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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5년 04월 22일 화요일 비옴 (건강 검진/인생 첫 수면 내시경/몇 살을 먹더라도 모르는 건 있기 마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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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이 나왔다. 3만 원이 채 안 된다. 겨울에 꼬박꼬박 6만 원이 넘어가던 것을 생각해보면 많이 줄어든 셈이다. 역시, 컨벡션 히터가 컸던 것 같다. 전기를 열로 바꿔주는 녀석이 확실히 돈을 많이 잡아먹는다.

컴퓨터에서도 열이 엄청나게 나는데, CPU보다 그래픽 카드에서 내는 열이 더 많은 것 같다. MSI의 3080Ti SUPRIM을 달고 있는 녀석인데 최근 당근 마켓에 같은 제품이 65만 원에 올라와 있는 게 보여서 속이 쓰리다. 150만 원 정도 주고 샀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반토막이 나다 못해 더 떨어졌다. 그러고보면 지금 달고 있는 CPU는 12세대 i9 12900KF인데 성능 비교 사이트에서 보니 14세대 i5보다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걸로 나오더라. 뭐,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고사양 게임을 한다면 업그레이드를 고려해보겠지만 유튜브 보는 거 말고는 스팀으로 캐쥬얼 게임만 하고 있으니 그냥저냥 써도 된다.

 


 

어제는 체력 검정을 끝냈고, 오늘은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야 한다. 며칠 전에 사무실에 갔다가 문득 '예약해야 하나?' 싶어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로그인하지 않아도 예약이 되더라. 호다닥 예약을 마쳤다.

체력 검정을 마치고 순대국밥을 먹고 숙소로 와서 닭가슴살 약간을 먹은 뒤 계속 굶었다. 물도 마시면 안 된다고 들은 것 같아 물도 안 마셨다. 아홉 시에 잠이 들었는데 한 시에 깼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세 시에 깬 뒤 다시 자지 못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자려고 했지만 한 시간 넘게 뒤척거렸고, 결국 자는 걸 포기했다. 그러다가 다섯 시 반이 넘어 잠이 들었는데 여섯 시 반에 알람이 울렸다. 말도 못하게 피곤하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 오늘, 내리 이틀을 일곱 시에 나간다.

 


 

맞은 편은 출근하는 차들로 꽉 막혀 있지만 내가 가는 길은 뻥~ 뚫려 있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병원에 도착했다. 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차례가 와서 접수를 하고, 바로 건강 검진을 받았다. 지난 해에도 그랬지만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진행이 된다. 지난 해와 다른 건 내시경 검사 뿐.

차례가 와서 자리에 앉으니 갤포스 같은 걸 하나 주시면서 먹으라고 한다. 달달하다. 그러는 사이 왼쪽 손목 위 쪽에 바늘을 꽂아 넣는다. 저기에 구멍이 나는 건 5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이다. 주사가 잘 들어가는지 확인했다면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얼마 후 이름이 불려서 들어갔더니 어둑어둑한 방 안에 침대가 잔뜩이다. 2번 침대로 가라고 했기에 그리 갔더니 안내를 해주신다.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다 빼고 누우라는대로 누웠다. 맨 처음에 접수할 때 의치가 있거나 흔들리는 치아가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그런 건 물어보지도 않고 마우스 피스를 물린다. 관계 없는 모양이다.

모로 누워 있었는데 1분도 안 되서 잠이 들었다. 마취에 직빵인 체질인 모양이다. ㅋㅋㅋ

 

꿈 꾸다가 깼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른손 검지에 심박수를 측정하는 집게가 달려 있었다. 심박수 모니터를 잠시 쳐다보고 있다가, '몽롱하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데?' 싶어 일어나서 앉아 있었더니 간호사 분이 오셔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마취가 깨고 나면 한참 멍하다고 들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서 이상했다. 헬리코박터 균 같은 게 있으면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했는데 돈 더 내라는 말이 없는 걸 보니 이상이 없는 모양이다. 간호사 님도 아무 이상 없다고 하시더라. 에? 그럴 리가 없는데? 만날 잔 돌려가며 술 마시는데 헬리코박터 균이 없을 리가.

 


 

아무튼, 밖으로 나가 바로 맥도날드로 향했다. 멍~ 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지 신호를 보고 브레이크 밟는 타이밍이 조금 늦다는 걸 자각할 정도로 맹~ 한 상태였다.

