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 전에 치과 가서 입 속을 헤집어 놨더랬다. 아랫 턱이 퉁퉁 부어 턱으로 다림질을 해도 될 정도로 사각형이 되어버렸... -ㅅ-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면서 요양을 했지만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고... 그 와중에 여행 전 날 만큼은 일찍 자자는 다짐도 말짱 도루묵. 결국 20일 자정이 지나서까지 잠들지 못했다.
지난 2월에 도쿄 갈 때, 터미널에 갔더니 인천 공항까지 가는 첫 버스 표가 아슬아슬한 거다. 자리가 없을까봐 당최 걱정이 되어 불안했는데... 자정이 지났을 무렵 '미리 가서 표를 사오면 되잖아!' 라는 생각이 팍! 드는 거다.
스스로 천재라 생각하며 차를 끌고 터미널에 도착. 대합실에 아무도 없다. 당당하게 문을 여는데... 덜컹! 응? 다시 힘주어 봐도 여전히 덜컹! 에에? 그랬다. 문이 잠겨 있었다. -_ㅡ;;; 버스 운행 다 끝났다고 터미널 문 잠궈놓는 동네는 살다 살다 처음일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두 시간 정도 잤나? 알람 소리에 깨긴 했는데 어찌나 피곤한지 여행이고 나발이고 그냥 퍼질러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여행 간답시고 미리 까먹은 돈이 얼만데... 힘겹게 몸을 일으켜 대충 씻은 뒤 볼 사람도 없는데 꼼꼼히 선크림 바르며 꽃단장을 했다. 카카오 택시 불러 터미널에 도착하니 딱 세 시. 계획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건 역시 버스 표 없어서 첫 차 놓칠까봐 불안해서였다. 그런데... 아직도 문이 잠겨 있다. 아오~
빗방울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고... 캐리어 끌고 온 젊은 처자 둘 등장하고... 택시에서 내린 훤칠한 양키 둘 오고... 그렇게 30분 넘게 기다리니 쇠사슬로 칭칭 감아놨던 반대 쪽 문이 열린다. 부랴부랴 캐리어 끌고 가서 자동화 기기로 표 사는 데 성공. 2월과는 다르게 남은 표에 여유가 있다.
김포 가는 시간표만 보이고 인천 가는 시간표는 종이로 가려놨다. 응? 왜 때문이죠?
이유인고 하니~ 인천 공항 가는 시간은 위 쪽으로 떠억~ 하니 자리를 옮겼습니다요. ㅋㅋㅋ
표 사고 나니 뒤에서 양키 두 명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너 한글 읽을 수 있냐?" 라고 물어보니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노!" 그래서 대신 눌러줬다. 평택에 미군 애들도 많고 외국인들 엄청 많은데 자동화 기기는 한글 밖에 지원 안 한다니.
아무튼... 인천 공항 간다는데 제2터미널이라고 해서 "확실하냐?" "제1터미널 지나고 그 다음이다, 알고 있냐?" 라고 두 번 확인했다. 카드 긁고 결제만 하면 되는데... 외국에서 발급된 카드라고 에러 메시지 뜨면서 결제가 안 된다. 다른 카드로 해보라고 했는데 역시나 안 된다. 급기야 티머니 카드 끄집어내는 양키 1호.
안 되겠다 싶어서... 이왕 카인들리 코리언 코스프레 하는 김에 제대로 하자 싶어서... 카드 깡을 시도했다. -_ㅡ;;;
"너 한국 돈 가지고 있냐?" 라고 하니까 있단다. 그래서 내 카드로 대신 결제해주고 돈 받았다. 15,000원 주기에 2,000원 거슬러 줬더니 놀란다. 다 먹을 줄 알았나보다. 짜식이, 사람을 뭘로 보고. 돌려주는 2,000원 받더니 주섬주섬 300원 꺼내어 기어코 준다. 표 값 13,300원인 거 언제 봤나. ㅋㅋㅋ
그러더니 근처에 돈 찾을 곳 있냐고 물어본다. "모르겠다. 아마 편의점을 찾아봐야 할 거다." 라고 얘기해줬다. 일본 가기 전에 나도 모르게 준비가 단단히 된 모양인지 양키한테 컨비니언스 스토어라 안 하고 콘비니~ 라고 말할 뻔 했다. -ㅅ-
앉아서 노래 듣고 있는데 잠시 사라졌던 양키들이 다시 등장했다. 다시 한 번 부탁한단다. 응?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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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두 명인데 왜 표 한 장만 사는가 싶더라니... 돈 가지고 있던 게 한 녀석 뿐이었던 거다. 그래서 다른 녀석이 돈 찾으러 다녀온 거였다. 다시 한 번 펼쳐지는 카드 깡. 표 뽑아주고 나니 고맙다고 하며 20,000원을 준다. 7,000원 거슬러 줬더니 5,000원만 받고 2,000원을 굳이 준다. 뭐냐. 팁 주는 거냐? ㅋㅋㅋ 괜찮다고 계속 사양해도 기어코 돈을 손에 쥐어 주는데... 아까 먼저 표 받아갔던 친구가 갑자기 뒤에서 스윽~ 나타나더니 1,300원 더 주고 갔다. ㅋㅋㅋ 카드 깡 해서 3,300원 벌었다.
