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つ는 쓰/쯔/츠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에 오는 글자,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마쓰야마'로 통일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마츠야마' 쪽이 보다 더 실제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곳에서 '마쓰야마'로 표기하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렇게 쓰려고 합니다.
23시가 넘어 잠이 들었고, 한 시에 깼다. 화장실에 갔는데 불이 켜져 있기에, '정신머리 없는 놈이 불 안 끄고 그냥 갔고만.'이라 생각하고 문을 잡아 당겼는데, 턱! 잠겨 있다. 그 시각에 사람이 있었던 거다.
1층으로 내려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려는데 화장실에 놓여 있던 하얀색 슬리퍼가 보이지 않는다. 하다 하다 슬리퍼를 가져 가나 싶었는데, 화장실에 다녀와서 방에 들어갔더니 침대 사다리 앞에 화장실 슬리퍼가 고~ 이 놓여 있다. 2층 침대에 누워있는 이름 모를 녀석이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슬리퍼를 신고 온 모양이다. 범인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ㅋ
여섯 시도 안 됐는데 알람이 울린다. 도미토리 룸에서 소리나는 알람을 설정한다는 건 내 기준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어폰을 끼든, 진동으로 설정하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알람 소리 때문에 깨지 않도록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건 금방 꺼졌다는 거다. 한 시간 가까이 울고 불고 쥐어 짜고 난리도 아닌 경우도 여러 번 겪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캐리어 바퀴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신경 쓰여서 끌지 않고 들어 1층으로 내려갔다. 다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면 혼자 쓰는 방을 잡으면 될 일인데, 가난한 도시 노동자라서 하루에 2만 원 짜리 숙소 잡아놓고 궁시렁거리고 있다.
도고 온센 역 → 이요오즈 역
일찌감치 나갈 준비를 했다. 뭔가에 홀린 듯 마쓰야마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긴 했는데, 딱히 끌리는 곳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좋아했던 일본이 그리웠을 뿐이다.
달랑 하나 뿐인 샤워실이 붐비지 않는 걸 희한하게 생각하며 대충 씻고 나와 적당히 입고 밖으로 나갔다. 여행지에서까지 옷과 신발까지 신경 쓰며 입고 신고 가꾸는 이들에 대한 존경이 퐁퐁 솟아 올랐다.
《 이른 아침이라 휑~ 한 시장 거리 》
《 가까운 길(빨강)을 놔두고 며~ 칠을 먼 길(파랑)로 돌아 다녔다 》
혹시라도 도고 온천 역 가까이에 있는 후지야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게스트하우스의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나와서,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바로 도고 온센 역입니다.
JR 마쓰야마 역까지 가는 노면 전차 안에서 모바일 이코카 광고를 봤다. 구글 플레이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한국에서는 다운로드 받을 수 없다고 나온다. 거주 국가를 일본으로 바꾸면 해결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는 1년에 단 한 번만 거주 국가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저 앱 하나 쓰겠답시고 거주 국가를 바꿔 버리면, 1년 동안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앱은 쓸 수 없게 된다. 굳이 저런 제한을 둘 필요가 있나 싶은데...
《 여행 3일차인데 이미 익숙해져버린, JR 마쓰야마 중앙 역의 식당 》
《 일주일에 22만 원이라는 거금을 써야 하는 세토우치 패스 》
네 배 이상을 썼으니 뽕을 뽑고도 남았다. ㅋ
《 키츠네 우동, 와사비 유부 초밥×2, 커피: 아침은 거의 이 메뉴였다 》
이 날은 오즈 쪽에 다녀오기로 했다. 위에서 쓴 것처럼 일본에 한 번 다녀왔음 좋겠는데... → 마쓰야마로 가자 → 세토우치 패스를 이용하면 다카마쓰, 오카야마, 오사카까지 갈 수 있겠고나,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이 확장되었기에 구체적인 여행 일정이 전혀 없었다. 공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준 무료 / 할인 쿠폰을 보고 갈 곳을 정했다.
누가 봐도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처자 두 명이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가, 표를 확인하는 역무원에게 걸려(?) 쫓겨났다. 아마도 패스를 가지고 있었을 게다. 패스는 자유석만 이용 가능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가, 알고 있었지만 앉았던 자리가 지정석임을 몰랐던 게 아닐까 싶다. 나도 예전에는 저랬는데 싶어 문득,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을 했다.
열차는 우치코에서 멈췄다가 이요오즈로 향했다. 열차 안에 있던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우치코에서 내리더라. 나는 이요오즈에 갔다가 우치코에 가기로 했다.
일요일에 오카야마에 가서 파지아노 오카야마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를 볼 생각이었는데 표를 구하지 못했다. K 리그에서는 매진으로 표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 예매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일본에 도착한 뒤 비는 시간에 검색을 하다가 예매와 관련된 글을 보게 됐고, 설마~ 하고 호다닥 알아봤더니 표가 없었다.
