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⑤ 일단은 동행을 구해보지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1. 24.
728x90
반응형

남들이 볼 때에는 꼼꼼하고 작은 것 하나까지도 신경 쓰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여기저기에 구멍 투성이인데다 헛점이 차고 넘치는 사람. 그게 나다. 하지만 '쟤 그렇게 안 봤는데 허당이네!'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아둥바둥한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는 헤매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나와 같이 다니는 사람들은 '남들 다 헤매도 쟤는 안 헤맬 거다.' 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아서 여행 전에 준비를 엄청 꼼꼼하게 한다. 그러다보니 떠나기 전에 혼자만 바쁘다. 그러다 문득 현타가 왔다. '즐겁자고 가는 여행인데 왜 가장 즐거워야 할 출발 전의 두근두근 타임이 ㅆㅂㅆㅂ 타임이 되는 거냐?'


그렇게 각성하고 나서부터는 늘 혼자 다녔다. 혼자 다니면 중간에 헤맨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나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나는 유명 쉐프의 엄청 비싼 맛집과 김밥 천국의 차이를 거의 못 느끼는 사람인지라, 맛집 앞에 줄서서 시간 보내느니 멋진 경치 하나라도 더 본다는 쪽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여행하는 게 어려우니까, 그냥 혼자 다니는 게 편하더라. 여행지에서의 자기 사진을 못 찍는다는 단점 같은 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원래 내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아이슬란드에 가는 것도 당연히 '혼자!' 라 생각했는데... 렌트 비용을 보니 도저히 혼자서는 안 되겠다. 수동 변속기를 달고 있는 소형 차가 열흘에 20만원 대인데, 자동 변속기로 바꾸면 10만원이 올라간다. 겨울에는 4륜 구동을 타야 한다고 하기에 알아보니 두 배 가까이 올라간다. 게다가 혼자 가는데 SUV는 너무 커.


그래서 렌트 부분에서 고민을 엄청나게 했다. 이틀이 멀다 하고 생각이 바뀌더라. 결국 소형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며칠 지나니 마음이 또 바뀐다.



'라는 엄청난 매력이 있는데 왜 겨울이 비수기지?' 비행기 표 예약할 때에는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 표 산답시고 100만원 넘게 까먹고 나니 '왜?' 하고 궁금해지더라.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때에는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데 있다. 하루에 밝은 시기가 여섯 시간 뿐이란다. 그렇다는 건 열여덟 시간은 어둡다는 거다. 여덟 시간 잔다고 해도 열 시간은 깜깜하다는 얘기. 어두울 때 돌아다녀봐야 뭐가 보일 리도 없고. 그러니 관광객이 많지 않은 게 아닐까?


처음에는 링 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빙~ 돌 예정이었지만, 하루 여섯 시간만 밝은데다 레이캬비크를 벗어나면 한 시간에 차 한 대 보기도 어렵다는 글을 보고 나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며 다니기로 했다.


북부 쪽 안 가니까 소형 차로 충분하다지만 괜히 눈길에 미끄러지고 나서 후회하느니 처음부터 SUV 빌리자 싶어 마음도 그렇게 굳혔는데... 정작 북부 안 갈 거라 생각하니까 '소형 차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또 마음이 흔들린다. 까페 진동 벨도 내 맘 만큼 흔들릴까 싶다.


일단 네일베의 유럽 여행 까페에 동행 구한다는 글을 올리긴 했지만 기대는 안 한다. 솔직히 그닥 내키지도 않고. 일단 일요일 저녁까지만 기다려보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요일에는 대충의 일정을 정하고 렌트 질러버려야겠다.


그리고 나서 물에 들어갈 때 입을 옷 사고, 슬슬 준비를 해야지.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한 달도 안 남았다. 왓챠 무료로 볼 수 있는 기간이 한 달이라기에 비행기 안에서 볼 동영상 다운로드 받으려고 회원 가입만 해놓고 있었는데 슬슬 무료 사용 시작해서 볼만한 영상도 받아놓고 그래야겠다. 일요일 지난 후 동행 구했는지 여부와 렌트 카, 첫 날 숙소 마친 뒤 이 글 아래에 붙일 예정.




이 글을 올릴 때가 11월 12일이었고, 오늘이 24일이니까 벌써 2주일 가까이 지난 셈. 까페에 동행 구한다는 글을 올렸지만 결국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게시 글에 동행과 관련한 댓글은 전혀 없었고, 블로그에 올린 글에 무턱대고 같이 가자는 댓글이 붙기에 신기하게 생각하기는 했네. 쪽지가 한 통 오긴 했는데, 글만 제대로 읽어도 될 내용(여행 기간 같은 거)을 물어보는 걸 보니 같이 가봐야 피곤하겠다 싶어 시큰둥하게 답장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이슬란드까지 가서 미아 되겠다!' 싶어 여행 계획 짜려고 공부하러 가는 곳에 노트북을 들고 갔는데, 주변이 시끄러워서 당최 집중이 안 된다. 일본 ㄴ 둘이 나란히 앉아서 정말 단 1초도,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단 1초도 안 쉬고 계속 떠든다. 참다 못해 대놓고 쳐다봤더니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또 질알. 아... 진짜... 밖으로 불러내서 그 염병할 주둥이 좀 다물지 않으면 다시는 못 떠들게 만들어주겠다고 윽박 지르고 싶다. 하지만 떠들고 있는 냥반들이 인상 험악한 남자 둘이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안 하겠지. 그저 속으로 ㅽㅽ하고 있겠지. 아... 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찌질해지니 큰 일이다.


