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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5 일본 여행 Ⅵ - 마쓰야마 다카마쓰 당일치기 (리쓰린 공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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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는 쓰/쯔/츠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에 오는 글자,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마쓰야마'로 통일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마츠야마' 쪽이 보다 더 실제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곳에서 '마쓰야마'로 표기하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렇게 쓰려고 합니다.

'다카마쓰'도 마찬가지인데요. 타카마츠, 타카마쓰, 다카마츠, 다카마쓰,... 마츠야마보다 더 합니다. 한자로 高松, 일본어로 たかまつ라 쓰니까 타카마츠 쪽이 발음에 최대한 가까운 표기입니다만, 국립 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다카마쓰가 맞다고 하니, 최대한 그렇게 쓰겠습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에 여러 차례 깼다. 침대는 삐걱거리지 않았지만 뒤척일 때마다 이불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2층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다른 침대의 1층에 누군가 자고 있었기에 신경이 쓰였다. 이불에서 나는 소리야 그럴 수 있다 해도, 내가 자꾸 코를 고는 게 문제였다. 젋었을 때에는 전혀 코를 골지 않았는데, 나이 먹으니 좀 피곤하면 코를 골게 된다. 이 날도 그랬는데, 드르렁~ 드르렁~ 하고 본격적(?)으로 고는 게 아니라, 커릉~ 하다가 소리에 놀라 깨고, 이내 다시 잠 들었다가 또 커릉~ 한 뒤 화들짝 놀라 깨기를 반복했다. 반복적이지 않은 소음이 더 신경 쓰인다고 하던데, 같은 방을 쓰는 사람에게 미안했다.

 

일곱 시에 일어나 캐리어를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방이 좁아 캐리어를 펼칠 수 없으니 리셉션으로 쓰는 거실에 가는 수밖에 없다. 처자 한 명이 화장을 하고 있기에 고개만 까딱~ 하고 갈아입을 옷을 꺼내고 있노라니 처자가 켜놓은 유튜브 영상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한국 사람인 모양이다.

그 날 입을 옷을 들고 샤워실에 들어갔고, 호다닥 씻고 나와 캐리어를 방에 올려 두고 노면 전차를 이용해 마쓰야마 역으로 향했다.

 

《 도고온센 역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봇짱 열차 》

 

《 평일에는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휴일의 특정 시간에만 별도의 운임을 내고 탈 수 있다 》

 

《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조용했다 》

 

《 자전거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

 

《 노면 전차는 오사카/오카야마/히로시마에서 이미 타봤지만, 탈 때마다 재미있다 》

 


마쓰야마 → 다카마쓰

 

가지고 있는 세토우치 패스를 이용해 자동화 기기에서 표를 받으려 했는데 잘 안 된다. 헤매다가 결국 표를 받지 못해 옆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표를 받았다.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자유석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굳이 지정석 표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자유석에 앉을 만한 자리가 없을 수도 있는 거고, 지정석을 이용한다고 해서 추가 요금이 드는 게 아닌지라 꾸역꾸역 지정석 표를 발급받아 이용했다.

 

《 역시 조단이 짱이시다 》

가타가나 표기를 읽으면 죠루단이 되는데, 대중 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방법과 시간을 알려주는 사이트다. 구글보다 이 쪽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 시에는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영어를 지원하지만 일본어 사이트로 들어가서 번역기 돌리는 게 낫다. 출발 역, 도착 역을 입력할 때에는 영어로 입력해도 되니까 외국인도 충분히 쓸 수 있다.

 

이 날 타는 열차가 중간에 분리되어 반은 다카마쓰로, 나머지 반은 오카야마로 간다. 마쓰야마에서 다카마쓰로 가는 특급 열차는 이시즈치(石鎚: いしづち), 마쓰야마에서 오카야마로 가는 특급 열차는 시오카제(潮風: しおかぜ)라는 이름이다. 세토우치 패스가 있다면 둘 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여덟 시 반이 갓 넘었는데 열차는 아홉 시가 넘어 출발하는 것이어서, 뭐라도 먹어서 배를 채우려 했다. 실내로 들어가면 여러 가게가 아침 일찍부터 영업 중이었는데 에히메시야라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마쓰야마가 위치하고 있는 에히메 현(県: けん)과 밥을 뜻하는 메시(飯: めし)에 가게를 의미하는 야(や)가 붙어 완성된 이름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이 유부 초밥을 포장하고 있었기에 뒤에서 기다렸다. 입구에 커다란 키오스크가 두 대나 있는 것으로 보아 포장만 사람을 통해 주문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여기에서 먹는 것도 주문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 있는 키오스크를 가리키며 이용해달라고 하더라. "아... 아~" 하고 어벙한 표정으로 멈칫거리니까 직접 나와 키오스크를 눌러가며 이용 방법을 알려줬다. 터치 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를 조작하는 건 우리나라와 다를 게 없으니까, 와사비 유부 초밥(이라고 쓰여 있는데 와사비 맛은 1도 안 났다. 그냥 유부 초밥과의 차이는 밥 위에 엤는 초록 잎사귀 뿐이었는데, 저게 와사비 잎인가?) 네 개와 커피를 주문했다.