티켓 판매 페이지에서 한참을 새로 고침 누르고 있다가, 리셀 티켓을 발견해서 구입을 시도했다. 신용 카드 정보를 등록해야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해외 결제가 차단된 상태라서, 해외 결제를 허용하려고 손전화만 쳐다보고 있다가 못 내릴 뻔 했다.
손전화를 보고 있는데 뭔가 쌔~ 해서 고개를 들었더니 열차는 멈춰 있었고 시계는 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착 예정 시간이 42분이었거든. 화들짝! 놀라 잽싸게 가방을 들쳐 메고 뛰쳐 나갔다.
오즈 성
인포메이션 센터가 깔~ 끔하다. 오즈 성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니 곧 버스가 온다고 알려준다. 밖에 나가자마자 하늘색 버스가 도착했는데, 일본에서 본 모든 버스를 통틀어 가장 난폭한 운전이었다. 대형 차량을 저렇게 운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칠게 멈춰섰다. 설마 저 버스인가 싶었지만 이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정류장 쪽으로 가서 기다렸다. 도착 예정 시간이 지났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고, 그렇게 몇 분을 더 보낸 뒤에 누가 봐도 시내 버스 같아 보이는 녀석이 도착했다.
할아버지 세 분, 할머니 세 분이 같이 왔던데 가이드도 없이 자기들끼리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버스가 멈춘다 싶으면 기사한테 가서 여기냐, 여기냐 물어보고 있는 걸 보고 '나도 오즈 성에 가니 같이 내리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옆 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손전화가 우렁차게 울리지 않았더라면 얘기했을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수롭잖게 생각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큰 실례라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공공 장소에서 손전화를 충전하는 일과 공공 장소에서 벨 소리 울려대는 게 그런 것들 중 하나다. 미리 알아두고 조심했음 좋겠는데, 나이 든 사람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도 거리낌없이 충전 케이블 꽂아대고, 벨소리 울려대서 거북했던 적이 자주 있었다.
오즈 성까지는 멀지 않았지만 버스 노선이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 가는 것이어서 10분 넘게 걸렸다. 15분 정도 타고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일주일 전에 다카마쓰에 다녀온 지인이 있었는데 날씨가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추웠단다. 바람도 많이 불고. 한국도 3월 날씨 치고는 제법 쌀쌀했기에 조금 걱정이 되어 아우터를 두 벌이나 챙겼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반 팔로 다니기에는 무리인 날씨였다. 낮이 되면 많이 따뜻해져서 반 소매 티셔츠만 입고 다녀도 충분했지만.
《 진짜 소도시 여행은 이런 곳에 묵으며 여유롭게 보내는 게 아닐까 싶다 》
《 벚꽃이 필 시기는 아니었으니까 매화라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벚꽃의 일종이라 알려주셨다 》
《 작은 언덕 위에 위치한, 작은 성이었다 》
어떻게 자재를 나르고 천수각을 지어 올렸는지 잘 표현해놨다. 웃고 있는 얼굴이 꽤 있던데, 과연 웃으면서 일했을까?
《 천수각은 작았고, 내부 계단은 가팔랐다 》
나중에 손을 봤다 하더라도 뭔가 새 것의 느낌이라서 알아보니, 폐성을 간신히 면했지만 결국 천수각이 해체되고 말았단다. 지금의 천수각은 지난 2004년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앨리베이터를 놓거나, 하다 못해 계단의 경사라도 손볼만 한데, 작은 천수각에 앨리베이터는 과하다 싶었던 건지, 복원이 최우선이었는지, 예산이 부족했는지, 오래 전의 천수각처럼 가파른 계단이 놓여 있었다.
《 응? 메텔인가? 은하철도의 작가라면, 마쓰모토 레이지인데... 맞나? 》
성은 생각보다 작았고, 천수각도 달리 볼 게 있는 건 아니어서 냉장고에 붙일 마그넷을 하나 구입한 뒤 바로 나왔다. 성으로 향하는 오르막을 걸어 천수각 내부를 다 보고 나오기까지 30분도 안 걸린 것 같다.
반센소까지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대로 갔더니 한적하기 짝이 없는, 너무 조용해서 적막하다는 느낌까지 드는 길이 나왔다.
오즈 성 → 가류 산장
《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오래된 다마고치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
《 활자에 대한 애착이 큰 일본이지만 그런 일본에서도 신문은 지는 해다 》
《 문이 닫힌 가게 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었지만 구경하고 싶은 물건은 많았다 》
《 차를 세워두고 건물을 지었나 싶을 정도 》
《 지역 출신 예술가의 전시 작품(인데 봐도 모르겠다) 》
《 아까 오즈 성 근처에서 봤던 호텔이 여기에도 있다 》
저 멀리 도리이가 보이긴 하는데, 벌건 대낮에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 가볼까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ㅋ
반센소로 갈 생각이었지만 지도를 보니 근처에 가류 산장이 있어서 목적지를 거기로 바꿨다.
