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제법 먼 거리를 걸어 니와세 역에 도착, 전철을 타고 오카야마 역까지 이동했다. 땀을 많이 흘렸으니 숙소로 돌아가 씻고 나서 좀 쉬고... 어두워지면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갈 계획.
고양이로 도배된 오카덴을 탔다. 손잡이 뒷부분에 붙어 있는 그림 보면 번갈아가며 하품하는 고양이들이 보인다. ㅋ
정차 벨에도 그려진 고양이 역장님. 와카야마(오카야마 아님) 역에 실제로 고양이가 역장인 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차 벨 뿐만 아니라 차양막에도 고양이가 그려져 있고 심지어 시트도 알록달록 고양이 무늬.
천장에도 고양이 스티커로 도배가 되어 있고...
정차 벨을 누르면 냐아앙~ 하는 고양이 소리와 함께 '다음에 멈춘다'는 표시등이 켜지는데 거기에도 고양이!
└ つぎとまるニャ~ → 다음에 멈춘다냥~ ニャ~를 냐~ 라고 읽는데 고양이 울음 소리 흉내낸 거. ㅋ
겐초도리 역에서 내려 숙소를 향해 걷는다. 여기는 겐초도리에서 오카야마 에키 마에 쪽으로 가는 오카덴 정류장.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맥주를 하나 달라고 했다. 두 종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데 둘 다 에일 맥주. 지역 특산 맥주인 것 같은데 향이 아주 좋다. 맥주를 마신 뒤 세탁기 사용하고 싶다(유료임)고 말했더니 세제가 든 봉투를 건네주기에 받아들고 올라갔다. 일단 샤워부터 해야겠다 싶어 간단히 땀을 씻어내고... 방금 벗은 옷과 함께 어제 입었던 옷을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세제를 넣고 전원을 켜니 불은 켜졌는데 동작을 안 한다. 뚜껑 열어서 그런가 싶어 뚜겅을 닫으니 그제서야 키이잉~ 하고 기계가 동작하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물이 안 나온다. -_ㅡ;;; 뒤 쪽을 보니 밸브 같은 게 보여서 그걸 여니까 그제서야 물이 나오면서 세탁이 시작.
세탁기 돌아가는 동안 딱히 할 게 없어서 다시 내려가 맥주 시켜 홀짝거리며 마셨다. 대충 세탁이 끝날 때가 됐다 싶어 맥주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지금까지 마신 맥주는 두 캔이 고작이었는지 다른 것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겸사겸사 다른 것도 먹어보자 싶어 달라 해서 받아들고 올라갔더니 세탁 끝나기 2분 전. ㅋ
세탁이 끝나자마자 묵직해진 옷들을 꺼내어 바로 위의 건조기로 옮겼다. 바로 작동 시키고...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 뿐... 맥주 마시면서 방명록도 쓰고 빈둥거리다가... 40분이 지나 옷 상태를 봤는데... 1도 안 말랐다. -_ㅡ;;;
뭔가 불길하지만 다시 작동. 그리고 한 시간이 되어 옷 마른 상태를 봤더니... 유니폼은 금방 마르는 재질인지라 다 말랐는데 청바지나 면으로 된 티셔츠는 전혀 마르지 않았다.
더 지체할 수가 없어서 세탁기 옆에 있던 건조대를 침대 옆 빈 공간에 펼쳐 거기에 빨래를 널었다. 그러고 있는데 내 옆 침대 밖으로 삐쭉~ 나와 있던 워커가 움찔움찔하더니 인형 같이 생긴 처자가 딱!!!
→
감정의 흐름. 화들짝! → 엄청 예쁘닷!!!
빨래 다 널고 나니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따웃뜨 커리아~ 최대한 혀 굴려 본인의 생산 국가를 알려준 뒤 "너는?" 하고 물어보니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한다. 이탈리아를 이태리, 프랑스를 불란서라 하는 건 엄청 거부감이 드는데 잉글랜드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를 호주라 하는 건 거부감이 1도 없다. 오스트레일리아라 하니 뭔가 호주랑 되게 다른 나라 같고. -ㅅ- 아무튼... 몇 마디 주고 받는데... 이 처자가 내 영어 실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 같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어 불라~ 불라~ 불라~ 미안하오, 처자. 나는 중학교 들어가서 알파벳 배우던 시대의 사람이라오. 처자가 하는 말은 대충 짐작으로 듣기야 하겠소만 아이 엠 어 보이, 아임 고잉 투 스쿨 정도를 제외하면 내 의사대로 영어를 내뱉을 수 없는 사람이라오... ㅠ_ㅠ 하아... 이렇게 또 영어가 국제적인 커플의 탄생을 가로막는고나. 젠장.
