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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6. 여행 둘째날 - 한라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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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 여행은 축구 응원한라산이 메인이었다. 여행 둘째 날, 한라산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한라산도 코스가 여럿인데 그 중 성판악 코스가 가장 쉽다고 들었다. 지난 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그냥 산책 길이라고도 하셨다.

나름 일찍 간다고 간건데 성판악에 도착하니 이미 주차장은 만 원. 주차장 주변 도로에도 차가 잔뜩이다. 적당히 빈 곳에 차를 세우고 고픈 배를 달래고자 휴게소에서 우거지 해장국을 시켰다. 6,000원 주고 먹은 우거지 해장국은 조미료 맛만 잔뜩 났고 같이 나온 양파는 대놓고 '나 앞 사람이 남긴 거 그대로 다시 나왔소' 하는 비주얼을 보여줬다. 어찌 됐든 배는 채웠고... 3,000원 주고 김밥 사고 음료수 산 뒤 출발!

 

오르기 전에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려고 인증 샷 한 방 찍으시고.

 

이런 길이 나오기에 '아~ 이래서 산책 길이라고 했구나' 라 생각했으나... T^T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 가는 길로 13시 전에 진입해야 한다. 늦으면 입산 통제. 실제로 내가 12시 조금 지나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했는데 백록담 찍고 내려오니 입산 통제 표지판이 서 있더라.

 

 

 

 

올라가는 길 도중에 이 안내 간판이 자주 보였다.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 안내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처음에 몰랐다고 나중에 빵 터진 게 현위치에 있는 사람 그림. 산을 오르다 보면 하아~ 얼마 남았지? 라며 절로 한숨을 쉬게 되는데 안내 간판의 현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 딱 그 그림이다. 올려다 보며 남은 거리 가늠하는 어쩐지 쳐진 모습. ㅋㅋㅋ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지 말해보라 하면 어물어물하게 되는데 분명하게 뭔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조금 올라가다보니 휴게소가 나왔다. 휴게소 화장실 뒤 쪽에 있는 빗물 방화수 저장고. 특이해서 찍어 봤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 들렀는데 물 내리는 게 아니라 거품이 계속 나오는 변기가 뙇! 비위 약한 사람은 이용하기 힘들 듯.

 

 

 

 

 

어느 정도 올라가다보니 사라 오름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맘 같아서는 그냥지나쳤음 했지만 사라 오름의 산정 호수 보려고 한라산 오는 사람도 있다 해서 가기로 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른 끝에 산정 호수가 나오는데... 와~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진다!

 

 

제주 가기 며칠 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는데 그 덕분에 사라 오름의 산정 호수에 물이 가득 찼다.

 

어느 정도였냐면, 오름 전망대로 가는 탐방로까지 물에 잠길 정도. 한라산에 열 번은 와봤다는 제주 현지민도 이런 건 처음 본다며 신나 하셨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참방참방 물을 가르며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간신히 발목을 적실 정도였는데 중간 쯤 가자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오더라.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라 오름 전망대에 가자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카메라를 바꿔 가며 이렇게도 찍어 보고 저렇게도 찍어 보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보이는 만큼 멋지지 않다. 파노라마 샷도 찍어 봤는데 변환하기 귀찮아서... -ㅅ-

 

전망대에서 다시 등산로로 가기 위해 되돌아가는데 무덤이 보인다. 후손들은 무덤을 찾기 위해 한라산을 오르낼려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무덤 주위에도 제주 특유의 돌담이 있는 게 신기하더라.

 

방수 카메라 덕분에 물에 넣고 찍어 봤는데 생각한대로 멋진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좀 더 느긋하게 찍고 싶었지만 양 쪽에서 등산객이 오고 있는 상황인지라 길 막고 사진 찍고 있을 수 없어서 포기. ㅠ_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부지런히 오르기 시작. 왼 쪽에 헬기장이 보이더니 진달래 대피소가 나왔다. 대피소에서는 라면을 비롯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는데 바가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컵라면 1,500원).
라면 하나 사서 출발 전에 산 김밥과 함께 먹고 음료수 마시며 기운을 좀 차린 뒤 다시 출발.

