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재채기가 한, 두 차례 나오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목이 조금 따끔거려서 설마 감기에 걸렸나 싶었지만, 주위에 감기 걸린 사람이 있나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을 가르치느라 말을 많이 한 탓인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자다가 새벽에 깨니 확실히 목이 아프다. 코도 막히고.
잠에서 완전히 깨어 정신을 차려보니 콧물이 줄줄 나온다. 감기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 희한하다. 누구한테 옮은 거지?
사무실에 가자마자 마스크를 썼다. 주위 사람이 감기 걸렸냐고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갓 들어온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다. 어라?
업무 교육 시키느라 어제 하루종일 둘이 얘기했더랬다. 내가 옮겼거나, 내가 옮았거나. 농담 삼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옮긴 것 같단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룸 메이트가 감기에 걸렸는데 자기가 그 사람한테 옮은 것 같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월요일까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그렇다는 것은, 새로 온 사람과 같이 사는 사람이 감기에 걸렸고, 그 사람을 통해 새로 온 사람이 감기에 걸렸고, 내가 마지막에 뒤집어 쓴 거다. 하아... 짜증나는고만.
마스크 썼고, 동료들끼리 원탁에 모여 간식 먹을 때에도 일부러 가지 않았다. 심지어 저녁 밥을 먹을 때에도 구석에 떨어져 혼자 먹었다.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면 안 되니까.
시간이 날 때 일본어 단어를 외우곤 하는데, 당연히 일본에서 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운 것들 뿐이다. JLPT 등급으로 말하자면 N3나 N4 정도나 될까? 일본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지만 지금은 간신히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만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될 줄이야...
책 보고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는 엑셀로 어느 정도 자동화해서 한자와 히라가나만 보이게 하기도 하고, 요미가나가 표시되게 하기도 한다. 이걸 만든다고 머리를 많이 썼다. 왜냐~ 하니,
タバコを吸(す)う人(ひと)라는 단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タバコ = 담배, を = 조사 를, 吸(す)う = 피우다, 人(ひと) = 사람, 즉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가타가나도 있고, 히라가나도 있고, 한자도 있다. 이게 단추를 누르는 것에 따라 タバコを吸う人 ← 이렇게 표시되기도 하고, タバコをすうひと ← 요렇게 표시되기도 하는 거다. 그러려면 괄호와 그 안에 든 글자는 표시되지 않아야 한다. 괄호를 인식해야 하고, 괄호 안의 글자도 인식해야 한다. 괄호 안에 있는 글자가 둘이 될지, 셋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한 글자씩 잘라내고, 이게 괄호인지 판단하고, 괄호 안에 몇 글자인지 인식하게 만들고,... 뭐,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오늘 문득! 'UNICODE 함수를 써서 한자인지, 히라가나인지, 가타가나인지 판단해서 표시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렇잖아도 유니코드 표가 업무하면서 필요해서 만들어야겠다고 벼르던 중이었다. 오전에 유니코드 표를 만들었고, 오후에 손을 좀 봤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바로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단어장을 만들기 시작했고, 유니코드로 변환을 한 다음 일본어인지 한자인지 판단해서 표시하거나 감추도록 했다. 뭐, 능숙한 사람에게는 별 일 아닐 수 있겠지만 만들고 나니 뿌듯하더라. ㅋ
숙소에 와서 가방을 던져 놓은 뒤 헬맷만 챙겨서 다시 나갔다. 감기는 초반에 잡아야 하니까, 약을 사서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장갑을 두고 나가는 바람에 손이 시려워 달달 떨면서 달렸다. 약국에 가니 두 개의 알약을 주면서 하나씩 먹으라 하더라. 혹시 물에 타 먹는 건 없냐고 했더니 따뜻한 물에 녹여 먹는 걸 말하냐면서 테라플루를 꺼내주더라. 어라?
몇 년 전부터 테라플루 사려고 그렇게 발버둥쳤는데 살 수가 없었더랬다. 파는 곳이 없더라고. 열마 전에 기사가 났던데 테라플루에 들어있는 무슨 성분이 감기 치료에 아~ 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제약사에서 만들지를 않아 물량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이 시골 깡촌의 약국에, 낮에 먹는 것과 밤에 먹는 게 잔~ 뜩 쌓여 있더라. 아이고야~
숙소로 돌아와 일기를 쓰고 있는데, 다 쓰고 나면 어제 먹다 남은 윙봉이나 몇 개 뜯어 먹고, 감기 약 먹은 뒤 일찌감치 잘 생각이다. 일찌감치라고 해봐야 21시에 누울 것이고, 유튜브 보면서 빈둥거리다 보면 빨라야 22시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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