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 つ는 쓰/쯔/츠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에 오는 글자,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마쓰야마'로 통일하는 분위기가 있(다기보다 국립 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맞추면 저렇다고...)습니다. 저는 '마츠야마' 쪽이 보다 더 실제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곳에서 '마쓰야마'로 표기하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렇게 쓰려고 합니다.
처음 계획은 11일에 퇴근해서 → 버스를 타고 인천 공항까지 이동한 뒤 → CGV 쪽으로 가서 구석에 찌그러져 쪽잠을 자다가 →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먹었다. 공항의 고급 대리석 바닥에서 덜덜 떨며 시간을 보내다가 살짝 돌아간 입으로 여행지에 도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아프긴 하지만 청춘은 고사하고 초췌에 가까운 몸뚱이니까, 돈과 편안함을 바꾸는 게 당연한 나이(20대, 아니 30대 중반까지의 나였다면 하루 숙박비로 10만 원을 쓰는 지금의 나를 보면 '미친 놈 아니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을 게 분명하다)니까, 다락휴에서라도 자야겠다 생각하고 빈 방이 있나 알아봤지만 대한민국에는 돈 많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더라. '저 따위로 가격 책정을 했는데 안 망한다고?' '뭐?' '장사가 잘 돼?!' ← 이게 다락휴의 가격을 본 내 머리 속인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빈 방이 없었다. 그리하여 출발을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주차장을 예약했다. (운암 역 근처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한 후기는 따로 올리겠습니다요.)

일곱 시 비행기니까 다섯 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요즘 인천 공항이 미어터진다고 하니 네 시 언저리에는 인천 공항에 발을 들여놔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사는 곳에서 인천 공항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나오니까 두 시 반에 출발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해서 캐리어 한 쪽에 갈아입을 옷들을 구겨 넣은 뒤 두 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21시 무렵에 잠이 들었다. 눈 감은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기절하긴 했는데, 못 일어나서 비행기를 놓칠까봐 불안했던 모양인지 자정 무렵에 깬 뒤부터 찔끔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알람을 꺼버리고 두 시가 살포시 넘었을 때 침대에서 빠져나와 호다닥 샤워를 한 뒤 집을 나섰다.
출발할 때까지는 귀찮다는 생각이 좀 있어서, 그냥 방에서 뒹굴었음 좋겠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차에 올라 출발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도로가 휑~ 하니까 항상 막히는 구간도 금방 빠져나가게 된다. 1차로를 막고 세월아~ 네월아~ 달리고 있는 트럭을 피해 2차로로 추월을 하는데도 욕이 안 나온다. ㅋㅋㅋ
차가 없는 건 좋은데, 도로가 너무 어둡다. 게다가 어느 정도 가니까 공사 중이라며 속도를 80㎞/h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주변이 아예 안 보여서 몹시도 하이빔이 마려웠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에 폐 끼칠까 싶어 최대한 눈에 힘주고 운전하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차들을 보니 아무렇지 않게 하이빔을 켜고 달린다.
어디서 그러던데, 나는 복잡 미묘한 착한 사람이고 나 이외의 사람은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고. 그런데 안 보인다고, 안 보이는 와중에 쌔려 밟고 싶다고, 맞은 편이나 앞에 있는 차가 눈뽕을 맞거나 말거나 하이빔 켜대면, 그건 그냥 나쁜 사람 맞지 않나?

