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무렵,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며 연락이 왔다. 그런 일에 대비해 조치를 취하는 순서를 정해놓는데, 그 날 담당자가 자기 차례인 걸 깜빡하고 본가에 갔단다. 다시 오려면 세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내가 할테니 그냥 두라고 했다. 이미 한 잔 한터라 차를 가지고 갈 수 없어서, 걸어서 사무실에 다녀왔다. 이게 금요일이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어갔다. 상황이 잘 처리됐나 확인해봤더니 문제가 해결되어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 사무실에 간 김에 밀린 일도 좀 하고, 그렇게 점심 때까지 앉아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바로 세차 용품을 챙긴 뒤 세차장으로 향했다. 물을 뿌려 먼지 등을 씻어내고, 유막 제거제를 앞, 뒤, 옆에 부지런히 발랐다. 물로 씻어낸 뒤 카 샴푸를 뿌리고, 부지런히 문질러 때를 씻어냈다. 다시 물로 씻고, 습식 코팅제를 뿌려 물기와 함께 닦아 냈다. 발수 코팅제를 옆과 뒷 유리에 바른 뒤 마무리. 물만 세 번을 뿌려댄 탓인지 평소보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 힘도 많이 들었다.
세차를 마치고 숙소에 들렀다가 곧바로 운동화를 챙겨 동전 빨래방으로 향했다. 차를 가지고 갈까 하다가 날씨가 좋기에 바이크로 갔다. 운동화 두 켤레를 세탁기에 넣은 뒤 빨래를 하고, 끝난 다음에는 건조기에 말렸다.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숙소로 돌아오니 너덜너덜하다. 그래도 세차 용품을 씻어서 말리고, 걸레를 빤 뒤 건조기 돌리고, 방과 거실 바닥도 닦고,... 완전히 퍼져 버렸다.
그 날 밤에 또 연락이 왔다. 다른 시스템에 장애가 생겼단다.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조치해보겠다 해서, 안 되면 연락을 달라 하고 잤다. 불안해서 깊이 잠들지 못했고, 새벽에 깨서 손전화를 보니 연락 온 게 없었다. 여섯 시가 채 안 되어 어떻게 됐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해결했다고 답장이 왔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 해에 요나고에서 사들고 온 위스키가 간당간당 바닥을 보이기에 얼음 컵에 탄산수와 함께 타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셨다.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피곤하기도 하고 술 기운도 돌아서 17시가 조금 넘어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세 시간 넘게 잤더라. 혼자 떠들고 있던 컴퓨터를 끄고 바로 잤다.
딱히 일이 많거나 바쁜 것 같지는 않은데, 희한하게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시간은 잘 간다. 월요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동료에게 일을 맡기는 게 아직은 좀 불안하니까,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더랬다. 나이가 서른을 넘었으면 어느 정도는 일 머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물어볼 것들을 모아서 오는 게 아니라 하나 생길 때마다 와서 봐달라고 한다. 내가 놀고 있으면 봐주는 게 어렵지 않은데, 나도 내 일이 있으니까 그걸 하다가 중간에 멈추고 다른 걸 봐줘야 하니까 굉장히 번거롭다. 게다가 공용 컴퓨터를 쓰고 나면 의자를 그대로 빼놓고 자리로 돌아간다. 그 의자가 그렇게 나와 있으면 화장실에 가거나 커피 받으러 가거나 할 때 굉장히 걸리적거리니까 내가 꼬박꼬박 밀어 넣는다. 그렇게 수십 번을 밀어 넣었는데도 계속 빼놓고 다니기에 짜증내면서 쾅! 쾅! 하고 밀어 넣었더니 그제서야 눈치를 보며 의자를 밀어 넣는다. 하아... 이게 무슨...
게다가 같이 쓰는 컴퓨터니까 다 쓰고 나면 쓰기 전 상태로 돌려 놓는 게 당연한데, 자기가 검색한 화면을 고스란히 띄워놓고 그냥 간다. 그럼 일을 마무리 짓고 자리로 돌아간 건지, 아직 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건드리지를 못한다. 이걸 가지고 잔소리하자니 그것도 한심한 짓이라 혼자 짜증만 내고 있다. 거기에다 Caps Lock은 왜 그렇게 켜대는지 모르겠다. 나도 개인 컴퓨터는 항상 Caps Lock을 켠 상태로 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으니까 공용 컴퓨터에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데,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30년 넘게 산 사람한테 사용한 자리는 쓰기 전 상태로 만들어두고 떠나라는, 애들한테나 해야 할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몹시 짜증스럽다. 저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되나 싶어 짜증스러운데 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옆에서 쭈뼛쭈뼛 눈치 보다가 달랑 하나 물어보는 게 너무 싫다. 참다 못해 나도 일이 있으니까 좀 모아서 오라고 했다. 하아... 짜증내면 안 되는데, 이것도 갑질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되어 버린다. 미치겠다.