 

《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폭식하지 말자 생각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마쳤다 》

 

《 위에 쓴 것처럼, 오카야마와 다카마쓰로 가는 열차가 분리됨을 친절히 안내해주고 있다 》

고정된 텔레비전을 통해 안내되고 있었는데 오카야마까지 가는 사람은 1~5호차에 타면 된다(4, 5호 열차가 자유석). 다카마쓰까지 가는 사람이라면 6~8호 차를 이용하면 된다(6, 7호 열차가 자유석). 역무원에게 물어봐도 친절히 안내해주고, 자동화 기기를 이용할 경우 목적지에 따라 자동으로 좌석이 주어지니 문제 될 게 없다.

 


 

플랫폼으로 올라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섬의 가장자리에 난 길을 달리는 열차라서 바다를 보며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표를 끊어준 역무원이 센스 있게 딱 그런 자리를 줬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느긋하게 창 밖을 보고 있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이 차에 오르자마자 뭔가를 먹기 시작한다. 음식 냄새가 나니까 갑자기 멀미가 시작됐다.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면서도 기차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도식락 먹는 문화가 참 신기하단 말이지. 전쟁 때 병사들을 기차로 실어나르면서 밥 먹는 시간 아끼겠답시고 먹이기 시작한 게 에키벤의 유래라고 하던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사실이다.

 

《 제철소인지 뭔지 거대한 공장이 있어서 그런지 포항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

 

 

예전에는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다섯 시간 넘게 배를 타도 멀미를 안 했는데, 이제는 기차에서 멀미를 하다니... 나도 이제 다 됐고나 싶어 조금 서글퍼졌다. 스마트 폰을 보다가, 눈을 감고 멀미를 진정시켰다가, 좀 가라앉았다 싶으면 또 손전화를 들여다 보고, 그러다 또 눈 감고 기절 모드... 이 짓을 반복하는 사이 다카마쓰에 도착했다.

 

《 바로 옆에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에 경치 구경하기에 좋다 》

 

 

게이트에 표 두 장을 겹쳐서 넣었는데 에러가 나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역무원에게 가서 표를 보여주니 지정석 표만 가져가고 패스는 돌려줬다. 세상 무뚝뚝한 표정이라 조금 신기했다.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의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표정을 보는 건 드문 일이니까 말이지.

 

역 건물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서 들어갔다. 우동 택시를 타볼까 싶어 "우동 택시라는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만..."이라 하니까 그렇다면서 찌라시를 한 장 건네준다. 전화번호 말고는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기에 "직접 전화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QR 코드를 찍으면 홈페이지에 있는 안내를 볼 수 있다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일단 역 바깥으로 나갔다.

 

《 생각보다 역 건물이 크고 깔끔했다 》

 

 

분명히 미리 알아봤을 때에는 한 시간 코스가 있었는데, 홈페이지에는 두 시간, 세 시간 코스만 안내되어 있었다. 일행이 두 명 정도 더 있어서 세 명이 나눠 낼 수 있었다면 두 시간 코스 정도는 이용해볼만 하다 싶은데, 나는 혼자였으니까 저 돈을 오롯이 다 내야 한다. 너무 아깝다. 저 돈을 벌려면 시간 외 근무를 몇 시간 해야 하냐. 바로 포기했다.

다카마쓰에 간 건 딱히 갈 데가 없기도 했거니와 같은 시코쿠에 있으니 가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동을 좋아하니까 우동 택시를 타고 다니며 배를 채우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를 대충 둘러보는 걸로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동 택시가 너무 비싸 포기하게 되니 할 일이, 갈 데가 없어지고 말았다.

