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당에 다녀와서 체력적으로 방전된 건 막히는 도심지에서 운전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막히는 도로는 없었지만 운전한 거리 자체가 길었다. 600㎞가 넘는다. 어제도, 오늘도, 너덜너덜한 상태에서 일기를 쓴다.
룸 메이트가 같이 한 잔 하자고 하는 걸 어렵사리 거절하고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자니 금방 잠이 와서 23시에 딥 슬립. 하지만 또! 두 시가 조금 넘어 깨고 말았다. 다섯 시에 출발해야 하니까 곧바로 다시 자야 하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손전화와 태블릿을 붙잡고 한 시간을 까먹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자려고 하니 잠이 안 오더라. 결국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다섯 시를 넘겨 버렸다. 결과적으로는 서너 시간 정도 밖에 못 잔 셈.
그 새벽에 샤워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아서, 면도도 안 한 채 옷만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 이래서 처자들이 마스크 덕에 화장 안 해도 되서 좋다고 하는 거고만? 면도 안 해도 되고, 좋네. ㅋㅋㅋ
손전화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원격 시동 기능을 써보려고 했는데 연료 잔량이 20%가 안 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단다. 거, 참. 피곤하게 만들어놨네.
다섯 시 반이 조금 못 되어 출발. 사방이 잔뜩 어두웠지만 여섯 시가 넘으면서 서서히 밝아지더니 이내 운전할 만한 정도로 밝아졌다. 한참을 가다가 커피를 사려고 휴게소에 들렀는데 음식 이미지를 보니 배가 고파졌다. 해물 순두부를 주문. 만날 주문하고 실망하면서 그 짓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오늘도, 뭐. 흠.
엄~ 청 오랜만에 가는 건데도 도착하니 대충 낯이 익다. 바로 집더하기로 가려 했는데 문 여는 게 열 시인지라 그 전에는 진입을 못하게 막아놨더라.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여러 대 서 있었고. 틀림없이 전부 병원에 온 사람들이겠지.
길에 차를 세워둔 채 고민할 수 없으니 일단 내키는대로 운전을 했다. 그러다가 공사장 옆에 일렬로 주차가 되어 있기에 빈 자리를 찾아 주차. 그리고 나서 병원까지 걸어가려고 보니 600m 가까이 된다. 얼마 안 온 것 같은데 꽤 멀어졌고만. 횡단보도를 세 개나 건너가며 병원에 도착했더니... 예상한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바글바글.
서 있는 사람에게 접수를 기다리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주사 맞으려고 기다리는 거라더라. 바로 접수대로 가서 생년월일을 불러주니 이름을 확인하고 오랜만에 왔다고 한 마디 한다. 열 두 시 전에는 될 거란다. 그 때가 아홉 시 반도 안 됐을 때였다.
잠시 후 모니터를 보니 일흔일곱 명 중 일흔여섯 번째. 한 사람 당 1분만 걸린다고 해도 한 시간이 넘어간다. 병원에서 멍 때리고 있느니, 차를 옮겨놓자고 생각했다. 길 가, 그것도 공사장 옆에 차를 세워둔 게 불안했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간 뒤 집더하기로 향했다. 접수한 후 차까지 걸어가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열 시가 넘어서 집더하기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집더하기에 차를 세운 뒤 다시 병원으로 이동. 순서는 아직 한~ 참 남았고, 딱히 할 건 없고. 1층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 가서 얼음이 든 얼그레이를 한 잔 마시고 다시 병원에 갔다가 순서 확인하고. 그러다 급× 시그널이 와서 잠시 고뇌의 시간을 갖고. 마산에 도착한 뒤 보낸 라인 메시지에 답장이 왔기에 마사미 님에게 전화 드리고.
힘들게, 힘들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정오가 지나 있었다. 결국 차례가 왔고, 오래만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대체 약을 어떻게 먹은 거냐고 하기에 2년 동안 외국에 다녀왔다고, 먹다 남은 게 있어서 최근 3개월 간 먹었다고 했다. 머리 사진을 찍었는데... 정수리가 휑~ 하다. 심각하고나. 나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조만간 박박 밀고 면도까지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멀어서 자주 못 오니까 한 방에 팍팍 지어달라 해서 8개월 분 처방을 받았다. 병원 밑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아 차로 돌아갔다. 블랙 박스에 충격 녹화가 되어 있더라. 주차된 차에 충격이 간 거면 문콕 밖에 더 있을라고. 흠집 났나 찾아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처음이라 애지중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러거나 말거나 하게 될텐데.
올라오면서는 밥을 안 먹었다. 휴게소에 가긴 했는데 밥 먹는 건 내키지 않더라고. 숙소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맥주랑 컵라면을 조금 사들고 복귀.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세탁기를 돌렸다. 컵라면 하나 먹고.
차의 USB C 포트가 충전은 되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시트 설정도 해야 하고, 차에 이것저것 할 게 많은데 만사 귀찮다. 몸이 너무 무겁다.
맥주 마시면서 빈둥거리다 잘 생각이었는데 어찌나 피곤한지 이 상태로 누워도 곧바로 혼수 상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하나만 마셔보고. 술 더 들어가면 더 마시고, 아니면 그냥 자고. 엄~ 청 피곤하다.
역시. 눕자마자 잠들었다. 시계를 보니 대략 두 시간 정도 지난 듯.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널고, 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내일은 차에 대해 궁금한 것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세차장에 가서 세차를 할까 싶다. 다음 주는 이틀만 가면 되니까. 기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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