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짜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몇 년 만인지. 성남이나 오산에 있었을 때에도 야근을 하긴 했지만 그 때에는 일 때문이라기 보다는 ○○ 관리 차원에서 하는 야근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근무 때문에 사무실에 남아 있어야 했다. 돌아가는 걸 보니 평일은 한 달에 한 번, 휴일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올 것 같다.
평소의 근무 환경이나 분위기도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곳을 통틀어 최고였는데 야근 환경도 마찬가지다. 장비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 조금도 걱정할 일이 없다. 다만,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잔뜩 쫄아 있었다. 다행히 이번 야근에서는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길고 긴 야근 동안 500쪽에 달하는 소설 책 두 권을 읽었고, 구몬 일본어를 약간 풀었다. 새벽 두 시 넘어서 미친 듯 졸음이 밀려와 허리 망가지는 걸 걱정하며 의자에서 한 시간 남짓 잤고. 긴 시간 동안 생각나는 것들을 대충 노트에 끄적거렸는데 그걸 일기에 옮겨 본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차 얘기부터. 계약할 때 1년 정도 기다릴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 때에는 올 해 9월에 돌아올 예정이었으니까 여유가 있었더랬다. 오히려 일찍 나오면 골치 아플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4월에 돌아오게 되면서 당장 차가 급하게 됐다. 설마 진짜 1년까지 기다릴까 싶은데 어영부영 5개월 째가 되어 간다. 1년 몇 개월을 기다렸다는 사람도 있으니 명함 내밀 처지는 아닌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딜러 콧대가 너무 높다. 대기 순번이 몇 번인지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연락 한 번 없다. 먼저 물어보면 한~ 참 있다가 답장이 온다. 계약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 중에 차 바꾸려는 사람이 꽤 있는데 추천하지 않겠다고 한 마디 해야겠다. 별로 신경써서 듣지도 않겠지만.
코로나 19 관련 뉴스를 보면서 궁금했던 게, 보통은 치료 후 완치가 되면 면역이 생기잖아? 완치자로부터 항체를 뽑아내서 백신을 만들거나 하지 않나? 코로나 19는 완치자로부터 항체를 얻어내는 게 불가능한가? 완치되었다던 환자가 다시 양성 판정 받은 건 이미 죽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며? 그럼 완치자의 협조로 백신 만들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완치자들은 면역이 생겼으니 다시 감염 안 되는 거 아닌가? 이 쪽으로는 전혀 아는 게 없으니.
일본에서 보낸 시간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 생각하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굳이 일본이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살았더라면 어디에 있더라도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평일에만 학교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휴일은 다 쉬고, 그 와중에 3개월마다 꼬박꼬박 방학 있고. 거기에다 하루 일과는 14시 40분에 끝나고. 그런 인생이라면 한국에서 보내도 마냥 행복하지 않을까? 로또 1등으로 20억 정도 먹거나 연금 복권 1등 당첨되면 당장 제2의 황금기를 열 수도 있을텐데 말이지. ㅋ
최근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다. 명치가 답답한 느낌이 굉장히 오래 간다. 체한 것 같은 느낌인데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을 때에도 이러니까 상당히 불편하다. 뭔가 깊은 호흡이 안 되는 기분이고 항상 막혀있는 것 같다. 게다가 뭘 좀 많이 먹는다 싶으면 배가 터질 것처럼 불러온다. 조금만 움직이면 배가 터질 것 같다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거지.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 일단 먹는 양 자체가 말도 안 되게 줄었고 그로 인한 포만감도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으로 바뀌었다. 만날 청춘은 아니라는 걸 아니까, 어쩌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졌을지도 모르니까, 몸도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하는 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그럼에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이게 정말 몸이 안 좋아진 건지, 적응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2월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코로나 얘기 나오고 스스로 무증상 감염 같은 거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 3월부터 이런 불편함이 느껴진다.
주중에 쉬는 날이 하루만 있어도 한 주가 참~ 짧게 느껴진다. 주 4일제 근무제가 하루 빨리 자리 잡으면 좋을텐데 적어도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무리일테지.
야근하면서 오랜만에 깜깜할 때 걸어봤다. 물론 일본에서 해 지고 난 후 아예 안 나간 건 아니다. 하지만 상가가 즐비한, 도시의 밤이었으니까. 조용~ 한 시골의 밤을 걸으며 느낀 건 오랜만이다.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밤 늦게 싸돌아다닌 적이 거의 없는 듯 하다. 돌아오고 나니 일본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못했다는 것이 후회된다.
최근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라던가, 김승옥의 『 무진기행 』 이라던가, 오늘 읽은 마치다 고의 『 살인의 고백 』, 전부 굉장한 평가를 받는 작품들인데 읽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쟁쟁한 수상 기록을 보면서도 대체 왜 상을 준건지 의아해했다. 정작 본인은 단편 소설 하나 못 써내면서 말이지. 내가 하는 건 힘들어도 남을 까기는 쉬운 일이다.
일본에 갈 때 펜을 잔~ 뜩 들고 갔더랬다. 그런데 그 중에서 잉크가 다 되어 버린 게 한. 자. 루. 도 없다. 부지런히 공부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마음 먹은 것의 반에 반도 공부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학용품 욕심은 더럽게 낸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딱 그 꼴이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참고 있다. 펜이 없어서 글씨 못 쓰는 건 아니니까.
퇴근할 무렵에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더라. 하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상당히 많이 내린다. 솨~ 소리를 듣는 게 얼마만인지. 5~10㎜ 내린다는 예보였는데 최소한 두 배는 넘게 내린 듯 하다. 퇴근하자마자 잔 게 아니라서 느지막히 일어났는데도 피곤하고만. 그래도 3일만 출근하면 또 이틀 쉰다 생각하고 버텨야지.
오전에 쿠팡에서 38만원 가까이를 질렀다. 일본에 보낼 선물들을 사느라. 나카모토, 모토조노 선생님께 보내고 마사미 님에게도. 그리고 학교와 병원에 보내면 전부 다섯 상자다. 양이 꽤 될 것 같아서 방에는 못 둘 것 같고, 거실에 둬야겠다. 포장용 테이프랑 커터는 백암면 문구점에서 사고, 우체국 알아봐서 EMS 용지도 미리 가지고 와야겠다. 상자 하나에 4만원 정도 든다고 해도 배송비만 20만원이네. 선물 사고 보내는 데 60만원 가까이 까먹는 셈이고만. ㄷㄷㄷ
지난 달 지출이 200만원을 넘었는데, 이번 달에도 가볍게 넘어갈 것 같다. 급여 명세표를 보니 보험료가 말도 안 되게 빠져 나가서 뭔 일인가 확인해봤는데, 관계가 틀어진 뒤 2년 넘도록 남으로 살고 있는 엄마의 보험료를 내가 내는 걸로 되어 있다. 전화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역시 휴일이라 안 되는 모양. 일단 빼달라고 민원을 남겨놓긴 했는데 될지 모르겠다. 엄마가 나보다 부자인데, 내가 엄마 보험료를 내줄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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