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퇴근이 17시 30분이었는데 어찌 하다보니 세 시간 정도 일찍 집에 오게 됐다. 잠이 부족하니까 한 숨 자고, 미리 짐 싼 뒤 일찍 잘 계획이었는데...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야 아름답지. ㅋㅋㅋ 간만에 PS4 전원 켜는 바람에 게임하느라 시간 다 잡아먹었다. 그래도 애국한답시고 류현진 등판시켜서 퍼펙트 게임! 뭐, 말도 안 되는 난이도로 그냥 버튼 누르면 홈런이고, 버튼 누르면 삼진이긴 하지만. ㅋㅋㅋ
해가 길어져 늦게까지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밖이 어둑어둑해져서야 아차 싶더라. 부랴부랴 짐을 싸고 마사미 님 드릴 편지 쓰는데 일본어를 알고 쓰는 게 아니라 번역기 돌린 걸 따라 그리는 수준이니까 엄청 오래 걸린다. 거기에다 모르는 한자 투성이라 두 시간 넘게 썼다(그래놓고 못 드리고 옴). -_ㅡ;;;
자정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고 세 시 땡! 하자마자 눈을 떴다. 눈 뜨고 손전화 딱 잡으니까 알람 울리려고 화면 바뀌고 있더라. 나란 남자, 알람보다 앞서 가는 남자. 훗~
대충 씻고 옷 입었는데도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너무 일찍 가봐야 터미널에서 멍 때리고 있어야 할테니 거실을 서성거리면서 시간 까먹었다. 셋톱 박스가 대기 전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다고 하니까 꼭 끄고 가야지! 해놓고... 그냥 나갔다. (여행 마치고 집에 오니 집이 훤~ 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거실 형광등이 일주일 동안 열일 한 거다. 피같은 전기 요금... ㅠ_ㅠ)
카카오 택시로 택시 불러 타고 나가면서 그제야 셋톱 박스 안 끈 것을 알았다. 이럴 때에는 스마트 홈케어 서비스를 이용해서 딱! 같은 건 특정 기업 지원 받아 후기를 사칭한 광고 글 써대는 블로거들이나 하는 거고... 우리 집에서 스마트 어쩌고 하는 건 아직 멀고 먼 얘기. 그냥 켜놔야지, 어쩌겠냐.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내 정신도 없고~ 여행 전에 막 두근두근하는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사 귀찮고~ 틀림없이 왜 집 나와서 개고생이냐는 생각할 게 뻔한데 그냥 집에서 일주일 쉬면 안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그 와중에 택시는 신호 무시하고 달려 터미널에 도착. 그 새벽에도 터미널에 사람들이 몇 명 있더라.
버스는 안성에서 출발, 평택을 찍고 이후 송탄, 오산에서 멈췄다가 인천 공항까지 간다. 인천 공항에서 반대로 올 때도 마찬가지. 하지만 새벽 네 시 버스는 평택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확실한 건 아니고.
터미널에 도착해 나처럼 버스 시간 필요한 평택 사는 사람 있을까봐 평택 ↔ 인천공항, 평택 ↔ 김포공항 시간표 하나 찍어 놓고.
평택 터미널은 자그마한 시골 터미널이지만 자동 판매기가 있다! 이 꼭두 새벽에도 티켓 발매가 되는 건가? 하고 봤더니, 된다. 카드 긁어서 인천 공항 가는 버스 표 구입. 2017년 06월 현재 기준으로 13,300원이다. 내가 표 사는 거 보더니 먼저 와서 앉아 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자판기로 온다. 밖에서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합류하여 표 사는 데 동참. 아마도 표 사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좀 헤매시는 것 같더라니 금방 표를 구입한다(하지만... 평택 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표는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교통 카드 찍고 탈 수 있습니다. ㅋ).
멍 때리고 손전화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드니... 대합실에 아무도 없다. 응? 시간을 보니 버스 올 시간. 밖을 보니 사람들이 다 나가 있다. 버스 근처로 가니 기사가 갈 사람들 빨리 짐 실으라고 짜증내고 있는 상황. 그 와중에 빗방울이 굵어진다. 캐리어 실어놓고 버스에 올랐다. 아무 자리에나 앉으면 되는 시스템(인천 공항에서 오산, 송탄, 평택, 안성 가는 버스는 지정 좌석제이므로 미리 표를 구입해야 합니다.).
터미널에서 출발, 택시 타고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집 앞에서 한 번 멈춰주면 딱인데. ㅠ_ㅠ 송탄까지 20분 걸렸고, 거기서 오산까지 또 20분 걸렸다. 사람들 태우고 뭐하고 하느라 시간 잡아먹고 얼추 한 시간 정도 까먹은 뒤 오산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해가 일찍 떠서 다섯 시 밖에 안 됐는데도 슬슬 날이 밝아온다.