 

 

일단 돌아가는 열차의 시간을 알아봤다. 너무 늦으면 힘들 것 같으니까 다섯 시 전에 출발해서 일곱 시 반 무렵에 도착하는 열차는 타야겠다 싶더라. 혹시 몰라 다음 열차의 시간까지 알아본 후 근처에 가볼만 한 곳이 있나 알아봤더니 리쓰린 공원이 있다고 나온다. 응? 리쓰린 공원은 가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맞다. 2018년에 마사미 님이 데려다 주셔서 같이 갔던 적이 있었더랬다. '7년 전이긴 하지만 한 번 가봤으니 다른 곳에 가는 게 나으려나?', 잠시 고민했지만 딱히 내키는 곳이 없어서 그냥 리쓰린 공원에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검색해보니 JR로 갈 수 있다고 나와 그냥 전철을 타기로 했다.

 

 


리쓰린 공원

 

《 역에서 내려 공원까지는 걸어서 5분이 채 안 걸린다 》

 

《 일본스러운(?) 날씨와 경치라서, '그래! 이런 게 그리웠다고!' 하며 기분 좋게 걸었다 》

 

《 공원의 북쪽 출입구에 도착했다 》

입장료는 410円

 

 

평일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매화 밭에서 다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몇 년 전이었다면 대체 왜 꽃 사진에 환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을텐데, 이제는 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이리저리 손전화를 들이밀고 수십 장을 찍고 나서 자리를 떴다. (°ー°〃)

 

 

《 QR 코드를 찍으면 번역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

 

 

봉우리에 올라가니 예전에도 여기에 와서 경치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댔던 게 떠올랐다.

https://40ejapan.tistory.com/140

 

⑤ 다카마쓰 여행 (다카마쓰 성, 리쓰린 공원,...)

【 기상! 】뜨거운 물에 푸욱~ 담궜다 나와서 슬슬 자볼까~ 하고 누웠는데 꽤 덥게 느껴진다. 온도 설정을 보니 23℃. 냉큼 18℃로 낮춰 놓고 잤다. 자다가 새벽에 깼는데 살짝 춥더라. 하지만 이불

40ejapan.tistory.com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사공이 설명을 해주는 걸 들으며 배 위에서 유람하는 게 있어서 이용해보기로 했다. 620円을 내고 표를 구입하면 언제까지 배 타는 곳으로 가라고 안내를 해준다. 어떻게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는지 한국어로 쓰인 주의 사항을 건네주더라.

 

 

시간이 남아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모이라는 시간보다 2분 정도 앞서 배 타는 곳에서 기다렸다. 허리에 벨트처럼 차는 구명 장비를 건네주고, 모자도 쓰라고 했다. 삿갓처럼 생긴 모자는 관광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씌우는 건 줄 알았는데,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 따위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 하더라. 같이 배를 타는 다른 분들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나한테도 물어보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일본어를 잘한다며 칭찬을 해줬다. 같이 배를 타는 아주머니들도 감탄하고.

일본에서 1년 6개월을 살았는데, 일본어 배우겠다고 학교까지 다녔는데, 5년 동안 다 까먹고 고작 이 실력이라는 건 차마 말할 수 없었다. ㅋㅋㅋ

배에 오르자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해서 내 손전화를 건넸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들과 같이 나온다고, 괜찮냐고 묻기에 "아유~ 괜찮아요~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문제 없습니다."라고 했는데 그게 좀 이상했는지 같이 앉은 아주머니들이 빵~ 터졌다. 뭔가 실례를 한 건가 싶어 부랴부랴 수습한답시고 버벅거렸다.

 

 

 

출발하기 직전에 거대 수중 생물들에게 식사를 조공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냥 봐도 그 수가 엄청났는데, 밥을 뿌렸더니 아주 난리가 났다. 어디에 있다 온건지 엄청난 수의 잉어들이 몰려와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더라. 잡으면 안 되는 잉어를 잡은 뒤 고아서 아픈 부모에게 먹인 효자 이야기가 꽤 전해져 오는데, 저기 있는 잉어면 전국의 효자들이 몇 년 동안은 걱정없이 살아도 되겠다 싶었다.

 

 

 

 

 

 

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깊지 않았다. 그래서 노를 젓는 게 아니라 장대로 바닥을 밀어내며 전진한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시긴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30%도 못 알아 들었다. 아니, 저것도 솔직하지 않다. 20%도 못 알아 들었다. 1년 6개월 공부해서 5년 동안 안 썼으니 잊는 게 당연하다지만, 너무 까먹었다 싶어 속이 상했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설명을 들은 뒤 사진을 찍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배에서 내렸다.

