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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20 게이시르 (Geysir)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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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길게 쭈~ 욱 못 자는 편이기도 하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새벽에 계속 깼다. 움찔! 하고 눈이 떠져서 이내 다시 잘 수 있을 정도로 깨는 게 아니라 아예 눈이 반짝! 떠지고 마는 거다. ⊙˛⊙   태블릿 붙잡고 웹 툰을 보거나, 유튜브 영상 따위를 보거나, 한국에서 쉬는 날 하던 짓 하면서 두 시간 정도를 까먹은 뒤 다시 잤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찌뿌~ 둥~ 하고 피곤하다.




숙소 근처에도 여러 볼거리가 있다고 하니 일찌감치 나가서 어슬렁거리고 구경을 좀 할까 싶었지만 바람 소리를 들으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진짜... 엄청나게 불어댄다.




아홉 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체크 인 할 때 아침 식사 비용은 밥 먹을 때 계산한다고 하기에 스태프에게 아침 식사 할 거라고 했는데 돈 내라 소리는 안 하고 식당 한 쪽에 있는 표에 체크만 한 뒤 먹으라고 하더라. 일단은 그냥 먹었다. 먹으랬으니까.


식빵이 안 보여서 햄이랑 치즈만 반으로 접어 입에 꾸역꾸역 쑤셔넣고, 크로와상이 꽤 맛있기에 몇 개 집어 먹었다. 디저트로 오렌지도 두 조각인가 먹고. 아쉬운대로 잘 먹긴 했지만 이게 2,100ISK라고? 우리 돈으로 20,000원이 넘는다고? 설마~ 라 생각했다.


그리고 체크 아웃. 아침 식사를 계산한다면서 정확하게 2,100ISK를 결제한다. 하... 하하... 하하하...



진짜... 이 동네의 미친 물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로또 1등을 혼자 당첨되서 한 80억이 통장에 꽂힌다 해도 아이슬란드에서는 놀고 먹지 못할 것 같다. 죽기 전에 돈 떨어질 게 분명하다.




열 시가 됐지만 여전히 어둑어둑. 이 동네가 한국이나 일본과 다른 건 해뜰 무렵과 해질녘의 어슴프레한 상태가 한 시간 이상 간다는 거다. 서서히 밝아오는 게 아니라 스어어어어어~ 스어어어어어~ 히이이이이~ 밝아온다. 어두워지는 것도 마찬가지고.



일단 목적지를 게이시르(Geysir)로 설정한 뒤 출발.


게이시르는 1294년의 화산 분화에 따라 생겼다고 한다. 간헐천을 뜻하는 영어 단어 가이저(geyser)의 어원이 게이시르란다. 1913~1914년에 헤클라 화산이 분화한 후 활동이 정지되었지만 2000년에 지진이 있은 후 다시 물을 뿜어내고 있단다. 싱벨리어 국립 공원, 게이시르, 굴포스, 이렇게 셋을 묶어 골든 서클로 부르고 레이캬비크 인근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추천하고 있다.



완전히 어두운 게 아니라서 운전할만 하다. 숙소가 게이시르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금방 게이시르 센터에 도착했는데 구글 맵은 더 가라고 등 떠밀고 있었기에 일단 시키는대로 했다. 그랬더니 따로 마련된 자그마한 주차장이 나왔다. 차를 세운 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는데 바람이 미친 듯 분다. 정말이지, 직접 겪지 않았다면 믿지 않을 정도로 불어댄다. 세워둔 차가 흔들거리는 게 보일 정도. 이러니 자동차의 문이 꺾여 부서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는고나 싶더라.




달달 떨면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날 처음으로 장갑을 사용했는데,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조작한다고 잠깐 장갑을 벗으니 손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추웠다.




꽤나 기대하고 간 게이시르였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위로 푸와악~ 하고 솟구치는 물 기둥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폭~ 하고 말더라. 이게 매 번 같은 높이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내공(?)모았다 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몇 분에 한 번씩 물기둥이 솟아올라온다고 할 수도 없다(일정한 간격으로 뿜어대는 게 아님.).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잔뜩 먹은 뒤 뱃 속에서 꾸륵꾸륵~ 가스가 모인다. 엘리베이터 안인데 다른 사람이 있어서 대놓고 발사할 수 없는 상황. 오른 손으로 엉덩이 한 쪽을 바깥으로 끌어당기며 최소한만 강제 개방(?)한다. 피시식~ 하고 가스가 빠져 나간다. 잠시 후 같이 타고 있던 사람이 코를 쥐어잡고 인상을 쓰며 내린다. 이제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뿐이다. 마침 또 신호가 온다. 부와악! 빤쓰가 찢어져라 가스를 발사! 뭐, 이런 거랑 비슷하다. -_ㅡ;;;

츄와아악! 하고 치솟는 물 기둥을 보면 운이 좋은 것이고, 피육~ 하고 끝나는 물 기둥 밖에 못 보면 지지리 복이 없는 거다.


거대한 물기둥을 보기 위해서 존버는 필수인지라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하고 계속 기다리면 기대했던 걸 볼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차가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부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서 있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몸이 자꾸 떨리고 윗니와 아랫니가 절로 맞부딪치게 된다.


길을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구경을 한 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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