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쓰는 글이라 토요일에 했던 일에 대한 기록이다.
바이크를 사고 처... 음은 아니고나. 두 번째로 세차를 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세차장에서 세차를 한 번 하긴 했는데 그때에는 그럭저럭 상태가 괜찮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꼬질꼬질해서 고민을 많이 했더랬다.
송홧가루인지 뭔지, 노~ 오랗게 쌓여 더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볼 때마다 영 언짢아서 전문가에게 맡겨 제대로 관리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네일베에서 검색해 보면 제대로 꼼꼼하게 관리해 주는 분이 한 분 계신 것 같긴 한데, 부산 사는 분이다. 그 동네에서만 일하시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만. 전국을 다 다니시더라. 최근에 ㅇㅇ 오신 적도 있는 것 같고. 문제는, 뭐... 언제나 그렇듯 돈이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하는 걸 가정하면 기름 값이랑 통행료만 따져도 10만 원 가까이 들 거다. 거기에다 낡은 바이크를 환골탈태시키는 수준의 인건비가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결국 포기. 직접 세차하기로 했고, 세차장에 바이크를 타고 갔다. 엔진 열을 식혀야 한다고 해서 30분 정도 딴 짓을 할까 했지만 답답해서 3분 정도 기다리다가 바로 물을 퍼부었다. 고압수에 씻겨 나가는 송홧가루를 보니 속이 시원하다. 차에도 뿌리지 않는 스노 폼을 잔뜩 뿌려대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물로 씻어냈다. 그리고 차에 쓰는 습식 광택제를 뿌려 닦아내고, 에어 건으로 물을 불어냈다. 체인에 오일을 뿌리는 걸로 마무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체인에 녹이 슨 걸 발견했다.
얼마 전에 산, 녹 제거에 탁월하다는 철 수세미로 싹~ 문지른 뒤 오일을 다시 바를까 고민하고 있는데 검색을 해봐도 선구자가 없어 망설이는 중이다.
사고 났다고 하자마자 USIM 교체 신청을 했는데 한 달 가까이 걸려 드디어 교체 받았다. 21일에 메시지가 와서 24일부터 교체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대리점에서 USIM 없으니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교체해 주겠다고 다시 메시지가 온 게 이틀 전.
USIM 교체를 사유로 공무 외출을 쓸 수 있어서 월요일에 다녀올까 했는데, 바이크 세차를 마친 김에 대리점까지 멀지 않으니까 그냥 가자고 마음을 바꿔 먹고 출발. 바이크를 세워놓고 대리점에 들어갔더니 붐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적하다. 그리고 양팔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응대를 해주었다. 옛날 사람인지라 문신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는 탓에, SK 인증 대리점이고 나발이고 폰팔이는 폰팔이고나 싶더라.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금방 끝났다. 방으로 돌아와 전자 신분증부터 다시 신청했다. USIM이 바뀌면 싹 다 없어지는 모양이더라. 교통 카드도 다시 신청했고.
일본에서 산 건 1년 8개월 정도 밖에 안 되지만, 그 짧은 시기 동안 가방도 꽤 샀고, 운동화도 여러 켤레 샀더랬다. 잠~ 깐 정신줄을 놓으면 가방이랑 운동화 질러대는 건 거의 병이다. 등짝 때려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아무튼, 아마존을 통해 가방을 몇 개 샀었는데 아디다스 제품은 아직도 잘 쓰는 중이고 중국에서 만든 정체불명의 백팩은 어제 버렸다. 지퍼 손잡이가 부러져서 교체용 지퍼를 매달아 놨는데 그 지퍼를 매다는 부분, 그러니까 고리에 해당하는 부분마저 부러져 버렸다. 쇠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내구성이 약할 수 있나 싶더라.
메인 지퍼 두 개 중 하나가 이용 불가 상태가 된 것 뿐이지만 과감하게 버렸다. 좀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인지라 스스로도 이렇게 과감히 버리는 선택이 놀랍다.
어지간한 건 다 가지고 있으니까 이제 더 살 게 없을 거라 생각했고, 최근에는 쓰면 없어지는, 예를 들면 먹거리 따위? 그런 걸 제외하고 뭔가 지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고 싶은 것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일단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지르지 못하고 있는 타지마 글라스. 투명한 유리컵 아래가 후지산 모양으로 되어 있는 컵인데 색깔이 있는 음료를 따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이번에도 문제는 가격인데, 1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마실 때마다 시각적으로 만족한다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예전 같으면 저렇게 스스로를 정당화해서 냉큼 질렀을 텐데, 지금은 두 달 가까이 망설이는 중이다. 일본에 가서 사 오면 더 쌀테니까 그렇게 할까 싶기도 한데, 파는 매장을 못 찾게 되면 그것도 짜증 나는 일이고, 찾느라 시간 소모하는 걸 감안하면 바보짓이 될 수도 있다.
쇼에이에서 나온 건담 헬맷 같은 경우는 질렀다가 몇 시간 뒤 취소했다. 95만 원이라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금 결제해도 8월 말에나 배송이 시작된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헬맷을 하나 더 사면 블루투스 장비를 따로 더 사거나 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다. 이건 일단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8월이 지나 제품을 똑같이 95만 원에 팔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때 다시 고민해 보는 걸로.
베개나 와이퍼는 지금 쓰는 게 너무 멀쩡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그냥 방치 중인 녀석들 되시겠다. 그리고, 또... 아! 가방. 어제 가방 버렸다고 했잖아? 이게 쌤소나이트에서 새로 나온 가방이 마음에 들어 그걸 살 생각으로 저지른 게 아닌가 싶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기도 답답한데, 근처로 나가 가방을 보고 올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써놓고, 쌤소나이트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본다는 핑계로 콧구멍에 바람이나 쐬야겠다 싶어서. 그런데 모바일 앱으로 사면 5% 추가 할인 해준다기에 결국 손전화를 사용해서 질러버렸다. 처음에는 연두색이 맘에 들어서 그걸로 살 생각이었는데 검은색에 파란 지퍼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 검정색을 질렀다. -ㅁ-
일단 가방은 오늘 정리를 한 번 해야 한다. 바이크 탈 때 빨리 달리면 가방 끈 따위가 엄청 펄럭거리는데 위험해 보이니까 끈 정리를 싹~ 한 바이크 전용 가방을 하나 만들어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베란다에 널린 가방을 정리하려면 새 둥지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어제 청소하고, 청소기도 싹 닦았다. 오늘은 선풍기 뜯어서 청소할 예정이고, 빨래도 미리 해둘까 싶은데 내일 당직이라 대통령 선거일이랑 비번이 잇달아 있어서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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