예약한 지하 주차장 입구에 도착하니 지정 차량으로 인식하며 차단기가 올라갔다. 지하 1층, 2층, 3층은 차가 별로 없었는데 주차가 가능한 4층에 내려가니 대부분의 자리가 차로 채워져 있었다. '마음 편하게 5층까지 내려갈까?'라 생각하던 차에 기둥 옆 빈 자리를 발견해서, 잽싸게 차를 세웠다.
한 방에 깔~ 끔하게 주차했는데 옆 차와 기둥 때문에 뒷 문을 열 수가 없다. 그대~ 로 전진해서 뒷문을 열고 캐리어를 꺼낸 뒤 다시 후진해서 주차 완료.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 큰 길 쪽으로 가니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여러 대가 보였다.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고 뒷좌석에 올라 타 스윽~ 둘러 봤더니 조수석은 잔~ 뜩 앞으로 당겨져 있고 가습기도 있는 등 굉장히 손님 친화적인 택시였다. 그런데... 담배 냄새가 난다. (#°Д°)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잠기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왔다. 선루프도 들려 있단다. 응? 뭐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며칠 전에 선루프를 한 번 열긴 했지만 끝까지 잘 닫았는데? 게다가 내가 문을 잠그지 않을 리가 없잖아? 예전에 앱 오류로 인해서 잘 잠궈놓은 차가 열려 있다며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또 그런 오류가 발행하는 걸까?
뭐... 정말 안 잠겨 있더라도 누가 지하까지 내려가서 털어 가겠어... 다행히 지하 주차장이니까 누가 열어보거나 하지 않을 거야. 설사 누가 열어본다 한들, 훔쳐갈 것도 없는데, 뭐... 다시 돌아가달라고 말하는 게 꺼려져서 그렇게 혼자 '저 포도는 실 거야'를 시전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인터넷의 이용 후기를 보니 공항까지 13,000원 정도 나왔다던데 나는 13,600원이 찍혔다. 제주 항공 카운터로 가서 셀프 체크인을 하려다가, 그냥 줄을 섰다. 모바일 탑승권을 이미 발급한 상태였기 때문에 짐만 맡기면 되는지라 수속은 금방 끝났다. 예전과 달라진 건 보조 배터리의 용량을 확인했다는 것 정도?
비행기 내에서 보조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테이프를 붙인다는 말도 있었는데 전용 파우치가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더라.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 여기저기에 자그마한 테이블이 보였고, 그 위에는 보조 배터리에 대한 조치를 안내하는 종이와 소품들이 올라가 있었다. ① 전용 파우치를 쓰거나 ② 투명한 비닐에 넣거나 ③ 절연 테이프로 포트를 막거나 해야 하는데 셋 다 할 필요는 없고, 하나만 하면 된단다. 대신 보조 배터리는 반드시 소지하고 타라는 안내가 되어 있었다.

《 여러 번 가봤답시고 이제는 신기한 느낌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즐거운 곳이긴 하다 》
1층으로 가서 와이파이 도시락을 받고, 화장실에 가서 몸을 살짝 가볍게 한 뒤 5번 출국장으로 향했다. 24시간 열려 있는 출국장은 3번인데 줄이 길더라고. 5번이 다섯 시부터 연다고 되어 있었는데 얼추 시간이 되었기에 그 쪽이 빠를 것 같았다.
스마트 체크인은 모자를 벗지 않아도 안면 인식이 된다. 들고 타는 가방에 뭔가 미심쩍은 게 있었던 모양인지 자세히 봐도 되겠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앞 주머니를 이리저리 살펴 보더라. 일본 동전을 넣어놨는데 그게 걸렸던 모양이다. 보안 검사까지 마쳤는데 다섯 시 반도 안 됐다. 괜히 서둘렀나 싶기도 했지만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면세점에 가서 인터넷으로 구입한 것들을 받았다. 자잘한 것들이라 따로 종이 가방을 받지 않고 등에 짊어지고 있던 가방에 대충 구겨 넣은 뒤 비행기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문 연 가게가 없었다. 탑승구 바로 앞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는 준비 중이었고.
졸음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자세가 불편하니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꾸벅꾸벅 졸다가 탑승을 시작하겠다는 안내를 듣고 줄을 섰다. 비행기는 만석까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채워진 상태. 수하물을 맡길 때 보니까 골프 백 맡기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었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많아 보였다.
출국 & 입국

《 비행기에 올라 자리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밖이 어둑어둑했었는데... 》

