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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9월 23일 수요일 맑음 (몸 상태가 너덜너덜/6개월 만에 첫 세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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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찌감치 불을 끄고 누웠는데 택배가 늦은 시각에 잇달아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자정을 넘겼다. 한 시가 거의 다 되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네 시가 채 안 됐더라.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자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잘 수 없었다. 지금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을 보면 바로 망한다 싶어 꾹! 참으며 자려고 했지만 결국 못 잤다. 그렇게 두 시간을 뒤척거리며 보내야 했다.

  • 씻고 출근했지만 아침부터 무척 피곤했다. 몸이 엄청 무겁더라. 여차저차 해서 오전이 지나가고 오늘도 점심 시간에 숙소에 잠시 들렀다. ○○님에게 허가를 받으려고 말을 꺼내니 대체 무슨 일이냐고 의아해한다. 어제도 점심 시간에 나갔었으니까.

  • 차가 나왔는데 업체 쪽과 연락이 필요해서 그런다고 했더니 무슨 차를 샀냐고 한다. 그냥 자그마한 SUV 샀다고 했는데 옆에서 말하고 싶어 난리다. ㅋㅋㅋ   결국 내 입으로 벤츠 샀다고 얘기했다. 바로 하차감을 얘기하더라.

  • 난 차부심을 참 한심하다 생각한다. 오죽 못 났으면 차 말고는 자랑할 게 없을까. 오죽 못났으면 사람을 차 가지고 평가할까. 고가의 수입 차 타는 개차반도 많이 봤고, 국산 소형 타는 훌륭한 사람도 많이 봤거든.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40년을 살았으니까, 차로 사람을 평가하려드는 마음 같은 건 나에게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벤츠를 선택하지 않았겠지. 뭐, 디자인 때문에 골랐다고 자위하고 있지만서도.

  • 점심 시간에 숙소 들러 손전화를 확인했는데 별 다른 메시지가 없더라. 원래 일요일에 방문하기로 한 벤츠 대리점 예약을 금요일 오후로 바꾸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가능하다는 것 정도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신차 패키지 작업하는 곳에서 아무 연락이 없기에 언제 차 받으러 가면 되냐니까 예정대로 내일 18시에 오라더라. 오늘 틴팅 작업 들어간다고 했다. 블랙박스랑 보조 배터리는 아직인 것 같은데, 내일 장착할 예정인가?

  • 원래는 공을 차기로 했는데 운동하는 게 미뤄져서 그냥 사무실에 남았다. 오전부터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해댔는데 잠깐 눈 감고 있는다는 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앞 쪽으로 걸치고 드러눕는, 허리에 최악인 자세인데 희한하게 저 자세로 있으면 잠이 기똥차게 온다. 한 30분 동안 꿀잠 잤다.

  • 저녁 밥을 먹다가 또 내가 벤츠 산 게 화제가 됐다. 실제로 차를 타고 회사에 가기 전에도 이러니 차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조금 더 하겠지. 최소 일주일 정도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이슈의 한가운데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 퇴근해서 숙소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갔다. ○○ 시내를 왔다갔다 하면서 본 셀프 세차장에 가려고 했는데 그보다 더 가까이에 다른 세차장이 있더라고. 그래서 거기로 갔다. 조금 막히긴 했지만 걱정한 만큼은 아니었다.

  • 4월에 스파크를 산 뒤 처음하는 세차였다. 3개월만 타면 다시 중고로 팔고 새 차를 받을 줄 알았기에 딱히 세차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터였다. 그게 6개월까지 늘어졌고, 이제 내일이면 다른 사람의 차가 되니까 그 전에 한 번은 깨끗하게 씻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은 세차에 두, 세 시간을 쏟아붓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데 난 308 탈 때에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돈 주고 손 세차를 맡겼고, 내가 직접 하면 대충 슥슥하고 말았더랬다. 오랜만에 세차를 하다보니 예전에 308 닦던 게 생각나더라. 아무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세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 오늘은 자판기를 상대로 FA컵 4강전이 있는 날.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맥주를 마시며 보고 있는데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이다. 제발 좀 이겨줬으면 좋겠는데. ㅠ_ㅠ

  • 사들고 온 맥주 네 캔을 다 마셨으니 어렵지 않게 잠이 들 수 있겠지만 수면의 수준이 높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내일은... 드디어 차를 받는 날이다. 퇴근하고 숙소에 들러 옷만 갈아입은 뒤 바로 차 받으러 가야 한다. 차가 나온 건 화요일이지만 직접 만나게 되는 건 내일이 처음이다. 두근두근한다.

  • 생각해보면, 첫 차였던 아반떼 투어링도 꽤나 두근두근했지만 정점은 i30이었던 것 같다. 히터 작동 후 일정 시간 송풍 기능을 사용해야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겨울에도 차에서 송풍 기능을 켜고 5분 정도 누워 있다가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그만큼은 아니지만, 새 차를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새 차 생각만 하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일 오후가 되면 어떤 기분일지. 차를 받아서 운전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숙소까지 운전해와서 주차를 마치면 어떤 기분일지.

  • 태어나 처음 가는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잔뜩 기대하는,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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