 

《 여기는 유료 시설이라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

 

 

차와 과자를 준다고 하지만 700円은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난 번 방문 때에는 가지 않았던 것 같아 이번에는 가보기로 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면 신발을 담는 주머니를 준다. 거기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넣은 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으면 차와 과자를 가져다 준다.

 

《 차는 제법 진했지만 양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과자는 그저 흔한 모나카였다 》

 

《 목조 건물의 다다미에 앉아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건 일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경험 》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교토의 에이칸도에서 망중한을 즐겼던 경험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남아있는데, 그 때와 비슷한 분위기여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사람만 없었더라면 한 시간 정도는 마루에 앉아 다리 덜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왔을텐데, 오가는 사람이 제법 있어서 지나다는 데 걸리적거릴까봐 잠시 머물렀다가 빠져 나왔다.

 

 

 

배가 고파 뭐라도 먹고 싶었다. 배를 타러 가는 길에 기념품과 우동을 파는 가게가 있긴 했는데, 우동을 먹으려다 단체 손님이 이제 막 들어가는 것을 보고 포기했더랬다. 배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한참 걸었기에 다시 그 가게로 향하는 건 무리. 대충 둘러봤다 싶어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다카마쓰까지 가서 우동을 먹지 않으면 아쉬우니까, 근처에 있다는 우동 가게를 목적지로 찍어 놓고 공원을 빠져 나갔다.

 


마코토 우동

 

《 고가 위로 달리는 한 량 짜리 전철도 참 일본스럽다 》

 

 

《 구글 지도를 보고 찾아간 우동 가게는 무척이나 허름했다 》

한국인 리뷰가 꽤 있는데 죄다 호평이기에 10분 넘게 걸어 찾아갔더랬다. 그런데 외관은 너무 허름했다.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쭈뼛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 테이블 정도가 차 있었다. 한 명이라고 하고 빈 자리에 앉았다. 4인용 자리에 앉았는데도 옮겨달라고 하지 않았다.


가게 이름은 마코토 우동입니다. 구글 지도에서는 Makoto Udon으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가격이 무척 싸고, 맛도 좋습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우동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호다닥 한 끼 때울 수 있는, 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인데 딱 거기에 걸맞는 수준입니다. 우동도 맛있었지만 곤약이나 치쿠와도 싼 가격에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어디를 가도 내 주문은 키츠네 우동 》

 

《 곤약과 치쿠와도 하나 집어들었다 》

저렇게 먹고 낸 돈이 410円. 우리 돈 4,000원 정도니까 요즘의 물가(우리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도 물가가 미친 듯 오르고 있습니다)를 생각한다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 주택 단지 1층에 자리 잡은 이발소 》

 


리쓰린 공원 → 다카마쓰 역

 

《 일하는 사람이 없는 무인 역 바로 옆에 자그마한 이나리 신사가 있었다 》

 

《 플랫폼에 올라간 지 얼마 안 되어 전철이 도착했지만 반대 방향이었다 》

 

 

선로는 하나인데 양 방향으로 전철이 왔다 갔다 한다.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내 머리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최첨단 기술이다. (⊙_⊙;)

 

《 일부러 흑백으로 만든 건지, 색이 바랜 건지, 아무튼 분위기 있게 잘 만들었다 》

 

《 구간 별로 요금이 올라가는데 내가 탔을 때 최고 요금이 1,640円이다. ㄷㄷㄷ 》

 

일본의 시골에 가면 역무원이 없는 무인 역이 꽤 많다. 그런 곳에 내릴 경우에는 전철 운전사가 표를 확인한다. 나는 JR을 마구(?) 탈 수 있는 패스 중에서도 최강에 속하는 세토우치 패스가 있었던 지라 JR을 탈 때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ㅋ

 

역에서 마쓰야마로 돌아가는 지정석 표를 받은 뒤 시간이 남아 역 건물에 있는 여러 상점을 기웃거렸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건물도 깨끗하고 가게들도 반짝거렸다.

 

《 생 초콜렛으로 유명한 로이스 팝업 스토어가 있기에 구경을 했다 》

감자 칩 모양으로 만든 초콜릿이 있기에 회사 동료들과 나눠 먹으려고 두 상자를 구입했다. 나중에 보니 일반 초콜릿은 다른 로이스 매장에서도 팔고 있었지만 하얀색의 치즈 맛인가 뭔가는 여기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

 

《 UFO 캐쳐에 걸려 있는 상품이 한국 김이었다. ㅋㅋㅋ 》

 

100円 샵 같은 게 있기에 구경하러 들어갔다. 맘에 드는 카라비너가 몇 개 있었는데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내려 놨다. 다카마쓰라고 쓰여 있는 마그넷이 있다면 사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고, 키링 하나와 사원증에 쓸 목걸이 줄만 두 개 사들고 나왔다. 얼마 안 되지만 거스름 돈으로 동전이 생기는 게 싫어서 IC 카드가 되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 제법 큰 건물에 입점한 가게인데도 현금만 받는고나.

