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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9월 19일 토요일 맑음 (분당에 다녀옴 / 차 계약하고 술 처묵)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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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소수의 일기 팬들에게 희소식! 오늘의 일기는 금요일과 토요일, 1 + 1 되시겠다. ㅋ




  • 금요일 아침에 퇴근해서 밥 먹고 세탁기 돌린 뒤 빨래 너는 걸 마치고 나니 열 시. 조금이라도 자야겠다 싶어 일단 드러누웠다. 태블릿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자니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오는 잠. 맞서 싸우지 않고 바로 잤다. 고속도로 관리 공단이 항상 말하잖아. 잠이랑 싸우면 못 이긴다고. (; ̄д ̄)
    얼마 후 잠에서 깼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려 시계를 보니 14시. 슬슬 준비해야겠다 싶어 낑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 머리를 밀고 샤워를 한 뒤 보조 배터리와 갈아입을 옷 따위를 주섬주섬 챙겨 숙소를 나섰다. 면사무소에 가서 등본이랑 인감 증명서를 발급 받았는데 인감 증명서를 왜 떼는지 안 물어보더라. 자동차 매매용이라고 말을 할까 말까 여러 번 망설이다가 그냥 숨만 쉬고 있었더니 일반으로 떼어줬다. 자동차 매매용은 자동차 매매용이라고 따로 쓰여 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면서, 일반으로 떼어달라 하지 않았냐고 되묻더라. 내가 언제? 그냥 인감 증명서라고만 했는데?
    그리고, 자동차 매매용이면 사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도 필요하단다. 응? 내 인감 증명서를 발급받는데 사는 사람의 개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이해가 안 됐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등본은 그대로 벤츠 딜러에게 건네주면 되지만 인감 증명서는 다시 발급 받아야 한다. 월요일에 또 면사무소 가야 되네. 아오, 귀찮아.




  • 지방 도로를 타고 슬렁슬렁 분당으로 넘어갔다. 앞에 보이는 도로가 텅 비어있는데 빌빌거리며 길을 막고 있는 차가 있어서 당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아니, 운전석 밑을 뚫어서 두 발로 발발발발 땅 차며 가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저러는 거야? 그 따위 속도로 갈 거면 걸어다니라고!!!

  • 서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벤츠 매장.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주차 공간이 좁더라. 직원 한 명이 보이는데 발렛 파킹을 해주는 건지 그냥 안내만 해주는 건지 모르니까 주차장에서 어리버리. "발렛 해주시나요?" 하고 물어본 뒤 차에서 내렸다.
    매장 쪽으로 걸어가니 여직원이 잽싸게 문을 열어줬다. QR 코드 찍어달라(코로나 때문에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하니까) 하기에 손전화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 손목에 체온계를 들이대 열이 있나 확인. 그 후 관심 있는 모델 같은 거 있냐고 물어보기에  이미 계약했다고, ○○○ 과장 만나러 왔다고 하니 약속이 되었냐고 물어본다. 방문하겠다고는 했는데 시간 약속은 안 했다고 하니 안 쪽의 골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 앉아 있으니 잠시 후 ○○○ 과장 등장. 처음 봤을 때에는 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아저씨 티가 난다. 유니폼이 아니라 정장 차림이라 그런가? 아무튼, 조기 축구회 덕분에 여러 가지로 득을 본다.
    자기 앞으로 떨어지는 걸 다 할인으로 돌려주겠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나야 싸게 사면 당연히 좋지만, 다른 사람이 받아야 할 돈을 내가 챙기는 건 옳지 않다.