대충 짐 정리를 마치고 1층에 내려가 선물로 가져간 김치 통조림과 목각 열쇠고리를 건네줬다. 오카덴 타고 오카야마 역으로 이동.
숙소로 돌아가던 17시 무렵에도 기온이 30도! 빨래해놓고 다시 오카야마 역으로 갔더니 대폭 지연!!!
역 안으로 들어갔더니 엄청난 인파가... ㄷㄷㄷ 뭔 일인가 싶어 구글 지도를 보니 선로 문제로 열차가 대폭 지연되고 있단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미관지구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그냥 숙소로 갈까 싶더라. 진짜... 젊어서 놀아야지, 나이 먹으면 체력이 안 받쳐줘서 못 논다. 열차 도착 시간이 됐는데도 오지 않았고... 한참을 기다리며 숙소로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열차가 도착했다. 양쪽으로 사람들이 나눠 타니 다행히 그리 붐비지 않아서 전철에 올라탔다.
스마트 폰 쳐다보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창 밖을 보니 역 이름이 라시키. 역 이름 희한하네. 라시키가 뭐야. 라시키... 라시키... 구라시키!!! 캬아악!!! 잽싸게 내렸다. 하나터면 지나칠 뻔...
2년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풍경. 관광 안내 센터는 문 닫은 지 오래.
구라시키 역의 모습. 미관지구 보고 나서 쇼핑이나 하다 갈까? 싶었는데... 힘들어서 바로 돌아갔다. -ㅅ-
어두워진 미관지구는 처음. 뭔가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막상 가니까 그냥 휑~ 하고 좀 아쉽다. 유명한 까페도 이미 영업 종료한 지 오래.
실제 풍경은 이보다 훨씬 어두웠다. 카메라가 노출 시간을 길게 잡으면서 그나마 밝게 찍어서 이 정도. 어둑어둑했다.
같은 곳에서 일부러 포커스 날려서 사진도 찍어보고. ㅋ
다른 블로그에서 본 것과 비슷한가?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다. 굉장히 멋있어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그만큼은 아니었다 정도?
미관지구 들어가는 입구의 하얀 벽에 도마뱀들이 붙어 있었는데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파다닥! 움직이는 통에 제대로 찍기 힘들었다.
구라시키 역에서 미관지구까지 가는 길 주변에 이런저런 상점들이 많았는데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양인지 주차장이 전부 만석이었다. 만석 표시가 되어 있는데도 차가 빠져나가 빈 자리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기본 서너 대 보였고. 구라시키 역의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구경 좀 할까 싶었지만 이 날 엄청 싸돌아다닌 탓에, 그리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갈 때에도 대폭 지연 떠 있었지만 열차는 제 시간에 도착. 열차 안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앉아서 왔다.
오카야마 역에 도착하니 20시가 넘었는데 역 건물에 있는 식당이 22시까지 영업한다고 써붙여놨기에 밥 먹으러 갔다. 맥주 달랬더니 큰 거, 작은 거 물어봐서 큰 거 달라니까 500cc 잔에 주네. 새우 든 오므라이스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오카덴 안에서 딱 봐도 관광객인 듯 보이는 처자들이 보여서... 어쩐지 같은 숙소 삘인데? 라 생각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인데... 진짜 겐초도리에서 내리더라. 세 명의 처자들은 캐리어를 끌고 있었기에 달랑 가방 하나 메고 있는 내가 당연히 앞질러 갔는데... 씻고 나와 거실에서 짐 정리하고 있자니 그 처자들이 밖으로 나왔다고 어맛! 하고 놀란다. ㅋㅋㅋ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해도 아까 노면 전차 안에서 본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게 느껴졌다. 일본어로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다시 듣고 있자니 중국어. 중국 처자들인 모양이다.
나가기 전에 널어놓은 빨래는 전혀 마르지 않아서... 그냥 젖은 채로 걷어서 캐리어에 넣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야 했기에 입을 옷만 꺼내놓고 캐리어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나서 편의점에 가니 아까 그 처자들이 또! ㅋㅋㅋ
먼저 나와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처자들도 와서는 맞은 편 책상에 앉아 수다 떨며 군것질. 어지간하면 말이라도 걸텐데 지치기도 했고 중국어는 전혀 못하는데다 영어로 말을 건다고 해도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어색해질 것 같아서 그냥 스마트 폰 쳐다보면서 맥주 홀짝거리다가... 자정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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