가류 산장
마쓰야마 공항에서 한국인에게만 준다는 쿠폰은 일부만 무료이고 나머지는 할인권이다. 전부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티켓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 게다가 가류 산장은 해당 혜택에서 빠져 있다.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애먼 종이를 내밀며 공짜로 들어가려 했던 모양인지, 한국어 안내가 붙어 있었다.
한 무리의 일본인들이 왔는데 파란 점퍼를 입은 분이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반도 못 알아 듣겠더라. T^T
모녀 관계로 보이는 처자 세 분이 뒤통수 샷(?)을 찍으려고 타이머를 설정한 채 사진을 찍는데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오는 모양인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 같아 보이기에 오지랖 넓게 나서서 사진을 찍어 드렸다.
《 얼음을 얼려 보관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하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경치가 무척 좋아서, 아~ 무 것도 하지 않고 멍~ 하니 앉아 있고 싶었다. 딱히 시간에 쫓기는 여행이 아니었으니 한 시간 정도는 그렇게 보내고 왔어도 좋았을텐데, 꼭 다녀와서 후회를 하게 된다.
아무튼, 오즈에서 다녀왔던 곳 중에서는 가류 산장이 가장 맘에 들었다.
오즈 신사
가류 산장에서 나와 반센소로 가던 중 신사가 보여 들어가봤다. 자그마한 신사라 생각했는데, 꽤 컸다.
《 원하는 학교에 가게 해달라고 비는 에마를 자주 볼 수 있다 》
《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모두의 웃는 얼굴을 바라는 평화주의자도 있다 》
《 집에서 그려왔겠지? 저걸 저 자리에서 그려낸 거라면... ㄷㄷㄷ 》
《 自分らしく幸せになってね (지분라시쿠 시아와세니낫테네: 나답게 행복하기를 》
《 어느 나라의 종교든 너는 불행하게 될 거니까 돈을 써! 라고 협박하는 건 똑같다 》
《 지나다니는 사람 한 명 보기 힘든, 조용한 길을 걸어 간다 》
《 일본도 시골의 인구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 여기저기 빈 땅이 많다 》
은퇴하고 나면 한국과 일본에 작은 집 하나씩 두고 왔다갔다 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려면 몇 억은 모아야 할텐데, 쓸 줄만 알지 모을 줄 몰라서 실현 가능한 꿈이 될지 알 수 없다. 오즈처럼 작고 조용한 마을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시골로 가면 안 될 것 같더라고.
반센소
《 여기가 반센소인줄 알았는데 대기소였다 》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때에는 꽤 붐비는 모양이다. 일본의 여름은 한국 못지 않게 지독해서, 나이든 사람이 주 관람객임을 감안해서 실내 대기소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 그냥 딱 봐도 어지간히 부자였던 모양이고나 싶더라 》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저런 위치에 통유리 창문이 잔뜩 깔린 집이라니...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라면 유지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한 돈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집으로 보였으니까.
《 꽤 높다 》
《 문 닫은 자전거 수리점 》
오즈는, 뭐랄까, 요즘 분위기에 맞추려고 여기저기 손을 좀 댔지만 결국은... 같은 느낌이었다. 되게 낡은 분위기도 남아 있고, 적당히 손을 봐서 깔끔하게 정비한 곳도 꽤 보였다. 하지만 사람이 거의 안 보여서 휑~ 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 대체 언제 지어진 후지 아파트일까? 》
맞은 편에서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한 명 걸어오기에 '친구도 없이 혼자 다니네?', '이지메 당하는 안타까운 학생일까나?', 그 딴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곤니치와~" 하고 인사를 한다. ㅋㅋㅋ 사교성 좋은 녀석이고만.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초등학생 애들한테 단체로 인사를 받았다. 지나가는 아이들마다 먼저 인사를 하더라. 학교에서 외국인 만나면 인사하라고 가르쳤나 싶을 정도였다. ㅋ
근처에 돈까스 가게가 있다고 해서 먹고 갈까 하다가,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그냥 지나쳤다. 역에 도착했는데 식당은 안 보였다. 작은 찻집이 보이긴 하는데 커피 보다는 씹을 거리가 간절해서, 일단 우치코에 가보기로 했다.
'『 여 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 일본 여행 Ⅵ - 마쓰야마 다카마쓰 당일치기 (리쓰린 공원) (0) | 2025.03.30 |
---|---|
2025 일본 여행 Ⅴ - 마츠야마 출발! 도착! 여행 첫 날에 방전 (0) | 2025.03.23 |
2025 일본 여행 Ⅳ - 마츠야마 출발 임박! 그러나 아직도 무계획! ㅋㅋㅋ (0) | 2025.03.11 |
2025 일본 여행 Ⅲ - 마츠야마 선택의 갈림길 & 지금까지 쓴 돈 (0) | 2025.03.05 |
2025 일본 여행 Ⅰ - 마츠야마 비행기 표 사고, JR 패스 구입 (0) | 2025.0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