  • 네일베의 벤츠 카페에 가입했더니 염병할 것들이 리스하라고 광고 쪽지를 그렇게 보내던데 그 중에 480만원인가 할인해준다는 ㅺ가 있었다. 마냥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이미 계약을 해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알면서 자기한테 계약하라고 들이대는 꼴이 영 얄미워서 그냥 씹었지. 나중에 숙소 돌아와서 견적서 보고 알게 된 건데 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이 할인해줬더라. 누가 벤츠 산다고 하면 소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ㅋ




  • 계약서 쓰고, 등본 넘겨주고, 잠시 대화 나누다가 차 실제로 보겠냐고 해서 전시되어 있는 차 보고. 그리고 나서 헤어졌다. 스티어링 휠이 복잡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심플했고, 파노라믹 선루프는 예상한 것보다 작아 보이더라. 타이어가 상당히 거대하게 느껴졌던 것도 인상 깊고, 실제로 보니 껍데기는 좀 크게 느껴졌다. 실내는 확실히 좁아 보였고. 아무튼 그렇게 금방 볼 일을 다 보고 밖으로 나갔다. 음료수 챙겨주겠다고 하기에 에비앙 하나 얻을까 하다가 괜찮다고 사양했다.

  • 생각해보니 볼보 매장이 바로 근처인지라 곧장 숙소로 가지 않고 볼보 매장으로 갔다. 여직원이 음료 준다는 거, 계약 취소하러 왔는데 음료수 받아 먹기가 미안해서 괜찮다고 사양한 뒤 딜러를 만나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얘기 마치고 엘리베이터 타러 가는데 끝까지 따라 와서 한 번 더 생각해달라고 하더라. 다른 차의 출고가 확정이 되었는데 생각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냐. (・・;)

  • 예약한 모텔로 갔는데 방 수준이 형편없다. 싼 맛에 이용하는 거긴 하지만 들어가는 순간 30,000원 더 주고 좋은 곳으로 갈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됐다. 다른 사람들이 쓴 평가를 보면 온통 좋은 얘기 뿐이던데, 청결함과도 거리가 멀고 제대로 관리가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구글에는 별로였다고 글 남겼는데 앱에는 아직이다. 일기 다 쓰고 나서 앱에도 까는 글 한 판 올려야겠다.

  • 저녁에 배드민턴 누나들 만나서 밥 먹고 일 잔 하기로 했는데 약속한 시각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아 있기에 침대에 엎드려 은행으로 전화를 했다. 대출 신청한 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물어봤는데 계약서가 접수되지 않아서 진행을 못하고 있단다. 어? 딜러가 가계약서 팩스로 보냈다고 했는데?




  • 부랴부랴 딜러한테 전화해서 팩스로 계약서 보내달라고 한 뒤 5분 쯤 지나 다시 은행에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안 된다. 통화량이 많다는 녹음된 메시지가 몇 분째 나오고 있었다. 맘이 급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그 쪽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계약서 들어갔냐니까 백지가 하나 나왔단다. (; ̄д ̄)
    일단 급하니까, 은행 앱을 실행해서 계약서 사진을 찍었다. 파란 종이에 파란 글씨라 잘 보일까 싶었지만 일단 그렇게 처리하고, 딜러한테도 다시 한 번 팩스를 넣어달라고 했다.

  • 잠시 후 전화가 걸려와 제대로 접수되었다고 하더라. 문제는 대출 금액이 줄어든 것. 내가 신청한 대출금은 ○,○○○만원인데 ○,○○○만원만 가능하다고 하더라. 400만원이 줄었다. 휴직 때문에 연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일까? 일단 알겠다고 했다. 차 값은 생각한 것보다 비싸고, 대출은 예상보다 덜 된다. 내 통장에서 나가야 할 돈이 커졌다. 모자랐더라면 골치 아플 뻔 했는데 대출 금액을 좀 쌔게 잡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슬슬 약속한 시각이 되어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늘이 말도 못하게 예쁘더라. 이런 날씨에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말이지. ㅋ
    누나들을 만나 밥을 먹고, 장소를 옮겨 일 잔. 평소에는 내가 작정하고 달려서 가장 먼저 꽐라가 되는데 이 날은 좀 조절을 했더니 누나들이 먼저 맛이 갔다. ㅋㅋㅋ   커피 마시러 갔다가 더 마시자는 걸 마다하고 헤어졌다.

  •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들고 모텔로 들어가 더 마시다가 퍼질러 잤다.


  • 아침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HS 누나와 연락해서 열한 시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근처에서 순댓국이나 먹었음 좋겠는데 청계천 입구의 유명한 식당이 있으니 거기로 오라고 한다. 티맵에 목적지를 찍어놓고 가다가 오른쪽 도로로 빠지라고 했는데 차선을 못 바꿔서 그냥 직진. 좀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11㎞를 더 가서 유턴하라고 나온다. 응? 얼마?

