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옆 자리의 사수가 치킨을 사기로 한 날. 농담 삼아 던졌는데 정말로 사준다고 해서 날을 잡은 것이었다. 룸 메이트와 함께 셋이서 퇴근 후에 면내로 나갔다. 항상 포장만 하던 가게에 들어가서 먹으려니 기분이 묘하다. 안 쪽에 한 떼의 아줌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베트남 사람들 같더라.
중국어나 베트남어가 시끄럽게 들리는 건 목소리가 큰 이유도 있지만 성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말에는 없는 성조 때문에 유난히 시끄럽게 들린단다. 그래서 성조가 있는 나라의 말을 쓰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떠드는 걸 시끄럽게 느낀단다. 뭐, 진짜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베트남 아줌마 네 명은... 엄청났다.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의 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 떠들더라.
남의 나라에 와서 작작 해라! 하고 욱!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도 갑질임을 알고 있으니까. 남의 나라에 와서 고생하는 사람들한테 큰 소리 치고 기를 죽이는 거야 말로 못난 짓이지. 다만 적당히 떠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베트남어를 할 수 있었다면 얘기했을텐데. 이것도 선입견이고 좁은 소견이지만, 일본에서 같은 반이었던 Q도 그렇고, 남들 생각은 안 하고 사는 것 같다.
아무튼... 잘 먹고 나왔는데 사수가 계산하려니까 룸 메이트가 이미 계산했단다. 크으~ 스윗하고만.
숙소로 돌아와 빈둥거리다가, 유튜브 영상 켜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청 피곤하더라. 하지만 출근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 돈 벌러 갔다.
오늘은 ○○○ 업무가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려가자고 하더라. 혼자 했으면 훨씬 더 잘 했을 것 같은데, 진짜 속 터지더만.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날이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뛰쳐나갔다. 마트로 향하는 길. 대형 트럭이 길을 막고 있더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내 앞에 가던 차는 못 참고 추월하더라. 하지만 그 앞에, 앞에, 앞에 또 트럭이 있었지. 결국 어느 정도 가다보니 다시 내 앞에 있더라. 뭐, 아둥바둥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트에 도착해서 자전거 자물쇠를 사려고 하는데... 없다. 자전거 관련 상품이 아예 없더라. '그럴 리가 없는데?' 싶어 몇 번을 돌면서 봤지만 진짜 없었다. 일 하시는 분께 여쭤봤더니 방금 보고 온 곳을 가리키며 저 쪽에 있다고 하시더라. 결국 사야 할 것들은 못 사고, 애먼 것들 사느라 7만원 넘게 써버렸다. 역시... 마트에 가면 안 된다. ○○에 살았더라면 만날 집더하기 다니면서 버는 족족 까먹었을 거다.
도서관에 가니 QR 코드 찍으라고 하기에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우고, 안으로 들어가 30초도 안 걸려 책을 들고 나왔다. 차에 올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 시골에서 도심지로 가는 반대 쪽 길에는 차가 많았지만 나처럼 도심지에서 시골로 가는 차는 거의 없었다.
회사로 가고 있는데 비가 마구 쏟아진다. 아아... 내일부터 온다며? 사무실로 가던 중 룸 메이트를 만나 먹을 것을 전해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들고 온 것을 먹고 배를 채운 뒤 빈둥거리고 있는데 비가 그친 것 같더라고. 재활용 쓰레기 모아둔 것을 가지고 나갔다. 버리고 있는데 또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늘이 파란데. 아... 정말, 가뭄으로 고생하는 지역은 내가 저렴하게 해결해주마. 이렇게 비를 부를 수가 있나?
오늘은 적당히 빈둥거리고, 내일은 아침 일찍 서울에 가서 궁궐 좀 보고 박물관에도 다녀올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방구석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다. 내일 저녁은 전북과의 경기. 이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지.
어제,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제 밀린 빨래를 했더랬다. 그리고 널어놨는데... 가보니 꿉~ 꿉~ 한 냄새가 난다. 안 되겠다. 적당히 재활용하고, 조금씩 빨아서 방에 넌 뒤 에어컨으로 말리던가 해야겠다. 일본에서 살던 집은 좁지만 실내 건조가 가능한 시설이 있어서 좋았는데. 여긴... 하아...
에어컨을 켜면 습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고. 아무래도 제습기를 사야 하나 싶다.
그러고보니 이번 달 지출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200만원 넘을 줄 알았는데 150만원도 안 되더라. 아마, 현금으로 지른 것들, 예를 들면 자전거? 뭐, 그런 것들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돈 좀 덜 쓰면서 살아야겠다. 당분간은 포항에도 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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