《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금방 동이 터 날이 밝아 왔다 》

《 잔뜩 낀 아침 안개 때문에 판타지 소설의 배경처럼 나온 인천 대교 》




《 한 시간 남짓을 날아 마쓰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

《 마쓰야마 공항의 첫 인상은 프로펠러 항공기와 거대한 공장 때문에 뭔가 낡은 이미지로 새겨졌다 》

《 공항 건물로 바로 들어가는 연결 통로는 없고, 활주로로 내려가 걸어 들어가야 한다 》


《 응? WiFi ID가 123456? ◉_◉ 》
도쿄의 나리타 공항이나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은 한국 사람들이 워~ 낙 많이 가다 보니 입국 심사가 오히려 간단한데, 요나고 같은 지방 공항은 오히려 더 빡쌘 경향이 있다. 마쓰야마 공항도 짐 검사나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후기가 제법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방도 다시 뒤져볼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묻지 않아 금방 통과했다. 순식간이었다. 그렇지, 마쓰야마가 사람을 제대로 보는 고만.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엣헴~

입국 심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가면 작은 공항의 왼쪽 부분이다. ■□□□□ ← 대략 이 정도? 반대 쪽으로 걷다 보면 안내 데스크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한국인에게만 제공하는 무료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는데 나는 앞에 가니 바로 쿠폰을 주더라. 고맙다고 인사한 뒤 쿠폰을 받아들고 버스 타는 곳(□□□□■)으로 향하다가 다시 돌아가 출발 시간을 확인했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어 버스를 못 타는 일도 있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나는 일찌감치 나온 편이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니 버스가 서 있고 그 앞을 유니폼 입은 기사님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어디까지 가냐고 묻기에 "도고 온센마데 이키마스(道後温泉まで行きます。: 도고 온천까지 갑니다.)."라고 했더니 가장 오른쪽에 있는 버스 쪽으로 안내를 해줬다.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고 버스에 올랐더니 아무도 없다. ㅋ

《 2×2 배열에 파란 시트의 전형(?)적인 일본 버스 》
공항에서 숙소까지

출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고, 달리 할 것도 없는지라 와이파이 도시락을 켜서 접속을 했다. 손전화(갤럭시 S23 울트라)부터 접속을 하고, 태블릿(갤럭시 탭 S9 울트라)도 와이파이에 연결하려 했는데 자동으로 되어 있다. 어라? 내비게이션 용도로 쓰고 있는 다른 손전화(갤럭시 S20+)를 보니 이 녀석도 자동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와~ 세상이 정말, 점점 살기 좋아지는고만. ㅋ
차에 앉아 멍 때리고 있자니 나른해진다. 집에서 자고 갔는데도 이러니 노숙했으면 정말 혼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 후 친구 사이로 보이는 남자 두 분이 버스에 올랐고, 그 뒤에 모녀로 추측되는 여자 두 분이 버스에 탔다. 그렇게 다섯 명을 태운 채 출발.


《 이렇게 보면 일본이 아니라 중국 어디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

《 공항 주변이 제대로(?) 공장인지라 뭔가 좀 삭막한 분위기 》

《 숙소까지는 제법 가야 했다 》

《 여기서도 대관람차를 보게 되는고나 》
후기를 보면 저걸 탔다는 사람들이 꽤 많던데, 나는 일주일 내내 머물면서도 저건 타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는 여권을 보여주면 무료였다는데, 지금은 무료가 아니라 할인을 해주는 걸로 바뀐 것 같다.

《 카니도라쿠? 》
거대한 게가 앞다리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기에 '설마 카니도라쿠인가?' 싶었는데, 맞더라. 오랜만에 한 번 가볼까 싶었는데, 못해도 10만 원은 써야 할 것 같아서, 제대로 먹고 마시면 15만 원은 우습게 깨질 것 같아서 망설이다 결국 가지 않았다.

《 바이크 번호판이 구름 모양이라 신기했다 》
버스가 도고 온천에 도착했다. 어떻게 아냐고? 스타벅스가 바로 보였거든. ㅋ
캐리어를 받아 든 뒤 나는 이 동네를 잘 안다는 듯 허세를 부리며 구글 지도를 보고 숙소로 향했다. 들들들들~ 바퀴 소리가 요란해서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역에서 엄청 가깝다는데 생각보다 많이 간 거다. 이상하다 싶어 구글 지도를 확인해보니 목적지가 바뀌어 있다. 아니, 왜?!