  • 가끔 길 잘못 들어서 도로 중간에 멈춰 있는 차를 보면 엄청 한심하다고 생각하거든. 아니, 대한민국 도로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 저러고 있냐? 길 잘못 들었으면 조금 돌아가면 되지. 어떻게 가도 다른 길이 나온다고. ………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나? 길 한 번 잘못 들었다고 11㎞를 더 가라니. 게다가 통행료까지 내야 한다. 아...




  • 한~ 참을 더 가서 통행료 납부. 1,200원인데 경차 할인이 되어 600원만 냈다. 경차 할인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고나.   차를 돌려 반대 쪽으로 넘어가니 제법 막힌다. 맨 오른쪽 차선에서 맨 왼쪽 차선으로 넘어가야 하는 난관이 한 차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잘 찾아서 갔다. 문제는 약속 장소가 안 보인다는 거. 내비게이션은 도착했다고 안내를 종료해버리는데 당최 가게가 안 보인다. 결국 주변을 한 바퀴 돈 끝에 어렵게 찾았다. 예전의 티맵은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째 점점 구려지는 것 같네. 그나저나 뭔 가게가, 밥 먹으러 온 사람한테도 주차비를 받냐? 서울 인심 야박한 건 하여튼.

  • HS 누나랑 밥 먹으면서 수다를 떨다가 13시가 조금 못 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누나는 만남이 짧다고 짜증냈고, 다른 사람들 만나러 왔다가 곁다리로 자기를 만난다고 짜증냈다. 조만간 날 잡아서 다시 오겠다 하고 도망쳤다. ㅋㅋㅋ   차로 돌아가 내비게이션 앱을 실행하려는데 기계 온도가 높아서 안 된단다. 헐...   날이 시원해지긴 했지만 한 낮의 차 안은 찜통이다. 급하게 손전화를 식히려고 에어컨을 켰다.

  • 한~ 참을 달려 신차 패키지 작업하는 곳 근처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또! 목적지 근처에서 헤맸다. 안 보인다고, 가게가!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잠시 주위를 살펴보다가 어렵게 매장을 찾았다. 길이 꽤 좁아 보였는데 트레일러가 차 싣고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

  • 가게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견적을 받았다. 수입 차는 공임을 더 받는데 그냥 국산 차 가격에 해주겠단다. 차 사이즈가 셀토스랑 비슷하다면서 셀토스 패키지로 견적을 내주더라. 25일 18시에 받기로 했다. 부디 작업 잘 마쳐서 기뻐하면서 받을 수 있기를.

  • 숙소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다음 주면 이 길을 GLA로 달리고 있겠고나.




  • 25일에 차 받고, 26일에 마산 가서 병원 갔다가, 광주 넘어가서 아버지한테 들렀으면 좋겠다. 차는 공원 주차장에 세워놓고  아버지랑 소주 한 잔 나워 마신 뒤 차에서 자면 된다. 다음 날 일찌감치 올라오고.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산 에 있는 병원이 토요일은 예약이 안 된단다. 음... 휴가 제한이 풀렸으면 월요일에 휴가를 쓰고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일단 다음 주 월요일에 차 값 내고, 화요일에 출근해서 휴가 쓸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 볼보 XC40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면 10월도 불가능한 거 아니냐는 생각에 짜증내고 있었을텐데.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 벤츠까지 가게 됐는지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ㅋ




  • 얼마 안 되는 저금은 일본에서 다 까먹고, 빚만 잔뜩 만든 채 돌아왔는데 그 상태에서 차 산다고 또 빚을 지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한심한 인생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의 즐거움을 위해 지금 참으며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순간 순간 즐겁게, 남한테 해 끼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 빚이 잔뜩이지만 천천히 갚아가면 되는 거니까.
    하루 빨리 코로나가 완전히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오사카에서 2주 동안 살다 와야 하고, 몽골에 별 보러 가야 하고, 하고 싶은 일 투성이다. 아, 그 전에... 포항 경기나 보러 다닐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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