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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02 순대국밥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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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리기 전부터 뭘 먹을지 고민했다. 후보는 짬뽕순대국밥.

짬뽕은 인스턴트 라면으로 대충 비스무리하게나마 먹을 수 있지만 순대국밥을 일본에서 제대로 먹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순대국밥으로 결정했다. 네일베에서 검색해보니 정부 종합 청사? 그 근처에 무봉리 순대국밥 가게가 있더라.


순대 내부는 당면이고 아~ 주 오래 전과는 다르게 당면을 감싸고 있는 것도 돼지의 내장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상 인스턴트에 가까운 음식이긴 하지만 일본인 대부분은 순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까만 색이라 호감을 갖기 어렵고(검은 색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인류의 생존 본능이 유전된 덕분이랍니다. 번데기, 순대, 짜장면,... 우리나라가 이상한 겁니다. ㅋㅋㅋ) 일본의 방송에서 오리지널(?) 순대에 대해 소개하면서 돼지 내장이라는 식으로 얘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물건을 파는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게 PX에서 먹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순대 수준인지라 보이는 것도 형편 없고 맛도 없습니다. 게다가 새우젓도 없기 때문에 순대국밥다운 순대국밥을 먹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신오오쿠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사카에서는, 뭐... 뭐... 하아...

(20201.01.08.)



캡슐 호텔에 들어가 캐리어를 두고, 작은 쌕만 달랑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자기 부상 열차로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는데 자기 부상 열차는 상당히 이른 시각에 운행이 끝나더라. 지방의 시내 버스 끊기는 것보다 빠른 듯. 아무튼, 20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미 운행 종료. 길도 잘 모르니까 택시를 타기로 했다(일본에 있다가 한국에 가면 겪게 되는 부작용 중 하나인데, 택시 요금이 엄청 싸게 느껴져서 택시 타고 어디 돌아다니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밖으로 나가 택시 타는 곳으로 가니 젊은 남자가 택시 타려 하느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가까운 거리도 가냐고 물어보니까 맨 뒤에 있는 택시를 타란다. 택시에 올라타며 카드 결제가 되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된다면서 그런 걸 왜 물어보냐는 투(였지만 친절하셨음)로 말씀하시는 기사님. 예전에는 분명히 카드 택시는 지붕에 카드 결제 된다는 플라스틱 쪼가리를 얹어놓고 있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되는 모양이다. 어지간한 건 다 카드로 해결이 되는 우리나라지만 그래도 현금이 전혀 없으니 조금 불안했다.


오랜만에 한국 와서 밥 먹으러 간다고 했더니 기사님이 식당 많다면서 세워주신 곳이 딱 무봉리 순대국밥 근처. 스윽~ 들어가 빈 자리에 앉았다. 순대국밥이랑 찰순대,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 손전화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간만에 먹으니까 맛있더라. 하지만 김치와 깍두기는 엉망이었다. 순대국밥이나 설렁탕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니까 어지간히 맛 없어도 그러려니 하지만 김치랑 깍두기가 둘 다 맛 없으니 대책이 없더만. 아무튼 소주 한 병을 채 못 비우고 나왔다.


40년 평생 최악이었고 이 따위로 맛탱아리 없는 걸 다시 먹을까 싶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뒤 12월 24일에 광화문의 설렁탕 집에 갔다가 더 지독한 맛의 김치와 깍두기를 만났습니다.

여러 번 말씀 드립니다만, 저는 입맛이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서, 제가 맛 없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믿고 거릅니다. 저도 인정합니다만, 제 기준에 맛 없는 음식이면 음식물 쓰레기를 돈 받고 파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순대국밥 집에서는 그저 맛 없다 생각하고 말았지만 광화문의 설렁탕 집은 진짜 발가락으로도 안 집어 먹겠다 싶었습니다.

(2020.01.08.)



근처에 편의점이 있기에 거기에 들어가서 과자랑 라면, 햇반을 조금 사고 숙소에서 마실 요량으로 캔 맥주도 두 개를 샀다. 그리고 택시를 이용해서 인천 공항으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빈둥거리다가 결국 인터넷 면세점에서 향수를 질렀다. 나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사람한테 마늘 냄새가 그렇게 난단다(박찬호 선수가 처음 메이저 리그에 갔을 때의 얘기를 하면서 이미 말한 적이 있지만 서양 사람들만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한국인 동생이 유니클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마늘 냄새 난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ㅅ-). 나이 먹을수록 아저씨 냄새 날까봐 걱정이 되서, 향수에 집착하게 된다. 그렇다고 또 향수 냄새 팍팍 풍기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




캐리어를 열어 사들고 간 라면이랑 햇반 따위를 정리해서 넣고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자니 맛 없다고 욕 먹는 이유를 알겠다. 블라인드 테스트 하면 '이게 하이트다!' 하고 딱 맞출 자신은 없지만 확실히 일본에서 먹던 거에 비하면 밍밍하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편의점 냉장고에 일본 맥주 전멸이더라. 우리나라 사람들, 대단하다. 일본이라면 한일 관계가 아무리 나빠진다 한들 저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다음 날 비행기를 실컷 타야 하니까, 열심히(?) 자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빈둥거리다가 태블릿으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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