인천공항에 내리니 안개가 자욱~ 백령도 살 때 지겹도록 봤던 그 안개다. 이거 지연되는 거 아냐? 은근히 걱정이 됐다. 아무튼... 버스에서 내려 들어간 곳 근처에서 진에어 발권이 가능하다. 한~ 참 걸어가야 했던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인천공항의 거대함을 느낄 시간도 없이 바로 가서 발권. 그 다음은 예약한 포켓 와이파이 받기. 몇 번 해봤던 거라 여유롭게 처리했다.
포켓 와이파이는 지난 11월 여행 때와 또 다른 기종이다. 죄다 일본어로 나오기에 영어로 바꾸려고 했는데... 당최 언어 설정하는 부분이 안 보인다. 한참을 만져봐도 언어 변경하는 게 없다. 일본어만 나오는 건가 보다~ 하고 순순히 포기. 포기가 빠르면 인생이 편하지. ㅋㅋㅋ
일찌감치 들어가자 싶어 보안 검색 받는데 게이트 통과하고 난 뒤에도 여자 직원이 막대기로 훑을 생각을 안 한다. 지난 번에도 그냥 통과한 적 있기에 그런 줄 알았더니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와서 손으로 수색하겠단다. 그러면서 바지랑 가랑이까지 손으로 슥슥 훑는다. 테러 때문에 보안 검색이 강화되었다더니 그래서인 모양이다. 확실히 간사히 공항에 비하면 인천 공항의 보안 검색은 좀 더 빡빡하다. 보안 검색 마치고 출국 심사 받으러 가니 엄청 바쁘고 그렇지는 않네. 아무래도 아침 이른 시각이니까. 그래도 무인 출국 심사가 편하니 그리 향하는데 뭔가 안내 판때기가 서 있어서 보니까... 이제는 사전 등록 안 해도 무인 출국 심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호오~
무인 출국 심사는 사전에 등록 과정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로밍 센터 옆에 등록하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차례 기다렸다가 지문 날인하고 얼굴 사진 찍는 걸로 등록이 완료. 그러면 출국 심사 때 사람들이 바글바글해도 무인 출국 심사하는 곳으로 가서 여권 스캔하고 지문 찍으면 바로 끝입니다. 여권에 도장 받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쪽이 훨씬 편합니다. 시간도 빠르고. 이번에 인천공항 가보니 사전 등록 안 해도 이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세상 좋아졌고만요. 올 해부터 이렇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출국 심사 마치고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면 되는데 예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왼쪽으로 갔다가 아, 여기 아니고나~ 하고 되돌아왔다.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 2층으로 올라가 인터넷으로 지른 면세품 찾고 일찌감치 탑승구로. 19번 탑승구라는데... 셔틀 안 타서 좋다 했더니 끝도 끝도 세상에나, 완전 끝이다. 한~ 참 걸어가 탑승구 근처 도착.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근처에는 과일 주스 파는 곳만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걸어가면서 하나 사들고 갈 것을. 혹시나 19번 탑승구로 배정 받으신 분들 있으시면 커피나 음료 같은 거 미리 사들고 가세요. ㅋ
탑승구 근처에 담배와 술 파는 곳 있어서 두리번거리며 봤다. 마사미 님 드리려고 산 선물이 너무 빈약한 거 같아서 술이라도 한 병 사드려야겠다 싶은 거다. 양주는 안 좋아하실 것 같고... 전통주로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 봤다. 안동을 좋아하시니 안동 소주가 딱이지만 절반이 알콜이니 드시지 못할 것이다 싶어 인삼이 든, 뭔 상 받았다는 술을 하나 샀다. 이것도 도수가 38도나 되니 엄청난 술이긴 한데 안동 소주보다는 나으니까...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
응? 비행기가 뭔가 거대한데? 기존에 타던 건 3열 - 통로 - 3열 형태의 보잉 737이었는데 이 녀석은 보잉 777-200 모델이다.
검색해보니 1994년에 취항한 보잉 777의 최초 모델이 보잉 777-200이라고 한다. 보잉 747과 767 사이의 크기를 가진 녀석이라고. 기내 항공기 정보는 그냥 777-200으로 나오는데 위키백과 찾아보니 777-200ER 모델이라고 한다. 비행 가능한 거리가 늘어난 녀석이라네. 대한항공에서 가지고 왔겠지? 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대한항공에서 쓰던 거 가지고 와서 래핑만 새로 한 모양이다. 아무튼... 전에 간사이 갈 때 타던 737 기종은 183~189명 정도가 탔는데 이 녀석은 355명이 탑승 가능하니 내가 엄청 커졌네라고 느낄만 하다.
어떻게든 빨리 내려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에 창 쪽 자리를 포기했다. 적지 않은 비가 계속 내리고...
