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태블릿으로 『 1박 2일 』 시즌 1 틀어놓는다. 밝으면 잠이 안 오니까 태블릿 엎어서 소리만 듣는 거다. 그렇게 해놓고 금방 잠 들어버리니 굳이 켤 필요가 없지만... 뭔가 아쉬워서? 허전해서? 아무튼... 일본 가면 늘 저렇게 하고 잔다. 충전기 꽂아두니까 배터리 걱정 없고, 호텔의 와이파이 이용하니까 데이터 걱정도 없다. 자고 일어나면 늘 자기 전에 보던 편에서 한참 뒤로 간 편이 나오고 있...어...야... 하는데... 아침에 눈 뜨니까 동영상이 멈춘 상태였다. 응? 이게 뭔 일이지? 하고 태블릿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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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이파이가... 와이파이가... 호텔 것으로 물려 있는 게 아니라 포켓 와이파이로 물려 있다!!! 그리고... 용량 초과라는 경고문이 떠 있다. 이게 자정 전에 용량 초과라 뜨면서 멈춘 거면 다행인데, 자정 지나서 새벽 내내 데이터 잡아먹다가 용량 초과 뜬 거라면... 난 이 날 인터넷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대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큰 일이다.
잽싸게 손전화를 포켓 와이파이에 물린 뒤 네×버 접속을 시도했다. 포켓 와이파이 용량 초과로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접속이 안 되는 게 정상이니까. 조마조마해하면서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접속이 된다. 후아~
일찍 자서 그런가 다섯 시도 안 됐는데 눈이 떠졌다. 이불 속에서 뮝기적~ 뮝기적~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그냥 빈둥거리고 싶다. 역시... 숙소가 너무 편하면 안 된다. 지금 사는 집도 너무 편해서 퇴근하고 들어가면 밖으로 아예 안 나가는데... -_ㅡ;;;
호텔 방에서 뒹굴자고 일본까지 간 건 아니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켜 샤워하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호텔 1층의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버스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호텔 바로 앞의 바닷가에 가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이정표 - 원래 있는 건지 도쿄 올림픽 때문에 만든 건지 모르겠다
베이사이드 스퀘어 가이케 호텔에서 나와 왼쪽 도로로 쭈욱 올라오면 이 건물이 보인다 -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버스 정류장
위 사진 속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 바다로 가는 방향이다
정체 불명의 흉상이 있어 뭣도 모르고 사진부터 찍고
느긋한 마음으로 바다를 구경한다
베이사이드 스퀘어 가이케 호텔은 가이케 온천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호텔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속초에 가면 바다 바로 앞에 호텔과 모텔 사이 수준의 숙박 업소들이 많은데 모래 사장이 꽤 커서 바다가 가까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곳은 모래 사장이 크지 않아 바로 코 앞에 바다가 보인다. 실제로 호텔 방에서 창 밖으로 바라보면 파도가 바로 앞까지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기분이다. 별 일 없을 때에는 이게 큰~ 매력인데... 여행 출발 전에 강력한 지진이 있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해일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해야 했다. 지진도 겪어본 적 없어서 무섭기는 하지만, 정작 재해가 발생하면 지진보다는 해일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다행히 여행 중에 지진이 없었지만... 일본 여행 다니는 사람이라면 대비는 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 바다가 그 바다지. -_ㅡ;;; 바다 다 보고 뒤로 돌아 직진
이런 말 할 때마다 낭만 없다, 분위기 깬다, 참 다양하고 잔소리 듣지만... 그래도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바다 보고 싶다며 일부러 바다 찾아가는 걸 당최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는 포항에서 태어났지만 바닷가 마을에 살지는 않았다. 포항제철(現 POSCO) 사원 주택 단지에 살았었는데 어렸을 때 살았던 곳과 이사간 뒤 산 곳 모두 바다와는 거리가 있었다. 어디 돌아다닌다 한들 형산강을 많이 봤으면 봤지, 동해 바다는 그닥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바다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향 떠나서 잠깐 살다가 군대 갔더니 사방이 서해 바다인 섬에 던져놔서... 사람들한테는 태어나서 동해 바다 20년 보고 살다가 군대 왔더니 서해 바다 한복판 섬에 던져 놨다고 궁시렁거렸지만... 동해고, 서해고, 바다를 본다고 뭔가 기분이 뻥 뚫린다거나 시원해진다거나 하는 건 없다. 일본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가 그냥 바다지, 뭐. -_ㅡ;;;
쭈욱~ 걸어오면 파란 글자로 된 간판의 병원이 나오고 그 뒤로는 택시 회사 - 계속 가면 된다
그러면 이내 관광 안내 센터와 버스 정류장이 등장한다