《 저 앞의 좁은 길로 가라기에 갔더니 바퀴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들고 걸었다. (⊙_⊙;) 》
다시 목적지를 설정하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라고 한다. 쪽 팔린다. ㅋ

《 노면 전차 종점이 근처에 있었다 》



《 숙소에 도착! 일반 가정 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다 》
이른 아침이라 체크인은 할 수 없다. 짐만 놓고 나와야 하는데 입구에서 웬 처자가 캐리어를 펼쳐놓고 짐을 정리하고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한~ 참을 그러고 있기에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다 싶어 옆으로 살~ 짝 비켜 들어간 뒤 거실 한 쪽 구석에 캐리어를 두고 그대로 나왔다.
마쓰야마 성
마쓰야마의 노면 전차는 크게 네 개의 라인이 있는데 에히메 현청과 마쓰야마 시청이 있는 중심가와 외곽을 연결하는 라인이 두 개, 중심가와 시청, 중심가와 온천을 연결하는 라인이 각각 하나씩이다. 도고 온천 역은 종점이자 무인 역이라서 역무원이 없다. 아니, 있긴 한데 사무실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보기 어렵다. 역 건물은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역에서 맞은 편을 보면 로손 편의점이 보이는데 그 앞이 버스 정류장이다. 그리고 로손 편의점 맞은 편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스타벅스 건물이 역이라는 걸 모르고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서 가장 가까운 역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ㅋ
이번 여행에 세토우치 패스를 썼는데 사용 기간이 일주일이다. 도착한 날은 딱히 쓸 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바꿔 놓긴 해야 했다. JR에서 발행하는 패스이기 때문에 JR 역으로 가야 하는데 도고 온천 역은 JR과 아무 관계가 없다. 그걸 모르니까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패스 예약증을 보여주면서 바꾸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봤다. 잘 모르시는 모양인지 한~ 참을 찾아보시더라. 대충 이런저런 조언을 받은 뒤 밖으로 나갔다. 곧장 마쓰야마 성에 갈 생각이었고, 그러려면 오카이도 역에 내려야 했다.
노면 전차가 와서 올라탄 뒤 터치 패드에 카드를 댔는데 반응이 없다. 우리나라의 버스나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구간 별로 요금이 달라질테니 탈 때도 찍어야 할텐데?' 싶은데 반응이 없으니 무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면 전차는 달랑 한 역을 가든, 시점에서 종점까지 가든, 같은 요금이었다. 현금으로 내면 230円이고 스이카나 이코카 같은 IC 카드를 사용하면 210円이다.
열차 안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는 동안 오카이도 역이 가까워졌다. 내릴 때가 다가오자 고민이 됐다. 아무래도 패스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리지 않고 그냥 JR 마쓰야마 역까지 갔다.

《 도고 온천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봇짱 열차 》
도고 온천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 도련님 』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그닥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라기에 도서관에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 비행기 안에서 읽을 생각이었다. 이었다…… 라는 건 안 읽었다는 얘기다. 예전에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읽어 봤지만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르겠더라. 대체 왜 그렇게 대단한 평가를 받는가 싶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니까 딱히 끌리지 않았다.