어제는 업무 요약을 너무 엉망으로 해놨더라고.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거다. '경칩은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절기이며 개구리가 나오고 뱀은 나오지만 날씨가 따뜻함' ← 이런 식으로 뭐가 주어인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말이 뭔지도 모르게 써놨더라. 단어 선택도 잘못 됐고. 그래서 이건 이렇게 고치고, 저건 저렇게 쓰는 편이 낫겠다고 조언을 했다. 알겠다고 해놓고 안 바꿔놓았기에 답답해서 내가 손을 좀 봐줬다. 사실과 의견은 분리해서 쓰라고 했는데 그것도 섞어 놨기에 고쳐줬고. 그런데 오늘 보니까 내가 손 보기 전으로 되돌려놨더라. 저게 무슨 똥고집인가 싶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는데, '그래~ 내가 너 따라 다니며 똥 닦아줄 것도 아니니까 맘대로 해라.' 하고 그냥 내려놨다. 가르쳐줬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겠다는데 내가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고쳐줄 필요가 없지.
본인이 담당자인데도 일을 제대로 못해서 내가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는 게 있다. 너무 답답해서, 오늘 그 사람을 찾아가 당신 일인데 제대로 모르고 있지 않냐고, 최~ 대한 좋게 돌려 말했다. 옆에 있던 팀장은 속 터지는 상황이 펼쳐질 게 뻔하니까 자리를 피해버렸고, 몇 달 전에 바뀐 서버 주소조차 예전 상태로 둔 걸 보니 이 사람한테는 말해봐야 필요 없겠다 싶어 가르쳐주는 둥 마는 둥 하고 도망쳐왔다.
자리로 돌아왔지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대체 저 따위로 일하면서 월급 받는 게 미안하지 않은가? 주유소에서 10년 넘게 월급 받고 있는데 주유기를 다룰 줄 모르고, 휘발유와 경유 주유기의 차이조차 모르는 사람인 셈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내가 엑셀로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을, 엑셀을 쓸 줄 몰라 계산기를 동원하거나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처리한다면 그건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할 수 있다. 파이썬으로 프로그램 짜서 뚝딱 뚝딱 일하는 사람이 엑셀 쓰는 나를 보면 답답할테니까 말이지. 그런데, 계산기는 고사하고 주판 쓸 생각조차 안 하는 ㅺ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 일할 의지 자체가 없는 거다. 그렇게 일을 안 하고 주위 사람들의 업무량을 늘리는 데 일조하면서 일하다 말고 산책 가고, 청소 시간에 때 맞춰 오지 않고,... 진짜, 사람 대접을 하고 싶지 않은 ㅺ다.
나이도 있는지라 최대한 대우한답시고 대우했는데, 이제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 정도를 넘어서는 무능함에 대한 혐오를 어찌 할 수가 없다.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의 문제이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서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니 사람으로 볼 수가 없다.
오늘도 퇴근 시간 이후에 시스템에 장애가 생겼는데 원인을 찾아서 알려줬다. 하지만 내가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게다가 나서는 사람이 있어서, 굳이 나까지 남아서 처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냥 퇴근했다. 사공이 많아봐야, 뭐.
요르단과 A 매치가 있는 날인데 정몽규와 홍명보가 있는 한 A 매치는 안 보기로 했기 때문에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여자 배구 경기를 봤다. 벌써 21시. 퇴근하고 와서 눈 깜빡! 하면 이렇게 된다.
옷은 빨래가 끝나 행거에 널었고, 수건과 속옷 빨래가 끝나면 건조기 돌리고 자면 된다. 내일은 운동하는 날인데 미세 먼지가 심해서 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오늘도 하늘이 노~ 랗더라. 바람은 말도 안 되게 불고. 모레 비 온다던데 미세 먼지나 좀 씻겨나갔음 좋겠다.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02월 25일 화요일 흐림 (감기!/엑셀로 일본어 단어장 만들기) (0) | 2025.02.25 |
---|---|
2025년 02월 23일 일요일 맑음 (자잘한 일들/vs 강원) (0) | 2025.02.23 |
2025년 02월 22일 토요일 맑음 (평범...?/원정 음주/개가 운전을 하면/고장난 것들) (0) | 2025.02.22 |
2025년 02월 17일 월요일 맑음 (쉬는 날 4일이 순삭/쿠팡 웰컴 쿠폰) (0) | 2025.02.17 |
2025년 02월 14일 금요일 맑음 (사람 대하는 게 가장 어렵다) (0) | 2025.0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