매장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드라이브 스루에 진입했다. 빅맥 세트를 달라고 했더니 햄버거는 열 시 반부터라고 한다. 아... 이것도 5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 알았다. 아무 때나 다 주문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맥모닝 세트 주문해서 숙소로 돌아오면서 마구 우겨 넣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내시경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 내시경이 스물한 살 때였다. 뭐가 문제인지 왼쪽 옆구리가 말도 못할 정도로,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팠는데, 통증을 못 이겨 자다가 눈을 뜨면 어김없이 세 시 반이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그 꼴을 겪으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화여대 부속 병원에 갔더랬다. 덩치가 커다란 여자 선생님이 침대에 눕혀 놓고 옆구리 이쪽 저쪽을 눌러보는데, 갑자기 아픈 곳을 팍! 눌러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은 췌장염이 의심된다면서, 제대로 검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지갑에 만 원 짜리 100장이 있었는데 비용은 어느 정도 드냐고 물었더니 귀신같이 100만 원 정도 들 거라고 하더라. 여자 친구에게 귀걸이인가 반지인가를 사주느라 돈을 쓰고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아팠기에 빈대 붙어 있던 친구 집 근처의 가정의학과에 가서 한 봉지에 3만 원 하는 링거를 맞았다. 그렇게 버티다가 입대했다. 훈련소에서도 계속 아팠고, 아파서 깨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항상 피곤했다. 모든 체력을 다 쥐어짜냄 당했는데 잠까지 제대로 못 자니 힘을 낼 수 없었다. 결국 아픈 사람은 손 들라고 했을 때 손을 들어 이러저러하게 아프다고 했다.

 

군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받았는데 수면은 어림도 없고, 맨 정신에 쑥쑥 집어넣었다. 당시 군의관이 잘 한다~ 잘 한다~ 하면서 자기 군의관 생활 통틀어서 가장 잘 받는다고 칭찬을 했더랬다. 내가 구역질을 잘 참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례 하는 멘트란다. 20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아무튼. 결과는 장 운동이 불규칙해서 그렇단다. 췌장에 문제가 없다는 건 다행이었지만 약을 엄청나게 받았다. 한 3일 먹었나? 아니, 3일도 안 챙겨 먹었을 거다. 며칠 더 아팠는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나았다.

훈련소는 밥을 오질라게 안 먹여서 항상 배고픈 상태였는데, 가끔 특식이랍시고 빵 따위를 던져 줬었다. 먹을 게 아쉬우니까 꾸역꾸역 먹었는데, 아프다는 ××가 그걸 다 처먹었다고 훈련생들 다 있는 데서 엄청 갈군 소대장이 있었다. 본인도 임관한지 얼마 안 된 젊은 소대장이었는데, 아픈 사람한테 저 따위로 말할 수가 있나 싶더라. 이름도 기억한다. 김ㅇㅅ씨, 잘 살고 계신가? ㅽㅺ

 


 

다음은 맥도날드 이야기.

일본에서 유학할 때 맥도날드에 자주 갔더랬다. 학교에 식당이 따로 없어서, 점심 시간마다 갔다. 오래 전부터 점심을 안 먹었기에 그냥 굶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왜 밥을 안 먹냐고 자꾸 물어봐서, 적당히 피할 겸 맥도날드로 간 거였다. 100円 짜리 커피 마시며 시간을 때우다 돌아갔는데 햄버거 냄새와 감자 튀김 냄새 때문에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때가 많아 결국 빅맥 세트를 시켜 먹었던 기억이 많다. 그래서인지 내게 빅맥 세트는 뭔가 배고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그거! 라기보다 적당히 아무거나 스타일인데, 빅맥은 빅맥 아니면 안 된다 싶은 날이 1년에 몇 번 찾아온다. 오늘이 그런 날이라 맥도날드에 간 거였는데 못 먹었다. 몹시 아쉽다.

 


 

일곱 시부터 비가 온다더니,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여덟 시부터 내린다고 말 바꾸기를 시전했더라. 역시 대한민국의 일기예보답다고 생각했다. 일곱 시에 나가니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역시 대한민국의 일기예보답다고 생각했다.

 

맥도날드에서 치킨 너겟을 사서 낮술 마시고 잘 생각이었는데, 안 파니까 어쩔 수 없네. 생라면이랑 한 잔 마시고 자던가 해야겠다.

 

혈압이 자꾸 올라가는 게 아무래도 분명 체중 탓인 것 같아, 오늘부터 18시 이후에는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한 시간씩 달리기 하기로 했고. 며칠이나 갈랑가 모르겠지만, 독하게 마음 먹고 해봐야겠다. 살이, 너무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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