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고 다섯 시도 안 되어 잠에서 깼다. 두 시간을 더 자도 되니까, 다시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실패. 태블릿을 붙잡고 두 시간을 빈둥거리다가 일곱 시가 되어 씼고 나갔다.
버스 타는 곳 근처의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올랐다. 서울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병원이 있는 ㅇㅈㅅ 쪽으로 이동했다. 두 번 갈아타면 10분 정도 줄일 수 있었지만 딱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빈 자리가 있기에 냉큼 앉은 뒤 한 번만 갈아타고 가는 걸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몇 정거장 가지 않았는데 옆 자리에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사라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연세가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 보였다. 옆 자리에 할머니라 하기에는 좀 젊어 보이는 여자 분이 앉으시는 걸 봐서는 일행이신 모양이다.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니까 괜찮다고 하시기에 금방 내린다고 했다. 같이 있던 젊은 여자 분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다. 아마도 부모님을 모시고 어딘가로 가는 따님인 모양이지. 나중에 종로 3가에서 같이 내렸다. ㅋㅋㅋ
갈아타기 위해 내리려는 타이밍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하철에서 통화하는 사람을 보면서 무식하다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수신 거부를 한 뒤에 지하철이니까 잠시 후에 전화하겠다고 톡을 남겼다. 5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면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끊겼다. 오고 있냐고 확인을 한다. 예약해놓고 연락도 없이 안 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걸까?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내고, 오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세 번 정도는 하는 것 같다. 가고 있다 대답한 뒤 끊고, 직장 동료에게는 다시 전화를 걸지 않고 톡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병원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또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묻기에 병원 앞이라 했다. 들어가서 접수하니 바로 돈 얘기부터 한다. 지난 번에 30만 원을 결제했고, 이번에는 120만 원이다. 일시불로 결제를 하고 나니 수술실로 가라고 한다.
수술실은 무척 작다. 동네 병원보다 작은 것 같다. 마취 주사 세 방을 맞고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뒤로 눕혀진 뒤 입이 벌려진 채 수술을 받았다. 입 부분만 뚫린 걸 덮어주는데 배 위로 뭔가를 잔뜩 올려 놓는다. 나도 모르게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수술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거즈를 물려주고 밖으로 쫓아보내더니 잠시 후 불러서 거즈와 칫솔 따위를 챙겨주고 이것저것 알려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치료를 받은 게 아니라 공장에서 수리 받은 느낌이다.
2주 후에 실밥 뽑아야 하는데 병원이 머니까 그냥 동네에서 하기로 했다. 서울 병원으로 가려면 하루 꼬박 병가를 내야 하는데, 동네 병원으로 가면 오후에만 휴가를 내면 된다. 다니던 병원에 가는 건 조금 민망하니까 다른 병원에 가야겠다. 그나저나, 병원에서 진료 받았다는 서류를 하나도 안 받아왔네. 내일 전화해서 메일로 보내달라 해야겠다.
침과 피는 그냥 삼키라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덕분에 피를 머금은 침을 입 안에 계속 머금고 있었다. 버스 타러 터미널에 갔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침을 뱉어내고, 거즈는 새 거즈를 꺼낸 봉지에 넣어 쓰레기 통에 버렸다. 거즈를 바꿔 무니 그나마 살 것 같다.
난폭한 버스 기사의 운전에 시달린 끝에 동네로 돌아왔고, 중국집에 가서 쟁반 짜장과 짬뽕 국물을 포장했다. 거즈를 물고 있어 말하기가 어려워서 메모 앱에 써서 보여줄까 했는데 꼴값 떠는 것 같아 그냥 어눌한 발음으로 주문했다.
집에 와서 호다닥 밥을 먹고, 마취가 풀려가며 슬슬 몰려오는 통증을 몰아내기 위해 약을 먹었다. 졸음이 몰려와 그대로 뻗어 잠이 들었고, 한 시간 정도를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잤다.