이 날은 11월 3일, 한국에서는 학생의 날이었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출발한 열차가 나주에 도착했을 때 광주 중학교에 다니는 일본인 학생이 박기옥, 이광춘의 댕기를 잡아당기며 희롱하였고 이에 발끈한 박준채가 나서면서 일본인과 한국인 학생의 패싸움이 벌어졌다. 출동한 일본 순사는 일방적으로 일본인 학생 편을 들어 한국인 학생들의 속을 뒤집어놨고... 11월 3일에 신사에서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으며 개김성 침묵으로 1차 시위를 마친 학생들은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였다. 이것이 학생의 날 유래 되겠다. 그리고... 내 생일이기도 하다. -ㅅ- 그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아도 아직 축하 받을만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며 쿨한 척 건방 떨어 정내미 떨어지게 만들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스스로에 대한 생일 선물을 후하게 주자고 마음 먹어 일본 여행을 계획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생일을 맞이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그런데... 일본인들이 내 생일이라고 이 날을 국경일로 삼아 쉬는 것이 아닌가! 는 되도 않는 개소리고... -_ㅡ;;;
일본에서의 11월 3일은 문화의 날 - 공휴일이다
멘붕이 왔다. 11월 3일이 일본의 공휴일인 것을 몰랐던 거다. 그래서 모든 열차 시간을 평일 기준으로 알아왔는데... 느닷없이 공휴일이라니...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커피 하나 뽑아 마시면서 시간표를 유심히 봤다. 그리고... 휴일 시간표에 맞춰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옆 면에 요나고 역이라고 쓰여 있지 않았지만 시간표대로 도착했으니 의심하지 않고 올라 탔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쌔~ 해서 헤드폰을 벗고 기사님을 보니... 버스에 오르려는 다른 승객에게 요나고 역 안 간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부리나케 내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멍 때리고 있다가... 다음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요나고 역으로 향했다.
이 날은 돗토리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한다 - 역무원에게 물어봐 확인을 하고 2번 플랫폼으로 향했다
돗토리 가는 열차의 시트 색은 도토리 색... 무리한 드립에 사과 드립 - 죄송합니다
돗토리는 그냥 시골 - 저 멀리 다이센 보이는가 싶어서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보지만 한 번을 못 찍었다
미리 구글로 시간을 알아보고 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날은 오전에 후루사토관에 갔다가 구라요시에 들린 뒤 돗토리 역까지 가서 1,000엔 택시를 이용하여 세 군데 관광을 하는... 상당히 빡쌘 일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열차를 놓친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니었다. 미리 구글로 시간을 다 확인하고 갔지만 움직이는 동안에도 수시로 시간표를 확인하며 일정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건너 편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 상당히 가까운 거리인 것 같다
크기를 줄여놔서 잘 안 보이는데 거대한 풍력 발전용 풍차가 휭~ 휭~ 돌고 있었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유라 역에 내렸다
유라 역은 젊은 처자 한 명이 일하는, 작디 작은 역이었다. 『 명탐정 코난 』과 작가 아오야마 고쇼가 아니었다면 외국인 구경 한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은 변두리의 작은 시골 마을. 그러나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추리 만화가 이 작은 마을을 바꿔놓았다. 사방이 코난이고 여기저기서 외국인이 보인다. 첫 날 요나고 역에서 패스 교환할 때에도 엄마와 딸이 코난 미스테리 투어 온 것을 보았는데 이 날 유라 역에서도 엄마와 딸이 나란히 온 걸 봤고, 나와 모녀 커플 말고도 한국, 대만(으로 추정)에서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후루사토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노란 머리 서양인도 봤고. 애들이 보는 거라며 찬 밥 대접했던 만화의 힘이란...
역 밖으로 나가자마자 오른쪽에 자그마한 관광 안내 센터(호쿠에이정)가 있다
화장실의 남녀 그림도 코난과 란이 대신하고 있다
지역 관광 안내도가 역 앞에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생 같지 않은, 뭔가 갓 입사한 회사원 같아 보이는 코난이 손가락 총을 겨누고 있다
아,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역 정면에는 두 팔 벌린 코난이 오가는 사람을 반기고 있다
후루사토관까지 가는 길을 안내해놓은 지도
정말 작은 역이다
바닥에도 목적지와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 깔끔하게 잘 만들어놨다
이 쪽 지역의 특산물이 수박인 모양이다 - 수박 좋아하는데 못 먹어서 아쉽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코난이다
역 옆으로는 자그마한 코난 동상도 서 있다
에헤이~ 저는 범인이 아니라니까요~ -_ㅡ;;;
오고가는 차도 드문, 조~ 용~ 한 시골 마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 여기도 손전화 보고 걸어다니다 사고 많이 나는 모양이다 ㅋㅋㅋ
바로 출발하지 않고 다시 역으로 들어갔다 - 천장도 코난
출입문도 코난
코인 라커도 코난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요 밑↓에 하♥트 클릭, 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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