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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도쿄(부제: 노예 12년) - 셋쨋 날: 시부사와 역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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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경로 - 실제 경로

 

 

 

시부사와 역은 도쿄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하다노라는 자그마한 외곽 도시에 위치한 역이다. 2014년 12월 23일부터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알림음(駅メロ = 에키메로 = 에키는 역, 메로는 멜로디를 일본식으로 줄여 쓴 말)으로 ZARD의 노래를 쓰고 있다. 투표를 통해 노래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1위가 負けないで(마케나이데 = 지지말아요)2위가 揺れる想い(유레루오모이 = 흔들리는 마음)였다고 한다. 그래서 저 두 노래가 상행선, 하행선 도착음으로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心を開いて(코코로히라이데 = 마음을 열어요)는 5위.

 

 

사카이 이즈미가 태어난 곳은 가나가와 현의 히라쓰카지만 자란 곳이 하다노였다고 한다. 데뷔 이후에도 한동안은 전철로 신주쿠까지 왕복했다고. 시부사와 역이 그 하다노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로 제정된 지 60년을 맞이하여 지역 출신의 가수인 ZARD의 음악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라 한다.

 

단지 열차가 도착할 때의 멜로디를 직접 듣기 위해 시부사와 역에 간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준비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오니 열 시. 이제는 열 시에 출발하는 게 익숙하다. -_ㅡ;;;   걸어서 시부야 역으로 갔고 역시나 밥 먹을만 한 곳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자그마한 초밥 집을 발견. 일본 여행이 처음인 선배에게 먹여보고 싶었던 음식이 교자, 라멘, 우동, 초밥 정도였는데 마침 초밥 집을 발견한 거다. 선배는 내가 생선을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초밥 괜찮겠냐고 계속 물어봤다. 훗... 회전 초밥 가게에서 새우 초밥으로만 7만원 어치를 먹는 사람한테 무슨 실례의 말씀을.

 

가게 입구가 작아서 조그마한 동네 가게를 생각했는데 안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다. 우리가 갔던 가게는 겐키 스시(Genki Sushi). 여행 후기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나름 알려진 체인점이라 한다. 일본 스시 업계 1위가 스시로이고 5위가 겐키 스시인데 지난 해 9월 말에 두 회사가 통합했다는 기사(http://news.g-enews.com/view.php?ud=201709291638362247d6eb469fd3_1&md=20170929175919_J)가 있다.

 

그런 거 전혀 모르고 그냥 들어간 거였다. 레일 위를 돌아다니는 초밥 중 맘에 드는 걸 내려서 먹는 게 보통의 회전 초밥 가게 시스템인데 여기는 좀 특이했다. 모든 자리 앞에 터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면 그 음식이 레일을 타고 내 앞까지 오는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형태라서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런 시스템이다. 손님이 점점 늘어나면서 가게 안은 터치 스크린 누를 때 나는 뿅뿅 소리로 가득하다. ㅋㅋㅋ

 

터치 스크린은 영어, 중국어, 한글을 지원했다. 한국어를 누르니 메뉴 중 일부가 한글로 표기되어 나오긴 하는데 모든 것이 다 번역되지는 않더라. 그렇다고 해도 영어나 일본어로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했다. 영어나 일본어 메뉴로 본다고 해도 딱히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주문은 한 번에 세 접시까지 가능하니 한 꺼번에 잔뜩 내려놓고 먹고 싶다면 일단 세 개 주문한 뒤 또 주문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자리가 넓지 않아 죄다 늘어놓고 먹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파채가 올라간 초밥도 있었고

 

 

그닥 신선해보이지는 않았지만 조개로 만든 초밥도 있었다.

 

 

한 가지 이상했던 건, 거의 모든 초밥이 와사비 프리였다는 거다. 메뉴를 아무리 봐도 초밥마다 전부 와사비 프리 표시가 붙어 있더라. 한글로 설정해서 그런가 싶어 영어로도 바꿔보고 일본어로도 바꿔봤지만 초밥에 와사비 없다고 표시된 것 뿐이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직원에게 물어볼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니 그냥 아쉬운대로 먹어야지. ㅠ_ㅠ   대신 앞접시에 와사비를 풀어 초밥에 넉넉하게 찍어 먹었다.

 

메뉴 고르다보니 뭔 이벤트 화면으로 넘어가면서 돌림판 돌리는 게 나오던데... 나는 꽝이었다. 그런데 선배가 돌림판 돌렸더니 5% 할인 혜택에 당첨됐다. 그리고 뭔 코인 같은 것도 주더라.