말 타고 산 보듯 대충 둘러보긴 했는데, 서점이 두 개나 들어와 있다는 게 놀라웠다. 서점은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둘 다 규모가 꽤 컸다. 교보문고 말고는 서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우리나라인데, 대단하다 싶더라. 한국어로 설명이 되어 있는 일본어 교재를 사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대충 둘러보고 플랫폼으로 향했다.

 

세토우치 패스와 지정권 티켓을 겹쳐서 개찰구에 넣었는데 이 건방진 기계가 금쪽같은 내 표를 퉤! 하고 뱉어낸다.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플랫폼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 해지는 시골 역 앞의 자그마한 라면 가게 》

 

 


 

《 마쓰야마에 도착하니 동~ 그란 달이 무척이나 예쁘게 떠 있었다 》

 

회사 동료들이 사달라고 부탁한 게 있어서, 어차피 장 보려면 가야 하니까, 위치를 미리 알아놓을 겸 역에서 오카이도의 돈키호테까지 걸어 갔다. 가는 동안 보름달이 참 예쁘게 떠 있어서 신호에 걸려 멈출 때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실제 보이는 것보다 한~ 참 부족하다.

 

《 지인이 부탁한 건데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싸다고 안 사도 되겠다고 하더라 》

 

《 좋아하는 치약인데 노란색 케이스는 단종 됐는지 안 보였다 》

 

《 가장 좋아하는 섬유 유연제! 》

 

《 그 회사에서 종이 방향제를 만들었다! 무조건 산다! 》

 

《 존스 블랜드에서 별에 별 상품을 다 내놓기 시작했다 》

 

여행 이틀 차에 불과하니까 벌써부터 뭔 사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대충 이런 상품이 있고나 정도만 파악하고, 구입은 하지 않았다.

 

《 에히메 현청이 있긴 하지만 그리 큰 도시는 아닌데, 저런 가게가 있더라 》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오카이도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식을 파는 가게가 꽤 있었다. 고작 며칠 여행하면서 한식 타령하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겠지? 나도 젊었을 때에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러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닷새 정도 지나니까 돈 줄테니 먹으라 해도 절래절래하던 신라면이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Д°)

 

《 달 사진 찍는 걸 포기하지 못했다. ㅋㅋㅋ 》

 


 

오카이도에서 노면 전차를 탔다. 손전화를 보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방 도착. 내려서 상가를 걷다가, 이마바리 수건을 파는 가게가 보여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선물할 수건을 샀다. 면세를 받았는데도 16만 원이 넘어갔다. 그래서 이 날 쓴 돈이 확~ 늘어난 거다. 수건 하나에 2만 원 꼴이다. 한국에서 송월 타월을 한 장에 2만 원 주고 사라 그러면 미쳤냐고 했을 텐데... 여행을 가니 그렇잖아도 희박했던 개념이 거의 소멸했다.

 

《 수도꼭지에서 여러 종류의 귤 쥬스가 나오는 가게 》

여기저기에서 소개된 덕분인지 사람들이 항상 바글거렸다. 경험 삼아 먹어볼까 싶었지만 소주 잔 하나가 400円이라 하니 너무 아깝더라. 결국 간판만 찍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 방에 들어가니 잘 생긴 총각이 일본어로 일본 분이냐고 묻는다. 일본어로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한국어로 "아, 한국 분이시고나~"라고 한다. ㅋㅋㅋ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일행보다 며칠 일찍 도착해서 혼자 다니고 있단다. 2주 동안 여행한다고 해서 놀랐다. 오늘은 어디 안 가냐니까 더 갈 데가 없다고, 돈도 없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같이 마시러 가지 않겠냐고, 내가 내겠다고 주접을 떨었겠지만 처음 만난 사람한테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그러시냐 하고 말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호스트가 온천에 가냐고 묻기에 마시러 간다니까 놀라는 척 하면서 "화이팅!"이란다. ㅋㅋㅋ   이틀 만에 술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 전 날 갔던 가게에 또 갔다 》

깔끔하고, 친절하고, 맛있는데, 오질라게 비싸다.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한 캔을 다 마시고 나자 졸음이 밀려와서, 나머지 한 캔은 침대 머리 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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