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가기 전, 외국에서 공부하다 온 녀석이 틀림없이 울 거라 하더라. 그럴 것 같다고 대꾸했다. 고즈넉한 공원의 벤치에서 혼자 훌쩍거리며 맥주를 마시다가 경찰에게 검문 당하는 모습을 상상했더랬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유학 기간 동안 여러 번 울었다. 방에서 혼자 맥주 마시다가 술에 취해 울었다. 다 늙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고,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유튜브로 예전에 듣던 발라드를 들으면서 질질 짰더랬다.
먹고 싶은 짬뽕을 못 먹는 게 서러웠고, K 리그 중계를 보려면 VPN을 써서 거지 발싸개 같은 화질조차 뚝뚝 끊기는 걸 참아가며 보는 게 서러웠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산 로또가 제발 당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한국에 돌아와 일본에서 익숙해진 것들 때문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한국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일본에서 고작 1년 반 살았는데, 일본에서의 생활 습관 때문에 한국이 어색하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꼴값이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국의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
그나마 익숙해지지 않은 게 있다면 맥주였다. 일본에서는 늘 아마존으로 주문해서 마시던 게 맥주였는데,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살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만 원에 네 캔을 살 수 있는 편의점 기획 상품이 있다는 것. 일본 제품 불매가 이어지고 있었기에 하이네켄이나 칭따오를 마셨더랬다.
오늘 한국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각 잡고 국산 맥주를 마셔봤다. 테라 여섯 캔과 하이트 피처를 하나 사들고 온 거지. 마셔본 소감? 예전에는 우리나라 맥주의 맛없음을 성토하는 의견에 그저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제는 공감한다. 더럽게 맛없다, 진짜.
술 마시면 꼭 라면이 땡겨서 라면까지 끓여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좀 더 여유를 부려도 되지만 새벽에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볼까 싶어 일찍 자려고 한다.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데,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올까 싶어 덕유산을 검색했더니... 머네.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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