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불을 끄고 누웠는데 택배가 늦은 시각에 잇달아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자정을 넘겼다. 한 시가 거의 다 되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네 시가 채 안 됐더라.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자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잘 수 없었다. 지금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을 보면 바로 망한다 싶어 꾹! 참으며 자려고 했지만 결국 못 잤다. 그렇게 두 시간을 뒤척거리며 보내야 했다.
씻고 출근했지만 아침부터 무척 피곤했다. 몸이 엄청 무겁더라. 여차저차 해서 오전이 지나가고 오늘도 점심 시간에 숙소에 잠시 들렀다. ○○님에게 허가를 받으려고 말을 꺼내니 대체 무슨 일이냐고 의아해한다. 어제도 점심 시간에 나갔었으니까.
차가 나왔는데 업체 쪽과 연락이 필요해서 그런다고 했더니 무슨 차를 샀냐고 한다. 그냥 자그마한 SUV 샀다고 했는데 옆에서 말하고 싶어 난리다. ㅋㅋㅋ 결국 내 입으로 벤츠 샀다고 얘기했다. 바로 하차감을 얘기하더라.
난 차부심을 참 한심하다 생각한다. 오죽 못 났으면 차 말고는 자랑할 게 없을까. 오죽 못났으면 사람을 차 가지고 평가할까. 고가의 수입 차 타는 개차반도 많이 봤고, 국산 소형 타는 훌륭한 사람도 많이 봤거든.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40년을 살았으니까, 차로 사람을 평가하려드는 마음 같은 건 나에게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벤츠를 선택하지 않았겠지. 뭐, 디자인 때문에 골랐다고 자위하고 있지만서도.
점심 시간에 숙소 들러 손전화를 확인했는데 별 다른 메시지가 없더라. 원래 일요일에 방문하기로 한 벤츠 대리점 예약을 금요일 오후로 바꾸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가능하다는 것 정도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신차 패키지 작업하는 곳에서 아무 연락이 없기에 언제 차 받으러 가면 되냐니까 예정대로 내일 18시에 오라더라. 오늘 틴팅 작업 들어간다고 했다. 블랙박스랑 보조 배터리는 아직인 것 같은데, 내일 장착할 예정인가?
원래는 공을 차기로 했는데 운동하는 게 미뤄져서 그냥 사무실에 남았다. 오전부터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해댔는데 잠깐 눈 감고 있는다는 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앞 쪽으로 걸치고 드러눕는, 허리에 최악인 자세인데 희한하게 저 자세로 있으면 잠이 기똥차게 온다. 한 30분 동안 꿀잠 잤다.
저녁 밥을 먹다가 또 내가 벤츠 산 게 화제가 됐다. 실제로 차를 타고 회사에 가기 전에도 이러니 차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조금 더 하겠지. 최소 일주일 정도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이슈의 한가운데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퇴근해서 숙소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갔다. ○○ 시내를 왔다갔다 하면서 본 셀프 세차장에 가려고 했는데 그보다 더 가까이에 다른 세차장이 있더라고. 그래서 거기로 갔다. 조금 막히긴 했지만 걱정한 만큼은 아니었다.
4월에 스파크를 산 뒤 처음하는 세차였다. 3개월만 타면 다시 중고로 팔고 새 차를 받을 줄 알았기에 딱히 세차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터였다. 그게 6개월까지 늘어졌고, 이제 내일이면 다른 사람의 차가 되니까 그 전에 한 번은 깨끗하게 씻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은 세차에 두, 세 시간을 쏟아붓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데 난 308 탈 때에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돈 주고 손 세차를 맡겼고, 내가 직접 하면 대충 슥슥하고 말았더랬다. 오랜만에 세차를 하다보니 예전에 308 닦던 게 생각나더라. 아무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세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자판기를 상대로 FA컵 4강전이 있는 날.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맥주를 마시며 보고 있는데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이다. 제발 좀 이겨줬으면 좋겠는데. ㅠ_ㅠ
사들고 온 맥주 네 캔을 다 마셨으니 어렵지 않게 잠이 들 수 있겠지만 수면의 수준이 높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내일은... 드디어 차를 받는 날이다. 퇴근하고 숙소에 들러 옷만 갈아입은 뒤 바로 차 받으러 가야 한다. 차가 나온 건 화요일이지만 직접 만나게 되는 건 내일이 처음이다. 두근두근한다.
생각해보면, 첫 차였던 아반떼 투어링도 꽤나 두근두근했지만 정점은 i30이었던 것 같다. 히터 작동 후 일정 시간 송풍 기능을 사용해야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겨울에도 차에서 송풍 기능을 켜고 5분 정도 누워 있다가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그만큼은 아니지만, 새 차를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새 차 생각만 하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일 오후가 되면 어떤 기분일지. 차를 받아서 운전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숙소까지 운전해와서 주차를 마치면 어떤 기분일지.
태어나 처음 가는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잔뜩 기대하는,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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