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째 되는 날. 이 날은 온전히 “ZARD”의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를 위한 날이었다. 아니, 이번 도쿄 여행 자체가 사카이 이즈미 때문에 계획한 것이었다.
ZARD는 일본의 혼성 그룹 이름입니다.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세션의 인지도는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보컬의 존재가 큰, 사실 상 원 맨 밴드입니다. 실제로 데뷔 이후 멤버들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사카이 이즈미만 남아 ZARD라는 이름을 유지했습니다. 『 명탐정 코난 』이나 『 슬램 덩크 』의 주제곡을 여러 곡 불러 국내에도 인지도가 꽤 있는 편입니다. ZARD나 사카이 이즈미라고 하면 모르지만 노래를 들려주면 아, 이 노래 알아! 내지는 이 노래 들어봤는데... 정도의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인기 순위나 히트곡과 관련한 기록이 수두룩 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가수여서 대표곡을 하나만 꼽는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지만 굳이 한 곡만 추천하라 한다면 “負けないで”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뮤지컬 배우 전혜선이 '지지마'라는 제목으로 번안해서 부른 노래가 청소년 드라마 『 반올림 』에 삽입되었기에 아는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몰라서 그렇지 국내 방송에서 BGM으로 은근히 많이 깔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박정아, 허영생(SS501), FT Island 등이 일본 활동 시절에 불렀던 적이 있네요. 2006년에 자궁경부암이 발견되어 게이오 기주쿠 대학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던 중 경사로에서 미끄러진 후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2007년 5월 27일입니다.
지난 해 12월에 샤이니의 김종현이 사망했다. 일본에 샤이니 팬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뉴스 보면서 해외 팬들, 특히나 일본 팬들은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사카이 이즈미 묘는 아직인가? 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① 많은 팬들이 묘에 찾아가 명복을 빌고 싶어 했지만 ② 가족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③ 팬들은 묘를 대신해 그녀가 입원했던 병원으로 찾아가는 바람에 ④ 병원에서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었다.
생각난 김에 한 번 찾아볼까 싶어 검색해봤더니... 사카이 이즈미의 묘에 다녀온 한국인 팬이 있었다. 한 명이 아닌 것 같았다. 가족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일반인의 참배를 막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가보자!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ZARD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학교 앞에서 길보드라 불리는, 인기 있는 노래만 모아놓은 짭퉁 테이프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New Kids On The Block, DEUX 1집을 집어든 후 뭔가 더 살게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일본 음악 BEST라는 테이프를 발견해서 같이 사들고 왔다. 일본의 문화를 정식으로 수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PC 통신과 게임 등을 통해 암암리에 유포되고 있던 시절이었다. 패미컴으로 일본 RPG 게임을 즐겨 했던지라 일본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에 사들고 온 게 아닐까 싶다.
A면 두 번째 노래가 ZARD의 노래였는데 몇 번 듣다보니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계속 반복하여 듣게 됐다. 그러다 다른 노래는 뭐가 있나 싶어 보니 ZARD 노래가 ¼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ZARD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이텔 등을 통해서 여러 정보를 얻으며 계속 ZARD의 음악을 들었다. 내게는 딱히 질풍노도의 시기 따위는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ZARD의 목소리로 불려진 것들이었다.
1,000원 짜리 짭퉁 테이프를 사던 중학생은 10,000원짜리 짭퉁 CD를 사는 풋내기가 되었고 그렇게 구입한 CD를 테이프로 옮겨 군대에서도 듣고 다녔다. 일본 대중 문화가 정식으로 수입되면서부터 ZARD의 앨범이 정식으로 출시되기 시작했기에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했고... 죽기 전에 ZARD 공연 한 번 실제로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따위의 바람을 갖게 됐다.
해외 여행은 그저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할 뿐이지 실제로 간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어찌 하다보니 2014년부터 매 년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 그러나... 직접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던, 내 간절한 바람 속의 주인공은 이미 2007년에 사망했다.
살아서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녀의 묘에 가서 좋은 노래 불러줘서 고마웠다고, 당신 덕분에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명복이라도 빌고 싶었다. 그녀의 묘가 도쿄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래서 평소 관심도 두지 않았던 도쿄 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거다.
P.S. 같이 여행을 간 선배는 내 덕분에 ZARD를 알게 된 사람이다. 힘들었던 시기에 노래를 통해 힘을 얻었기에 ZARD를 생각하는 마음이 나 못지 않게 각별했다. 그런 걸 알기에 이즈미 상의 묘에 참배하러 간다고 하자 바로 "나도!"라는 반응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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