딱히 약속이 있는 건 아니지만 투표일 전 날에 당직 근무라서, 미리 투표하자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바이크에 올라 손전화를 켜려 하니 안 켜진다. 무선 충전기 위에 올려놨었는데 잘못 올려놔서 충전이 안 됐고 그래서 방전이 된 모양이다. 노래 들으며 가려 했는데 실패다. 그냥 출발.
굴삭기가 길을 막고 있어 제대로 달릴 수 없었고, 계속 신호에 걸렸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빌빌빌 가야 하니 답답했다. 투표소에 도착해 바이크를 세우고 있는데 아파트 홍보하는 아줌마들이 다가와 말을 건다. 경남 아너스 어쩌고 하기에 부실 공사로 물 새서 난리난 곳 아니냐니까 여긴 다른 곳이라며, 그리고 그건 다 해결됐다며 별 일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직장 동료 중에 새 아파트 누수 때문에 엄청 고생한 사람이 있는데, 참 나쁜 사람들이고만.
계속 말을 걸며 비킬 생각을 안 하기에 돈이 없다고 했더니 2~3,000만 원만 있으면 된단다. 언제부터 천만 원이 넘는 단위 뒤에 만이 붙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2~300만 원도 없다고 하니까 바이크도 비싸 보이는데 그 정도도 없겠냐고 빈정거려서 못 들은 척 하고 투표하러 갔다.
투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아까 먹고 남긴 짜장 소스에 밥을 비벼 저녁을 해결했다.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얼음 컵에 커피를 내려 한 잔 마시고, 영 아쉬워서 하나 더 내려 한 잔 더 마셨다. 커피를 마시다가 잠이 들 정도로 카페인의 지배를 거부하는 몸이지만 혹시 몰라 디카페인 캡슐로 내려서 먹었다. 잠깐 앉아 있다가 약을 먹고, 일기를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게 벌써 한 달 전인가 싶어 시간이 참 잘 간다 싶기도 하고, 이번 주는 속초에 가서 오징어 순대에 일 잔 하고 올까 싶었는데 한 달 동안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하니 몸을 좀 사려야 하나 싶기도 하다. 마침 점점 불러오는 몸뚱이를 도저히 볼 수 없어 안 되겠다 싶었는데, 금주하는 김에 헬스장에 가서 뜀박질이나 할까 싶어 헬스장에서 신으려고 산 운동화를 꺼냈다.
내일 출근하면 이틀하고 반나절을 쉬는 동안 쌓인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고, 오후에 퇴근하면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있다. 술 마실 생각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술을 안 마신다면 차를 가지고 가도 될 것 같다. 식사하기로 한 식당에 주차장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그 편이 나을 것 같다.
토요일은 오전에 사무실에 들어가 밀린 일 좀 할까 싶고, 치과 치료 때문에 술을 못 마시니 어디 갈 데도 없고... 피 같은 주말을 방에서 뒹굴다 보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월요일에 당직이고, 3일이랑 4일 쉬면 5일 하루 출근하고 6일에 또 쉰다. 훌륭한 일정이다. 6월에 일본 다녀올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음 주를 넘기기 전에 결정해야겠다. 나고야로 2박 3일 정도 짧게 다녀올까 싶은데, 그렇게 짧게 다녀오자니 뭔가 아쉽다.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병원 다녀온답시고 돈을 많이 까먹었다. 아, 그리고... 고민하던 쇼에이 헬멧을 질러버렸다. 빨간색에 환장하는 사람이니까 샤아 버전을 사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을 놓고 보면 건담 쪽이 훨씬 맘에 든다. 지금 쓰고 있는 헬멧도 70만 원이나 줘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쇼에이 헬멧은 95만 원이다. 고민하다가 질러버렸다. 통장 잔고가 ×만 원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게 해야겠다 마음 먹고 있는데 쉽지 않다. 내년 5월 전까지는 부지런히 모아서 대출 털어내려 했는데 아무래도 또 미뤄질 것 같다.
일찌감치 누울까 하다가, 스타나 한 판 하고 잘 생각이었는데 일기 쓰다 보니 20시가 되어 간다. 그냥 누워야겠다. 점점 시골 노인네가 되어 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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