기존 737은 3열 - 통로 - 3열 형태였지만 777은 3열 - 통로 - 3열 - 통로 - 3열 형태로 3열 시트 한 줄이 추가된 형태다. 제법 크다.
출발 전에 고도 보정했는데 정확히 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민항기 비행 고도에서 별 일 없이 잘 날아가서 간사이 공항에 내렸다.
좌석이 비교적 앞 쪽이었고 비행기가 꽉 차서 간 것도 아니었기에 금방 내릴 수 있었다. 빨리 내려야 에반게리온 신칸센을 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좀 서둘렀다. 간사이 공항은 입국 심사를 처리하는 부스가 여럿인데 그걸 다 개방하지 않아서 사람이 몰려도 금방 빠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날은 거의 모든 부스가 개방되어 있었다. 잽싸게 가서 입국 심사를 마쳤다. 히로시마나 요나고 같은 중소 도시의 공항은 보안 검색이 무척 꼼꼼한데 간사이 공항은 엄청 간단하다. 엄마님이랑 삼촌 내외 모시고 갔을 때 입국 심사만 두 시간 걸렸던 거 생각하면... 아오~ -_ㅡ;;;
밖으로 나오니 수화물들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데 내 캐리어가 딱 보인다. 운도 좋다. 잽싸게 캐리어 꺼내어 익숙한 길을 걸어나갔다.
그렇게 간사이 공항 왔다갔다 하면서도 정작 공항 사진 찍은 적은 없는 것 같아 찍어봤다. (찾아보니 똑같은 구도로 찍은 적 있네. -ㅅ-)
JR 티켓 오피스에 도착. 예전에는 1층에 캐리어 묶어두고 2층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다. 응대하는 직원도 두 명 뿐이었고. 하지만 바뀌었더라. 2층 올라가는 계단 막아놓고 1층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직원도 여섯? 일곱?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영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 가능한 직원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오사카 주유 패스나 간사이 스루 패스를 이용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JR 티켓 오피스에서 한국 사람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서양 애들은 워낙 여기저기 막 돌아다녀서인지 JR을 많이 탄다. 그런데 직원이 달랑 두 명 뿐이어서 여기도 항상 북적거렸는데... 이렇게 바뀐 덕분에 한적했다.
경비 복장을 입은 사람이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코리아~"라고 했다. 앞 쪽에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온 한국인을 응대하고 있었다. "잉글리쉬 노 프러블럼~" 하니까 앞 쪽으로 가라고 손짓. 직원이 일본어로 말하기에 "니혼고가 하나세마셍(일본어를 못합니다.)." 발사! -_ㅡ;;;
일본에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저 말이다(앞으로도 수도 없이 한다. -_ㅡ;;;). 인쇄해 간 바우처 보여주고 여권 보여준 뒤 카드로 결제를 마쳤다(JR 티켓 오피스는 비자, 마스터 등 신용 카드 사용이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구매하면 ¥14,000이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면 ¥13,500에 살 수 있다(JR Pass 예약하는 법은 여기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23). 겨우 ¥500 정도야, 뭐~ 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돈으로 바꿔 생각하면 ₩5,000이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표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니 여유롭다.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에반게리온 신칸센을 탈 수 있다. ㅋㅋㅋ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난카이線을 이용해서 곧바로 난바(難波)로 가거나 린쿠타운(りんくうタウン)으로 가지만 JR 타는 사람도 꽤 있더라.
대부분 중국인이긴 했는데 한국 사람도 꽤 보이긴 했다.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열차(하루카 14 特急 교토)가 도착. 들어온 열차가 바로 나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청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소 중이라는 안내 팻말로 입구를 막은 채 부지런히 청소를 한다. 몸이 불편해보이는 사람이 절뚝거리면서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며 청소를 한다. 일본이 확실히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걸 느끼는 장면이다. 장애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청소하던 분이 기관사에게 작업이 끝났음을 알리니 기관사가 시트를 회전시킨다. 한꺼번에 모든 시트가 다 돌아가는 게 아니라 홀수 쪽 시트 돌아가고 짝수 쪽 시트 돌아가는 식으로 두 번 돌아간다. 등받이가 넘어가는 건가? 라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시트 자체가 빙글~ 돌아가서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동영상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는 게 불편해서 안 찍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여행에서 사진 찍을까? 동영상 찍을까? 망설이다 안 찍으면 늘 돌아와서 후회한다. T^T 이후 문을 막아놓은 줄을 치우며 탑승하라고 하기에 캐리어를 끌고 올라탔다. 자유석은 4, 5, 6호 차량. 맨 마지막인 6호 차량은 조금 작다.
이제 신 오사카까지 멍 때리고 창 밖을 보고 있으면 된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아래에 하♥트 클릭~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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