《 도고 온천 역 되시겠다 (저 스타벅스는 안 가봤다) 》

《 JR 마쓰야마 역 》

《 좀 낡은 느낌이다 싶더라니 공사가 한창이었다 》
역은 한창 공사 중이라 안으로 꽤 걸어들어가야 했다. 자동화 기기를 통해 패스를 발급 받으려고 손전화에 저장한 QR 코드를 들이댔는데 계속 오류가 난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에 포기하고 바로 옆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 예약증을 보여주고 패스를 발급 받았다. 예약증을 종이로 뽑아가길 잘 했다. 확실히, 일본은 아날로그로 백업이 되어 있어야 든든하다. ㅋ
시모나다 역에 가보고 싶었기에 패스를 이용해서 시모나다 역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갈 수 있습니다)하고 나왔다. 이코카에 얼마 남았나 보니 7,000円 남짓 되기에 10,000円을 더 넣고(이코카 같은 IC 카드는 최대 20,000円까지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싶었는데 충전하는 기기가 안 보이더라. 그래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물어봤더니 마쓰야마 역은 IC 카드를 쓰지 않는 역이라서 편의점에 가 충전해야 한단다. 에? IC 카드가 안 됐던가?
그렇게 알려주니 알려주는대로 해야지, 뭐. 근처에 있는 세븐 일레븐으로 향했다. 유학과 여행을 더하면 일본에서 보낸 시간이 2년 정도는 될 터인데 편의점에서 충전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IC 카드를 충전하고 싶다 하니 카드를 올리고 돈을 넣으면 된다고 방법을 알려준다. 일본에서는 충전을 쥬우덴(充電: じゅうでん)이라 하지 않고, 차아지( charge: チャージ)라 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걸 깜빡하고 나도 모르게 "아이시 카도오 쥬우덴시타인데스가(ICカードを充電したいんですが···: IC 카드를 충전하고 싶습니다만)..."라고 해버렸다. 점원이 나한테 말려서 쥬우덴이라 했다가 바로 차아지로 고쳐 말하더라. ㅋㅋㅋ 쥬우덴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건 아닌데, 일본 사람 아니라는 걸 바로 알게 된다.

충전을 마치고 나와 근처에 밥 먹을만한 곳이 있나 찾아봤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일단 시내 구경도 할 겸 걸어서 마쓰야마 성까지 가보기로 했다.

《 쭉 뻗은 길을 보니 일본에 왔고나 싶다 》

《 노면 전차가 지나간다 》

《 거리를 지나는 차를 보니 오랜만에 일본 땅을 거닐고 있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
지난 해 말에도 일본 여행을 했었는데, 가이드 한답시고 하도 시달려서 그런지 전혀 여행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더랬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 얼마 걷지 않아 금방 마쓰야마 공원에 도착했다 》
새벽에 눈 뜬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않았기에 배가 너무 고팠다. 마침 푸드 트럭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기에 먹을만한 게 없나 둘러 봤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다. 그나마 요기가 되겠다 싶은 게 하나 있긴 했는데 사람이 없더라.


어슬렁거리다 고개를 들었는데 튀김빵(?)을 파는 곳의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방긋~ 웃어주시는데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트럭으로 향했다. 딸기 맛 빵 하나랑 레몬 사와를 주문했더니 850円이란다. 8,500원... 어디 가서 밥 사 먹을 돈인데...


《 트럭 맞은 편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 요기를 했다 》
빵은 이가 녹겠다 싶을 정도로 달았지만 허기져서 그런지 싫다는 생각없이(단 걸 싫어합니다) 쭉쭉 들어갔다. 레몬 사와도 맛있었고.
쓰레기를 트럭에 계신 사장님에게 드리고, 화장실에 갔다가 마쓰야마 성을 향해 출발했다. 멀지 않은 곳에 천수각이 보이긴 하는데 당최 길이 어딘지 보이지 않아서 공원 밖으로 나가 오르막 길을 향해 갔다(바보 짓이었습니다).

경사가, 미쳤다. 거짓말 안 하고, 두 발 걷고 나서 헉헉거렸다. 내 체력이 이 따위로 형편 없어졌나 자괴감 들고 힘들어...ㅆ다. 대각선으로 휘적휘적 걷는데도 힘들더라. 게다가 오르막이 상당히 길었다.
헉헉거리며 올라가니 상점이 나왔다. 바로 리프트를 타려고 했는데 표를 파는 곳이 안 보이더라. 공항에서 받은 무료 쿠폰에는 분명히 티켓으로 바꿔 타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상점에 가 티켓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저 앞이라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나오긴 했는데,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안 보인다.