 

산 자체는 험하지 않다. 데크로 짜여진 길도 많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슬렁슬렁 다닐만 하다(계단에 쥐약인 사람은 성판악 코스도 충분히 지옥스러울 수 있다.). 다만... 등산로 자체가 좁다. 그래서 단체로 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 뿐이랴. 커플들도 제법 있었는데 산에서 손 잡고 가더라. 뭔 깡인지 모르겠다. 데크로 된 길이라면 모를까 돌밭 가면서도 손 잡고 가는데... 그러다 자빠지면 저승 길 손 잡고 갈 수도 있다. 더구나 느릿느릿 가면서 손 잡고 가는 건 뒷 사람에게도 민폐다. 그러지 마라. 혼자 가는 것도 서러운 판에! -ㅅ-

매 년 지리산 가는데 중산리 → 로타리 휴게소 → 천왕봉 → 장터목 휴게소 → 중산리 코스를 이용한다. 올라가는 코스, 내려가는 코스 모두 최고 난이도다. 그런 곳도 여러 차례 다녀왔으니 이 정도야 뭐~ 라며 자신 있어 했는데... 솔직히 힘들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지만 그래도 1980M의 산이다. 더구나 지리산은 1박 2일로 가지만 한라산은 당일 치기였다. 바람막이도 없고, 먹을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여러 가지로 열악했다.

 

 

힙겹게 오른 끝에 백록담을 봤다. 물 고인 백록담을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잠시. 추웠다. -ㅅ-   정상에서 도시락 까먹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난 이미 진달래 대피소에서 다 먹어버려서 사진 찍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었다. 결국 10여분 머무르며 사진 찍고 바로 하산. -_ㅡ;;;

 

난 혼자 산에 가면 안 되는 게... 페이스 조절을 못 한다. 적당히 가다 쉴 때 쉬어줘야 하는데 혼자 가게 되면 항상 타임 어택 모드가 된다. -ㅅ-   한라산 등반도 마찬가지였다. 오를 때에는 빨리 백록담을 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기에 거의 안 쉬고 부지런히 올라갔고. 백록담 찍고 나자 얼른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거의 달리다시피 내려왔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속도였다.

성판악 코스로 백록담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아홉 시간 걸린다는데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여섯 시간이면 갔다 온다는 거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 거의 안 쉬고 잰 걸음으로 갔는데 올라가는 데 네 시간, 내려가는 데 두 시간 걸렸다. 내려올 때 진짜 엄청난 속도로 내려왔고 평지 데크에서는 뛰었는데도 여섯 시간 걸렸다. 분명 남들보다 빠른 시간일 거라 생각하는데... 남들도 다 여섯 시간만에 클리어인가? -ㅁ-

 

내려와서 가지고 온 쓰레기를 버리고 안내소에 들러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백록담까지 다녀왔다는 증거(사진 등)를 보여주면 1,000원에 증명서를 만들어준다. 난 내친 김에 5,000원 더 내고 메달도 만들었다. 언제 또 한라산 올라갔다 올 지 알 수 없으니까.

 

땀도 많이 흘렸고 너무 힘들었기에 빨리 게스트하우스 가서 쉬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에 사려니 숲길을 지나게 되었는데 1년 중 갈 수 있는 날이 일주일에 불과한 곳이란다. 마침 내가 갔을 때가 탐방 가능한 시기였는데 난 못 갔다. 아쉽다. T^T   길 옆에 차 잠깐 세워두고 사진 몇 장 찍고 왔다.

 

방목된 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바이크로 여행했다면 수시로 세우고 사진을 찍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이렇게 뻥~ 뚫린 도로, 제주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성판악 코스가 가장 쉬운 코스라는데 하루 만에 올라갔다 오려니 쉽지만은 않았다. 산 자체 난이도가 높다기보다는 코스가 길어서 오는 힘겨움이랄까?

그리고, 등산과 관계없는 얘기인데... 제주 현지인들 운전 매너가 정말 엉망진창이다. 일단 '허' 번호판 아니면 다 현지인으로 판단했지만 육지에서 패리를 이용해 차 가지고 온 사람도 분명 있었을 거다. 그렇다 해도 렌트 카 아니라면 대부분 현지인일텐데 운전을 어찌나 막 하는지. -_ㅡ;;;
제주 사람들이 '허' 번호판 엄청 싫어한다고 들었다. 운전하는 게 둘 중 하나라는 거다. 완전 초보 아니면 난폭 운전. 그런데 직접 운전해보니 아니었다. 난 좌/우/맞은 편에서 차 안 오는 거 뻔히 보여도 일일이 정지선 맞춰 차 세웠는데 일반 번호판 단 차들은 망설이지 않고 빨간 불에도 그냥 지나간다. 신호 위반은 예사로 겪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깜빡이 안 켠 채 차선 바꾸는 차가 대부분이었다.

월드컵 경기장 갔더니 제주가 운전 뭐시깽이로 몇 년째 전국 최하위네 어쩌네 하면서 전광판 통해 계속 계도하는 것 같던데... 정말이지, 현지인들 운전 때문에 짜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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