아무튼. 네일베에 아이슬란드 여행과 관련해서 가입한 까페가 둘 있는데, 하나는 유랑(https://cafe.naver.com/firenze)이고 다른 하나는 까페 아이슬란드(https://cafe.naver.com/cafeiceland)다. 동행 구한다는 글은 유랑에 올렸는데, 저기는 아이슬란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유럽 전체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까페 아이슬란드 쪽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까페 아이슬란드의 전체 글을 역순으로 읽어보고 있는 중.


읽으면서 궁금했던 내용들 정리하려고 한다.


일단 환승 관련. 해외 여행이라고는 일본이 전부인지라 해외에서 비행기를 갈아탄 경험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최단 시간으로 가는 노선을 선택했음에도 갈 때에는 헬싱키에서, 올 때에는 코펜하겐과 헬싱키에서 갈아타야 한다. 갈 때에는 헬싱키에서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데, 이게 결코 여유롭지 않은 편이란다. 그 때 그 때 달라지겠지만 간당간당했다는 후기가 상당히 많다.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올 때에는 더 심각하다. 일단 코펜하겐에서는 한 시간 밖에 없고, 헬싱키에서는 한 시간 반 정도. 비행기 놓쳤다는 후기 남기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수하물도 걱정이다. 환승할 때마다 내가 찾아서 다시 맡기는 건지, 알아서 갖다 주는 건지. 이것도 나처럼 궁금해 한 사람들이 남긴 질문이 있더라. 짐 맡길 때 최종 목적지에서 찾겠다고 이야기 하란다. 인천 공항의 핀에어 부스에는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있겠지? 아이슬란드에서는 번역기 돌려서 대충 씨부리면 될 것 같고.
그런데 이렇게 해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단다. 실제로 후기 중에 캐리어 없어졌다는 글이 너무 많다. 아니, 핀란드 정도의 나라에서 국적기가 이래도 되는 거임? 제발 남의 일이기를, 아무리 체험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이지만 저 따위 체험은 하지 않게 해주기를.




여기까지 써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여행 관련 정보를 뒤적거려서 어떻게든 진도를 빼겠다고 생각했지만... 청소하고 빨래하고 술 쳐먹... 느라 결국 오늘도 진도를 못 나갔다.


하지만 일단 이틀 동안의 숙소는 잡았다. 도착하는 날과 떠나기 전 날이다. 도착하는 날은 18시 예정. 일본도 17시면 어두워지니 아이슬란드는 말할 것도 없다. 어두워지고 나서 렌트 카 빌려 레이캬비크 시내로 들어가느니, 그냥 공항 근처에서 자는 게 낫겠다 싶더라.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는 에어포트 호텔 오로라. 호텔스닷컴에서 0.3㎞로 표시된다. 그 외의 다른 숙소가 비슷한 거리에 있으면 어느 정도 경쟁이 될텐데, 죄다 3㎞ 이상 떨어진 걸로 나온다. 평소의 가벼운 몸이라면 30분 만에 갈 수 있겠지만, 캐리어 끌고, 면세점에서 산 맥주 짊어지고,... 절대 무리.


에어포트 호텔 오로라는 싱글 룸이 하루에 10만원 넘는다. 내 기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이슬란드의 물가를 감안하면 마냥 비싸다고 하기도 어렵다. 일단 돌아오기 전 날 방부터 잡았다. 차량 반납하고 바로 호텔로 가서 쉬다가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일반 싱글 룸이랑 슈피리어 싱글 룸의 가격 차이가 5,000원도 안 된다. 사진으로 보면 슈피리어 싱글 룸 쪽이 제법 넓어 보이지만 어차피 혼자인데다 한 푼이라도 아끼자 싶어 그냥 일반 싱글 룸을 잡았다. 그리고 도착하는 날도 같은 호텔의 같은 등급 방으로 예약.


12월은 비수기라서 대부분이 오로라 예보 보면서 숙소를 잡는다고 한다. 나는 혼자 다니다 보니 게스트 하우스 위주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미리 잡지 않아도 될랑가 모르겠다. 내 성격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아무튼... 차는 아직도 빌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은 300만원이면 충분하다 하더라고. 그런데 왕복 비행기 표 값으로 이미 100만원 넘게 써버렸고,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저렴한 숙소만 이용해도 숙소에 100만원 가까이 깨질 것 같다. 차 빌리고 보험 드는 건 100만원 밑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 다녀온 사람들 후기를 보니 200만원 대에 해결한 분들도 많던데... 나는 왜 이런 건지.


아무튼, 차는 4륜 구동으로 결정했다. 그냥 소형 차와 4륜 구동 SUV 사이에서 수도 없이 망설였지만, 돈 아끼려다 인생에 남을 추억 만드느니 안전하게 가자고 마음 먹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