《 뻘쭘하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1,000円 주고 냉우동을 시켜 먹었다 》
일본에서 우동이 갖는 위치가 '아무데서나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 되시겠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밥천국에서 먹는 김밥이나 라면 정도? 그래서 일본 친구가 밥 사주겠다고 할 때 우동 사달라고 하면 고작(?) 그런 걸로 되겠냐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그런데 내가 일본에 가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 우동이다. ㅋ 이번 여행에서도 열 그릇은 먹은 것 같다.
아무튼, 우동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봐도 표 파는 곳은 보이지 않아서, 쿠폰을 들고 리프트 타는 곳으로 향했다. 쿠폰을 내밀며 이걸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민다. 그래서 쿠폰을 줬는데 내려가는 거라며, 천수각에 가지 않아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공항에서 준 쿠폰은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부분만 도도독~ 뜯어 낼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 중 천수각 쿠폰도 있었다. 그걸 떼어내지 않고 같이 내미니까 천수각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나보다. 그리고, 리프트는 무료로 왕복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데 나는 걸어 올라갔기 때문에 내려갈 때 편도로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다. 아까 오르막 길을 향해 무작정 전진했었는데 그러지 말고 평지를 계속 걸어 리프트 입구까지 가야 했다. 에효~
천수각 보고 다시 오겠다 하고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바로 천수각으로 향했다.




《 높아서 마쓰야마 시내가 다 보인다 》





《 옛날 성이라서 경사가 보통 가파른 게 아니다 》
일본의 성은 대부분 새로 지어졌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한 뒤 에도(지금의 도쿄)에서 먼 곳에 있는 다이묘(지방 호족)들이 반란을 일으킬까 걱정되어 성을 무너뜨리게 한 경우도 있고, 미군의 일본 폭격 때 박살난 경우도 있다(오사카 성 같은 경우 20세기 기술로 새로 지어진, 현대 건물이라 보는 게 맞습니다). 수많은 성과 그 중심에 선 천수각 중 만들어졌던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 열두 개 뿐이다. 그 중 다섯이 국보로 지정이 되어 있고, 일곱은 중요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마쓰야마 성의 천수각은 중요 문화재에 속한다.



경사가 무척 가파르기 때문에 다리가 불편한 분들은 관람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안내도 일본어와 영어 뿐이라 일일이 QR을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전시물이 많지 않아 QR을 찍어가며 보는데도 금방 다 볼 수 있었다.




로프웨이·리프트
천수각 봤으면 볼 거 다 봤다. 다시 리프트로 향했다. 공항에서 받은 쿠폰을 그대로 주면 된다.

《 공중에 있는 줄 하나에 매달린 의자다 》
고소 공포증이 없기 때문에 이런 걸 타는 게 전혀 무섭지 않다. 하지만 이런 쪽에 약한 사람이라면 제법 무섭겠고나 싶더라. 의자에서 미끄러지면 바로 추락인데 안전망까지의 거리가 꽤 있다. 그냥 앉아 있으면 되니까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안전 장치 같은 게 없으면 못 타겠다는 사람도 제법 많으니까.



《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면 케이블 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 일본 제일의 귤 산지답게, 여기저기 온통 귤 나무다 》
東雲神社
근처에 신사가 있더라고. 딱히 가보고 싶다는 맘은 들지 않았지만 언제 가보겠냐 싶어 일부러 다녀왔다.





《 고양이 한 마리가 가만히 빵 굽고 있었는데 손전화를 들이대니 벌떡(?)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갔다 》

상점가


《 귤 주스로 유명한 10 팩토리 》

《 아래로 내려오면 바로 오카이도 상점가 되시겠다 》
빵도 먹었고, 우동도 먹었는데, 허기가 진다. 갑자기 코코이치방야의 카레가 먹고 싶어져서, 근처에 있나 찾아봤더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바로 그리 향했다. 가면서 보니까 공항에서 셔틀 버스 타고 오면서 봤던 카니도라쿠 맞은 편이다. 어라? 그럼... 그냥 카니도라쿠에 갈까? 가게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일단 오늘은 카레를 먹기로 했다.

