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의회가 지난 14일, 여성에게도 남성과 같은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 시켰다고 한다.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는 거다. 이미 여성도 남성과 동일하게 군 복무하는 나라로 이스라엘과 쿠바가 있다.
과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군대에 가야 하는가? 난 우리나라의 경우 의무적인 입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나 쿠바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단 노르웨이는 모든 공기업과 상장 기업 임원의 40%를 여성으로 배정해야 하는 등의 양성 평등 정책이 잘 되어 있는 나라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남녀 차별에 대한 대가를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해결하려는 이상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다. 그런 환경의 차이 때문에 여성의 입대 의무화는 부작용이 더 클 게 분명하다.
남녀의 신체 구조와 잘할 수 있는 일이 엄연히 다르기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차이를 차별의 이유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남자인 내가 쌀 한 포대 드니까 여자인 너도 들어라' 와 같은 말은 남자가 군대 얘기할 때 '여자는 애 낳잖아!' 하는 것 못지 않은 개소리다.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많은 현역 출신들이 여군의 불필요함을 언급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볼 때에는 어리버리한 여군들 때문에 옷도 마음대로 못 갈아입고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는 등 불편한 일 투성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군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다. 군대에서 흔히 하고 흔히 듣는 말이 군대도 사회라는 거다. 군대도 사람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군생활 잘 하는 애들은 사회 생활도 잘 한다는 거다(이게 세계 대전 때의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 주의 하에서라면 공감할 수 있을랑가 몰라도 난 공감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사회인만큼 여성이 필요한 일이 분명히 있다. 무턱대고 필요없다 할 일이 아니다.
아버지가 정치하는 높으신 나으리던가 재벌 총수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은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난 동대문 이대 병원에서 췌장염 의증이니 입원하라 한 상태에서도 군대 가서 사지 멀쩡하게 제대했다). 병역은 교육, 근로, 납세와 더불어 국민의 4대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자원 입대하는 여성을 제외한 보통의 평범한(?) 여성은 어떻게 병역 의무를 행하고 있는가? 나 진짜 몰라서 묻는 거다. 고등학교 졸업 or 대학 1/2학년 휴학한 여학생에게 별도의 국방세 걷고 있지는 않지 않은가?
내가 볼 때 양성 평등에 어울리는 여성 병역 문제 해결 방법은 대체 복무 or 국방세 신설이다. 사지 멀쩡한 남성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약 2년 동안 본인의 노동력을 헐값에 국가에 제공한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같은 나이의 여성은 국가에 노동력을 제공하지도, 세금을 내지도 않는다. 이건 분명 불평등 아닌가?
양성 평등을 논하는 이들 대부분이 남성 역차별을 양성 평등이라 착각하는 걸 보게 된다. 과거의 차별을 현재의 역차별로 해결하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자는 애 낳는다는 대응은 대체 저건 의무 교육 마치긴 했나?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애 낳으라는 강제성을 가진 법이 있던가?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군대 가라는 법은 있다. 비교가 안 되는 일이다. 강요와 선택이니까. 대체 머리 속의 뇌가 얼마나 작으면 저 따위 소리를 할 수 있는 건가?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는 건 옳은 해결 방법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여성도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남성의 복무 기간만큼 대체 복무를 하던가 병역세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싫다면 병역 의무를 다한 사람에게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이 받을 수 없는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병역 의무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이 왜 군 가산점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높으신 나으리들도 과거 차별에 대한 보상으로 역차별을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일까?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의무를 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의무를 다 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인가?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 대체 이 나라의 여성은 병역 의무를 어떤 식으로 해내고 있는 것인가?
블로그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아볼 수 있는데 누군가가 '여성의 국방 의무'로 검색을 해서 이 글을 봤더라. 저런 고급진 검색어로 등장한 글이 이 따위 똥 쓰레기라니... 읽고 가신 분께 사과 드린다.
10년 전에 쓴 글인데, 다시 읽어보니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형편없는 글이다. 글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이 따위의 미숙한 생각을 했던 것도 나니까, 폐기물에서 쓰레기 수준으로나마 진화는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자 지우거나 숨기지는 않으려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방과 병역을 동일시했다는 거다. 국방의 의무로 통일해야 하는데 국방이라 했다가, 병역이라 했다가, 엉망진창이다. 반성한다.
생각이 한참 어릴 때 쓴 글이라 그럴 수 있다는 핑계는... 댈 수 없다. 4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싸질렀기 때문이다.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824
그렇다면 지금은 하룻 밤 꿈을 꾸고 난 스크루지 영감처럼 생각이 확~ 바뀌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국방의 의무는 사실 상 병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각하고, 그 병역은 남자만 짊어지고 있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본다. 군 생활은 육군 기준 1년 6개월로 확~ 줄었고 병장 월급이 100만 원이 되는 등, 과거에 비하면 모든 것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젊은 남자들에게 기피하고 싶은 곳이다.
국방의 의무가 병역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럼 평범하게 자란 남자와 여자의 예를 들어 따져 보자. 고만고만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갔다. 남자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입대, 여자는 계속 학교를 다닌다. 남자는 전역 후 복학을 해서 졸업. 여자보다 졸업이 2년 늦어진다. 2년 먼저 졸업한 여자는 남들에게 말하면 아~ (무슨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모른다고 하면 민망해할지도 모르니까 대충 아는 척 하자.) 라는 반응이 나오는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번다. 남자도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번다. 자, 여기까지.
대기업이라서 군 복무 기간을 호봉으로 산정해 3호봉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성별에 따른 급여 차이를 부당하다 생각하는 사장 때문에 월급도 같다. 자, 남자는 군에서 자기 적성이나 특기와 관계없는 보직을 받아 1년 6개월을 보냈고, 어떻게 저런 게 있냐 싶을 정도의 말종을 만나 마음 고생도 겪었다. 이에 대한 보상은? 아, 보상을 운운할 일이 아니지. 의무를 다한 것이니까. 그렇다면, 여자는 어떤 국방의 의무를 다했는가? 뭐, 인터넷에 군인들 대우가 형편없다며 까는 댓글을 단다거나 했을 수도 있지만 남자의 1년 6개월에 비할 만한 무언가를 했는가?
국민의 의무를 20대 초반이나 중반 전에 완료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평생 살면서 의무를 다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그렇잖아.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하고 남녀 차별 없는 사무직으로 일하다 퇴직해서 취미 생활하며 노후를 즐기다 죽는다면, 그 삶에 국방의 의무가 끼어들 자리는 어디에 있는 거지?
남성 우월주의나 성 차별주의로 비춰질까 걱정스러운데, 나는 대한민국의 여자는 본인이 결정하지도 않은 성별 때문에 차별 당하고 억압 당하며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아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굉장히 옳지 못한 일이고, 개선하기 위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여러 가지 개선이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러나, 차별을 다른 차별로 보상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내 생각이 그러하니 당신들도 내 생각에 동조하라! 라는 목적으로 끄적거리는 글이 아니다. 정말로, 여자가 국방의 의무를 어떤 식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쓴 글이다. 10년이 지나 이 글을 보면 또 한심해하고 창피해할 정도로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대충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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