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비 내리는 건 처음 본다. 진짜, 무섭게 내린다.
나는 수십 년 동안 불면증을 앓고 있는터라, 휴일이라고 해서 늦잠을 자거나 하지 못한다. 이 날도 당연히 아침 일찍 일어나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베란다에 갔다가 뭔가 분주한 사람들을 보게 됐다. 평소 거의 이용하지 않는 언덕 쪽 주차장에 사람들이 있더라고.
여기 사는 사람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곳이니까, 놀러온 외지인인가? 라 생각했다. ……… 아니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주차장이 물바다가 된 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차를 이동 시킨 거고. 그것도 모르고 이런 날씨에 놀어온 거라 생각했던 나는... (; ̄д ̄)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차 빼야 할 것 같다고. 마침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있었기에 바로 뛰쳐 나갔다. 이런 날씨에는 우산도 필요 없겠다 싶어 그냥 나갔는데 차 세워둔 곳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홀딱 젖었다. ㄷㄷㄷ
평소 문을 잠그고 다니지 않으니까 차 문을 당겼는데 턱! 문이 딸려오지 않는다. 순간 다른 차를 잘못 봤나 싶더라. 아니었다. 천둥 소리 때문에 자동으로 잠긴 게 아닌가 싶었다. 리모컨 키로 문을 열면서 보니 찰랑찰랑한 물과 2㎝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부랴부랴 좀 더 높은 쪽으로 차를 옮겨 놓고, 배수로에 쌓인 풀때기 따위를 치웠다. 그리고 나서 숙소 쪽으로 돌아가다가 유난히 물이 빠지지 않는다 싶은 곳에 가서 손으로 더듬어보니 아니라 다를까, 풀때기가 잔뜩. 그걸 치워냈더니 물이 막 빠지기 시작한다.
숙소로 돌아와 홀~ 딱 젖어버린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가 마를 것 같지 않은 날씨니까, 방으로 건조대를 옮겨와 에어컨을 계속 틀어놨다. 옷은 그럭저럭 말랐는데, 수건은 몇 시간이 지나도 마를 기미가 안 보이고, 꼬랑내가 나기 시작하더라. 제습기 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수지에서 방류하고 있어서 그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도랑(?)에 물이 엄청난 기세로 흘러가고 있었다.
비가 잠시 그친 사이에 근처 저수지에 올라갔더니 좌대는 물 속으로 잠겨버린 지 오래. ㄷㄷㄷ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날씨인가? ㄷㄷㄷ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08월 06일 목요일 비옴 (말 / 나의 속 좁음) (0) | 2020.08.07 |
---|---|
2020년 08월 03일 월요일 비옴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날씨) (0) | 2020.08.03 |
2020년 07월 31일 금요일 비옴 (헛탕 / 꿉꿉함) (0) | 2020.07.31 |
2020년 07월 28일 화요일 비옴 (메일 정리 / 귀차니즘 발동) (0) | 2020.07.28 |
2020년 07월 27일 월요일 흐림 (오늘 하루가 순삭 / 별 일 없었던 하루) (0) | 2020.07.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