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출근 시각보다 일찍 출근.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한 잔 받은 뒤 자리에 앉아 밤새 별 일 없었는지 확인을 한 뒤 맡은 일을 시작했는데, 업무 시작 시각으로부터 5분이나 지났으려나? 불쑥 찾아오더니 뭔가를 물어본다. 이제 막 보기 시작해서 아직 모르겠다 했더니 열정이 없다며 궁시렁거리고는 퇴장.
미안하다, 열정이 없어서. 열정도 없지만, 5분 만에 10만 개가 넘는 자료를 검토해서 특이한 게 있나 없나 확인하는 재주 따위, 내게는 없다.
오전 내내 수십 만 개의 자료를 검토하느라 눈알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점심 시간이 지나 어제 이후 이러저러하다고 보고하러 갔더니 그걸 왜 이제 말하냔다. 하... 또 미안하다, 이 따위 능력 뿐이어서. 하도 닥달하기에 오전 내내 수십 만 개의 자료 쳐다보고 있었다.
ㅽ
일이 너무 많아서 혼자 처리하기 어려우니 안 바쁜 사람들이 좀 가져가면 좋겠다 했고,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 둘이 가져가기로 했다. 그동안 고생해서 만든 자료, 차 떼고 포 떼고 주면 고생할 것 같아서 필요한 거 있음 말하랬더니 다 달란다. 내가 만든 엑셀 수식이라 오류 나도 어쩔 수가 없다며, 괜찮겠냐니까 고민하는 척도 안 한다. 그래, 달라니까 주긴 하는데 나중에 내가 만든 거 써서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해대면 진짜 주둥이를 확 찢어버릴테다.
저가 해야 할 일인데, 막 넘겨 받았으니 정신이 없겠다 싶어 이것저것 다 해서 입 앞에까지 갖다 줬더랬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출근하니 얼굴 보고 인사하자마자 뭐가 안 되네, 뭐를 해달라... 업무 시작 10분 전이었다. 숨 돌릴 틈은 줘야 할 거 아냐? 외투도 안 벗었는데 다짜고짜 와서 저 질알을 해대는데 내가 짜증이 안 나? 옷도 제대로 못 벗고 해달라는 걸 해줘야 했다. 그래, 내가 입 앞까지만 숟가락을 가져간 잘못이다. 아가리를 벌리고 쑤셔 넣어줘야 했고나.
오후에 와서 또 이거 없냐, 저거 없냐, 궁시렁거리기에 차마 담당이 바뀌었다 말은 못하고 하는 시늉을 했다. 그 와중에 업무 물려 받은 두 ㅺ들은 오전에 회의할 때 나온 중요한 사항을 메모도 안 해서, 내 노트 보고 잽싸게 베껴 가더만. 저런 것들이 하는 일인데 안 봐도 비디오다. 100% 빵꾸 난다. 장담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는데 아무 것도 없다고 하더만. 그래. 내 손을 떠난 일이니까 신경쓰지 않으련다. 맘대로 해라. 알 바냐, 염병.
맡은 바 이상을 해내고 있는데, 남들이 하루 꼬박 걸릴 일을 세 시간도 안 걸려서 해치우고 있는데, 중간 관리자가 수고 많다며 다독거려주면서 잘하고 있다 보고했더니, 그런 소리하지 말고 성과를 가져 오란다. 담당자 바뀌었으니 바라는 성과가 곧 나오겠지. 열정도 없고 무능한 나는 손을 뗐다.
× 같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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