잠시 후 버스 앞에 기사 님이 등장. 캐리어를 받아 트렁크에 넣기 시작한다. 양키들이 제2터미널이라고 하니까 기사님이 맞냐고 확인을 한다. 항공사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코리안 에어" 란다. 아, 페이머스 피너츠... -_ㅡ;;; 아무튼. 그렇게 짐 싣고 버스에 탔다. 아, 버스 타기 전에... 내 딴에는 기사 님 일 덜어준답시고 표 한 쪽 드드득~ 뜯어서 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한 소리 들었다. 버스 내부에 CCTV 있어서 자기가 직접 뜯어야 한다고. '내가 나이 40에 표 뜯어 줬다는 이유로 잔소리 듣고 있어야 되나' 싶어서 욱! 하는 게 평상시의 나인데... 기사 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별로 안 나빴다. 진짜... 성우인 줄 알았다. 목소리가 아주 그냥... 오래된 경첩에 WD-40 흐르는 것처럼 부드러운 것이 아주 그냥...
네 시 땡! 하니 버스 출발. 송탄 찍고 오산 들렀다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길바닥에 차 세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송탄 터미널이 생겼다! 송탄에 원래 터미널 있던 자리가 돈 문제인지 뭔지 때문에 못 쓰게 되어 한동안 그냥 길바닥에 버스 정차하고 그랬었는데 예전 터미널 부지 다시 쓸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아무튼... 송탄에서는 아무도 안 타고, 오산에서 몇 명 더 탔다. 그렇게 버스는 인천 공항으로 출발.
2월에 도쿄 갈 때 탔던 비행기가 07:25 출발이었다. 네 시 첫 버스 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늦어서 결국 면세품 인도 받지 못하고 미친 듯 뛰어 헉헉거리며 앉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때보다는 약 25분 정도 여유가 있긴 하지만 고만고만한 시간이라서 살포시 불안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진에어에서 비행기 시간을 늦춰주시고~ ㅋㅋㅋ
미리 모바일로 체크인을 했기에 전용 카운터에 줄을 섰는데 바로 뒤에 뽀글뽀글 파마한 아줌마가 엄청 심한 경상도 사투리로 계속 뭐라 뭐라 궁시렁 궁시렁. 짜증스러웠지만 잘 참아내고... 캐리어 맡기고 포켓 와이파이 찾고 나니 할 게 없다. 일찌감치 들어가 면세점에나 가자 싶어 안으로 들어갔고. 인터넷으로 지른 면세품 찾고 나니 다른 건 딱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출발하는 곳 앞으로 갔다. 가다가 커피라도 한 잔 사먹으려고 했는데 파는 데가 없네.
여행 며칠 전에 오사카에서 꽤나 강한 지진이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취소한 사람들이 많았던 듯. 타는 곳 앞이 휑~ 하다.
면세품 까서 가방에 넣으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 들었다. 이미 소니의 무선 헤드폰을 쓰고 있지만 여름에 그걸 뒤집어 쓴다는 건 사우나 안에서 드라이어 뜨거운 바람 쐬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짓. 결국 소니의 무선 이어폰을 지른 것이다. 엠피삼으로 쓰고 있는 소니 엑스페리아 XZP에 연결하려고 하는데... 안 된다. 한참을 만지작거려도 안 된다.
설마 불량품인가 싶어 갤럭시 S8에 연결해보니... 된다. -_ㅡ;;; 같은 소니 패밀리끼리 뭐하는 짓이야! 피아식별도 안 되나? 응? 손전화를 껐다가 켜니... 그제서야 블루투스가 잡힌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단다. 공항 와이파이 잡힌 김에 시도했더니... 엄~~~ 청 오래 걸린다. -_ㅡ;;;
엑스페리아가 블루투스 이어폰과 씨름하고 있는 동안 갤럭시 S8은 느긋하게 무선 충전 중. 세상 참 좋아졌고나.
바깥 사진도 찍어보고...
그러다 탑승 시간이 됐다. 사람이 얼마 없으니 뒷좌석부터 타고 그런 것도 없다. 그냥 한 번에 다 탔다. 자리 찾아 들어가니... 내 옆에 아무도 없네. 빙고~
비행기 안에서 바깥 사진 몇 장 찍다가... 노래 듣다가... 지겨워서 다운로드 받아놓은 팟 캐스트 듣다가...
그렇게 한 시간 조금 넘게 날아 간사이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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