 올 줄, 이렇게 영감 같은 삶을 살 줄 몰랐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이런 삶에 나름 만족하고 있다.

 


 

컴퓨터 팬에서 자꾸 소음이 생겨서 그 때마다 유리로 된 도어를 열고 손으로 툭~ 툭~ 건드려서 소음을 없앴더랬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그렇게 해도 얼마 안 있어 다시 소음이 나더라. 1년 6개월 전에도 마찬가지였던지라, 틀림없이 팬이 망가졌을 거라 생각했다.

 

 

 

먼지 제거제 막 뿌려대고, 적당히 손을 보려했지만 컴퓨터를 켤 때마다 소음이 난다. 안 되겠다 싶어 낮에 바로 컴퓨터를 열었다. CPU 냉각 수냉 쿨러에 팬에 세 개 달려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소음의 원인이었다. 마침 예전에 신기해서 샀던 다크플래시의 자석식 팬이 놀고 있었기에, 사이즈를 비교해본 뒤 그걸로 바꿔야겠다 맘을 먹고 행동으로 옮겼다.

 

도저히 볼트를 풀 수 없는 자리에 팬이 박혀 있어서 메인 보드까지 들어내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팬과 연결된 부품이 분리되는 구조였다. 다 뜯어내어 잔뜩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새 쿨러를 장착한 후 조립을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그랬는데... 팬에 전원을 공급하는 케이블을 붙일 수가 없다. 어떻게 해도 안 된다. 결국 다 풀고 다시 연결해서 조립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소음없이 너무 쌩~ 하고 잘 돌아간다. 무척 기분이 좋았는데, 이내 쿨러의 LED가 동작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 메인  보드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에서 조절해보려 했지만 안 된다. 그냥, 포기했다.

 

컴퓨터는 항상 조립해서 썼기 때문에 이 정도도 못하고 조립을 마무리 짓는 게 말이나 되나 싶었지만, 현실에 타협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가보다 하고 말 일이다.

 

다시 연결한 컴퓨터는 조명을 제외하면 소음도 없이 너무 잘 돌아갔기에, 그대로 뒀다. 바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여덟 캔을 먹었는데도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20시가 넘었으니 그만 마시고 자야 한다.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해마다 가보지 않은? 못한? 나라를 한 곳이라도 가보려 하는데, 이번에 큰 맘 먹고 리장에 가려 했더니 비용이 너무 크다. 무조건 자유 여행인지라 패키지는 절대로, 다시는 안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중국 여행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더랬다. 그래도 100만 원이 넘어가는데, 여행 기간은 짧고 프로그램은 맘에 들지 않는다. 진행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

 


 

고모 댁에서 가지고 온 책을 책장에 정리했다. 평택에 살던 시절이 생각났다. 주변 환경은 참 뭣 같았지만 집 자체는 맘에 들었다. 바람에 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고, 겨울에 배수관이 얼어붙어 집으로 하수가 넘쳐 들어온 일이 두 번이나 있기도 했지만, 크기나 배치 같은 게 무척 마음에 들었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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