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0년 06월 19일 금요일 맑음 (드디어 주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6. 19.
반응형
  • 유학 가기 전, 외국에서 공부하다 온 녀석이 틀림없이 울 거라 하더라. 그럴 것 같다고 대꾸했다. 고즈넉한 공원의 벤치에서 혼자 훌쩍거리며 맥주를 마시다가 경찰에게 검문 당하는 모습을 상상했더랬다.

  •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유학 기간 동안 여러 번 울었다. 방에서 혼자 맥주 마시다가 술에 취해 울었다. 다 늙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고,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유튜브로 예전에 듣던 발라드를 들으면서 질질 짰더랬다.

  • 먹고 싶은 짬뽕을 못 먹는 게 서러웠고, K 리그 중계를 보려면 VPN을 써서 거지 발싸개 같은 화질조차 뚝뚝 끊기는 걸 참아가며 보는 게 서러웠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산 로또가 제발 당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 한국에 돌아와 일본에서 익숙해진 것들 때문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한국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일본에서 고작 1년 반 살았는데, 일본에서의 생활 습관 때문에 한국이 어색하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꼴값이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국의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

  • 그나마 익숙해지지 않은 게 있다면 맥주였다. 일본에서는 늘 아마존으로 주문해서 마시던 게 맥주였는데,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살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만 원에 네 캔을 살 수 있는 편의점 기획 상품이 있다는 것. 일본 제품 불매가 이어지고 있었기에 하이네켄이나 칭따오를 마셨더랬다.

  • 오늘 한국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각 잡고 국산 맥주를 마셔봤다. 테라 여섯 캔과 하이트 피처를 하나 사들고 온 거지. 마셔본 소감? 예전에는 우리나라 맥주의 맛없음을 성토하는 의견에 그저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제는 공감한다. 더럽게 맛없다, 진짜.

  • 술 마시면 꼭 라면이 땡겨서 라면까지 끓여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좀 더 여유를 부려도 되지만 새벽에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볼까 싶어 일찍 자려고 한다.

  •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데,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올까 싶어 덕유산을 검색했더니... 머네.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