 

이게 뭔가 했더니... 카운터 옆의 가챠폰 뽑는 데 쓰이는 코인이었다. 100엔을 넣어도 되지만 이 코인으로도 뽑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 선배가 자기는 필요 없대서 내가 드르륵~ 돌렸더니 초밥 도장이 나왔다. 집에서 까봤더니 잉크는 없고 고무 도장만 있더라. ㅋ

 

 

느긋하게 밥을 먹고 나왔다. 선배는 일본 와서 먹은 음식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내가 지난 이틀 동안 어지간히 못 먹였나보다. 싸서 먹는 회전 초밥이 가장 맛있었다고 하는 거 보면. T^T

선배는 선물 사느라 환전해 간 돈이 부족할 것을 걱정하고 있어서 어지간하면 카드를 쓰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겐키 스시는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었다. 밥 먹고 났으니 선배는 또 담배를 찾았다. 담배 피우는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하치코 상 근처의 파출소를 발견. 평소 길을 물어보거나 하는 걸 직접 해보라고 하면 절대 안 하던 양반이, 담배 피우는 곳 물어보러 가는 건 1초도 망설이지 않는다. 경찰한테 물어보랬더니 냅다 가기에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쫄랑쫄랑 따라가서 대신 물어봤더니 길 건너를 손으로 가리킨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담배 자판기 쪽으로 가니 흡연 구역이 있고 수많은 남녀가 새하얗게 연기를 뿜으며 너구리 잡고 있었다. 너구리가 아니라 공룡이라도 잡겠더라.

 

 

 

 

선배가 담배 피우는 걸 기다리고 있다가 전철을 타러 갔다. 시부야에서 게이오 이노카시사線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시모키타자와 역이다. 거기에서 내려 오다큐線으로 갈아타야 한다. 오다큐 線은 단일 노선이 아니다. 오다와라 라인이 기본이지만 타마 라인과 에노시마 라인으로 분기되기 때문에 최종 목적지를 확인하고 타야 한다.

 

 

일단 급행이 와서 타기는 했는데... 카라키다로 가는 열차였다. 카라키다는 타마 라인. 오다와라 라인을 타야 하는데 잘못 탄 거다.

 

신유리가오카 역에서 내려 오다와라 라인으로 바꿔 타면 됐는데 그걸 모르고 계속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역 번호가 20번대에서 갑자기 단 단위로 떨어지기에 뭔가 잘못됐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오다와라 라인은 역 번호가 OH, 타마 라인은 OT인데 신유리가오카 역(OH23)을 지나면서 역 번호가 OT01로 바뀌고 나서야 아차! 한 것이다. 부랴부랴 검색해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스마트 폰 쳐다보느라 정신 없는 선배를 데리고 냉큼 내려서 반대 쪽에서 열차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신유리가오카 역에서 내리니 오다와라 라인 열차가 반대 쪽에 서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 그 뒤로는 뭐... 잘 갔다.

 

 

혹시나 저처럼 헤맬 분이 있을까 싶어 오다큐線 노선도 첨부합니다. 출발 역, 도착 역의 역 번호로 보면 편하고요. 시간을 줄이려면 급행 타고 가다가 로컬로 바꿔 타면 됩니다. 뭐, 큰 차이 없다면 귀찮으니까 그냥 로컬로 쭈욱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http://www.odakyu.jp/korean/traffic/railmap/pdf/odakyu-line-route-map.pdf

 

열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그래도 잘 도착했다.

 

 

드디어 시부사와 역에 도착.

 

 

역 사진 한 번 찍어보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역 안에서 동영상부터 찍기로 했다.

 

 

 

차단기 내려가고 땡땡땡땡~ 하는 소리 나기에 동영상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일반 열차가 아니라 로망스 카가 쉬잉~ 하고 지나간다. 시부사와 역에 정차하는 열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열차 도착음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잠시 기다리니 다음 열차가 도착. 도착음으로 나오는 유레루오모이를 듣고... 밖으로 나갔다.

 

 

역 밖에는 에키메로에 대한 안내가 이렇게 적혀 있다.

 

 

시부사와 역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도쿄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구나.

 

 

작고 조용한 마을의 풍경이다.

 

 

선배는 그 와중에 또 담배 타임. 담배 피우는 곳 찾아 떠나가고... 혼자 벤치에 앉아 따뜻~ 한 햇살을 만끽하며 사진도 찍고 바람도 쐤다. 아... 좋다. 이게 내가 바란 여행의 모습이었다.

 

 

담배 피우고 온 선배와 함께 다시 역으로 들어간다.

 

 

 

반대 쪽에 아예 퍼질러 앉아 제대로 동영상 찍을 준비를 했다. 이내 열차가 왔고... 나름 맘에 드는 영상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일본의 다양한 에키메로를 찍은 영상이다. 12분부터가 시부사와 역. 우리도 이런 거 참고했으면 좋겠다.

 

 

날씨도 좋고... 뭔가 좀 더 머물고 싶은 시부사와 역이었지만 츠쿠시노 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떠나야 했다. 일어나서 밥 먹고 시부사와 역에 와서 동영상 몇 개 찍었을 뿐인데 15시가 넘어버렸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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