3분 카레로 대표되는(?) 한국 카레와 코코이치방야의 카레는 맛이 아예 다르다. 일본에서 먹던 카레 맛이 그리워서 한국의 코코이치방야에도 가봤는데 희한하게 일본에서 먹던 것과 맛이 달랐다. 돈카츠 카레를 주문하고 맵기는 7을 선택. 예전에는 최고 레벨이 10이었는데 지금은 20까지 있더라. 다만, 10을 먹었던 사람만 15까지 주문할 수 있고, 15를 먹었던 사람만 20까지 주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뭐, 예전에 먹었었다고, 괜찮다고 달라 그러면 확인할 방법이 있겠냐 싶긴 했는데.
코코이치방야는 메뉴에 사진이 있으니까, 그리고 영어로도 쓰여 있으니까, 맘에 드는 걸 골라 '고레 구다사이(これください: 이거 주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맵기 단계를 선택해야 하는데 일본어로 맵기를 '카라사'라 하면 됩니다. 카라사와 이치(1)/니(2)/산(3)/시(4)/고(5)/로꾸(6)/나나(7)/하치(8)/큐우(9)/쥬우(10)라고 하면 되는데요. 맵기를 느끼는 건 개인 차가 있으니 이 정도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네요. 맵찔이라면 2 이하를 추천드리고요. 신라면 정도의 맵기를 원한다면 4나 5 정도가 좋습니다. 습습후후 할 정도의 맵기를 원한다면 7 이상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밥을 다 먹고 나와 편의점에서 오징어 안주(아타리메)와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슬렁슬렁 숙소로 향했다.



《 매물로 나와 있는 집인데, 꽤 비싸겠지? 》
도고 온천 근처



《 매 시 정각이 되면 인형이 튀어나와 쇼(?)를 보여주는 시계 》

《 시계 옆에는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

조금만 있으면 시계 쇼(?)가 시작될 시각이었기에 족욕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시계 쇼를 봤다. 오늘은 보는 걸로 만족하고, 다음에 영상으로 찍어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다. 유튜브 뒤적거리면 시계 찍은 영상을 숱하게 볼 수 있다. ㅋ

《 도고 온천 본관 》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 도고 온천 별관 》
공항에서 준 무료 쿠폰은 위 사진의 별관을 이용할 수 있는 녀석이다. 아침 여섯 시에 문을 여니까, 그 때 맞춰서 가면 깨끗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
근처에 무척 깔끔해보이는 바가 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더라고. 안에서 마실 수 있냐고 물으니 들어오라고 해서, 맨 구석 자리를 안내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 기본 안주로 주는 풀때기들 》
날마다 바뀌는 모양이다. 다음 날 갔을 때에는 다른 걸 줬다. 소금 간 된 풀때기라는 건 같지만서도.

《 지역 한정 맥주부터 주문했다 》
쓴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기 그지없는 맛이다. 꿀떡꿀떡 넘어간다.

《 쿠시카츠 가게였다 》
조개 관자와 새우를 주문했는데, 둘 다 별로였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말도 못하게 맛있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정도도 아니었다. 하나에 300円, 400円씩 하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 굴 튀김이 가장 맛있었다 》
소스의 힘인가봉가

《 다음 잔은 지역 한정 흑맥주 》
역시나, 맛있다.

《 맥주 다음은 사케 》
역시나 지역 한정이다.

《 이름이 '일도양단'이다 》

《 다음은 하이볼 》
얼마 안 마신 것 같은데 8,000円 넘게 나왔다. ㄷㄷㄷ 전혀 취기가 오르지 않아 근처를 산책할 겸 신사로 향했다.



숙소 (게스트하우스 후지야)
체크인은 16시부터였는데 아까 15시 무렵에 숙소에 들어가 침대를 배정 받았더랬다. 다행히 1층 침대였다. 방으로 돌아가 숨을 좀 돌리고, 캐리어를 가지고 1층의 거실로 내려갔다. 방에서는 캐리어를 펼칠 수가 없으니까 거실 밖에 없더라고.
짐 정리를 하고 샤워를 마친 뒤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면도기를 사들고 왔다. 호스트가 리셉션으로 쓰는 거실에서 스모를 보고 있었기에 어색하게 둘이 있었다. 500㎖ 맥주 두 캔 째를 따니까 놀라면서 쳐다 보더라. ㅋ
세 캔 째를 여니까 역시 한국인이라면서, 한국인은 술이 쌔다고 한다. 아니라고, 이 정도는 다들 마신다고 하면서 냉장고에 한 캔 더 있다고 했더니 기겁을 한다. ㅋㅋㅋ



《 넷플릭스에서 알람이 왔기에 실행했더니 바로 일본 모드로 실행된다 》
피곤하기도 하고, 일찌감치 쉬기로 했다. 20시에 침대로 돌아가 그대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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