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 ○○을 하기로 한 날이다. 그동안 날씨 때문에 못 하다가 오늘 한다고 했는데 기껏 날 잡아놨더니 안개가 말도 안 되게 꼈다. 작업하는 걸 보고 싶어서 오전부터 밖에 나가 한 시간 넘게 서 있었는데 결국 못 보고, 사무실에서 급하게 일 좀 마무리하다가 옥상에 올라갔더니 드디어 일을 시작하는 모양이더라. 부리나케 쫓아나가 보고 싶은 거 보고나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지금 붙잡고 있는 일은 내 능력으로는 절대 무리인지라 룸 메이트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데, 최근 룸 메이트가 제대로 갈려 나가고 있어서 부탁을 하는 것도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주야장천 붙잡고 있는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미안한 눈빛을 잔뜩 쏴대며 부탁을 했다.
그 와중에 오신 지 얼마 안 된 선배가 나한테 업무와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나도 이제 겨우 6개월 밖에 안 된 풋내기지만 예전 생각이 나더라. 지금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많이 컸지. ㅋ
저 선배가 월급 받기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라.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에 하는 말일 게다. 나도 저랬다. 지금도 저런 마음이 상당히 있고. 적어도 나나 선배들은 월급 도둑질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저런 미안한 마음 따위는 1도 없이, 빈둥거리고 처 놀면서도 가책 같은 건 전혀 받지 않는 ㅺ도 있지.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오후가 되면 심심하다면서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꼴 보면 진짜. 에휴.
아무튼, 건방 떨다가 크게 한 방 맞은 덕분에 오늘은 조금 겸손 모드였다. 앞으로도, 시건방 떨지 말자고 다짐했다.
어제 HG 누나와 얘기하다가 새로 산 차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 뭐 샀냐고 자꾸 묻기에 그냥 자그마한 SUV 샀다고 계속 말 돌리다가 결국 벤츠 샀다고 했는데 그럼 샀다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빼냐고 하더라. 음...
뭔가 아차! 싶었다랄까? 그동안 벤츠 산 게 주제 넘는 일이라 생각해서, 남들한테 벤츠 샀다 떠들고 다니면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꾸역꾸역 말을 아껴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몇 억 짜리 벤츠 산 것도 아니고, 0.6억이니까. GV80 최고급 트림이 0.7억이니 엄청난 고가의 차도 아닌 셈이다. 아무래도, K5 가지고 차부심 부렸던 선배가 자꾸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나보다. 식당 같은 데 가서 주머니 안에 멀쩡히 잘 있는 벤츠 키를 꺼내놓는 쪼다 ㅺ가 되지 말자는 강박이 심해서 애써 입 다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대놓고 차를 검색했다. 주변에서 뭐 하냐고 물어보기에 차 좀 본다고 했더니 차 샀냐고 묻더라. 볼보 계약했다는 건 소문이 조금 나 있었기 때문에, 계약 취소하고 벤츠 샀다고 했다. 언제 출고될지 검색을 해봐도 관련 글이 전혀 없더라. 제발 명절 전에 나와 달라 빌었다.
두 시간 정도 남아서 공부 좀 하다가 퇴근했다. 그리고 손전화를 봤는데! 봤는데! 딜러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더라. 메시지를 읽어보니, 21일까지 결제가 완료되면 23일에 차를 받을 수 있단다. 오!!!
부랴부랴 내일부터 해야 할 일을 메모장에 정리했다. 은행에 돈 꿔달라고 전화해야 하고, 새 차 작업해주는 곳도 예약해야 하고. 차 나오는 날짜가 확실해지면 HG 누나에게 지금 타고 있는 스파크도 팔아야 한다. 이래저래 바쁜 9월 말이 되겠고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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