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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9월 26일 토요일 맑음 (마산 왕복으로 너덜너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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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분당에 다녀와서 체력적으로 방전된 건 막히는 도심지에서 운전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막히는 도로는 없었지만 운전한 거리 자체가 길었다. 600㎞가 넘는다. 어제도, 오늘도, 너덜너덜한 상태에서 일기를 쓴다.

  • 룸 메이트가 같이 한 잔 하자고 하는 걸 어렵사리 거절하고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자니 금방 잠이 와서 23시에 딥 슬립. 하지만 또! 두 시가 조금 넘어 깨고 말았다. 다섯 시에 출발해야 하니까 곧바로 다시 자야 하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손전화와 태블릿을 붙잡고 한 시간을 까먹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자려고 하니 잠이 안 오더라. 결국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다섯 시를 넘겨 버렸다. 결과적으로는 서너 시간 정도 밖에 못 잔 셈.

  • 그 새벽에 샤워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아서, 면도도 안 한 채 옷만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 이래서 처자들이 마스크 덕에 화장 안 해도 되서 좋다고 하는 거고만? 면도 안 해도 되고, 좋네. ㅋㅋㅋ
    손전화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원격 시동 기능을 써보려고 했는데 연료 잔량이 20%가 안 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단다. 거, 참. 피곤하게 만들어놨네.

  • 다섯 시 반이 조금 못 되어 출발. 사방이 잔뜩 어두웠지만 여섯 시가 넘으면서 서서히 밝아지더니 이내 운전할 만한 정도로 밝아졌다. 한참을 가다가 커피를 사려고 휴게소에 들렀는데 음식 이미지를 보니 배가 고파졌다. 해물 순두부를 주문. 만날 주문하고 실망하면서 그 짓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오늘도, 뭐. 흠.

  • 엄~ 청 오랜만에 가는 건데도 도착하니 대충 낯이 익다. 바로 집더하기로 가려 했는데 문 여는 게 열 시인지라 그 전에는 진입을 못하게 막아놨더라.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여러 대 서 있었고. 틀림없이 전부 병원에 온 사람들이겠지.

  • 길에 차를 세워둔 채 고민할 수 없으니 일단 내키는대로 운전을 했다. 그러다가 공사장 옆에 일렬로 주차가 되어 있기에 빈 자리를 찾아 주차. 그리고 나서 병원까지 걸어가려고 보니 600m 가까이 된다. 얼마 안 온 것 같은데 꽤 멀어졌고만. 횡단보도를 세 개나 건너가며 병원에 도착했더니... 예상한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바글바글.

  • 서 있는 사람에게 접수를 기다리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주사 맞으려고 기다리는 거라더라. 바로 접수대로 가서 생년월일을 불러주니 이름을 확인하고 오랜만에 왔다고 한 마디 한다. 열 두 시 전에는 될 거란다. 그 때가 아홉 시 반도 안 됐을 때였다.

  • 잠시 후 모니터를 보니 일흔일곱 명 중 일흔여섯 번째. 한 사람 당 1분만 걸린다고 해도 한 시간이 넘어간다. 병원에서 멍 때리고 있느니, 차를 옮겨놓자고 생각했다. 길 가, 그것도 공사장 옆에 차를 세워둔 게 불안했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간 뒤 집더하기로 향했다. 접수한 후 차까지 걸어가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열 시가 넘어서 집더하기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집더하기에 차를 세운 뒤 다시 병원으로 이동. 순서는 아직 한~ 참 남았고, 딱히 할 건 없고. 1층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 가서 얼음이 든 얼그레이를 한 잔 마시고 다시 병원에 갔다가 순서 확인하고. 그러다 급× 시그널이 와서 잠시 고뇌의 시간을 갖고. 마산에 도착한 뒤 보낸 라인 메시지에 답장이 왔기에 마사미 님에게 전화 드리고.

  • 힘들게, 힘들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정오가 지나 있었다. 결국 차례가 왔고, 오래만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대체 약을 어떻게 먹은 거냐고 하기에 2년 동안 외국에 다녀왔다고, 먹다 남은 게 있어서 최근 3개월 간 먹었다고 했다. 머리 사진을 찍었는데... 정수리가 휑~ 하다. 심각하고나. 나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조만간 박박 밀고 면도까지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 멀어서 자주 못 오니까 한 방에 팍팍 지어달라 해서 8개월 분 처방을 받았다. 병원 밑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아 차로 돌아갔다. 블랙 박스에 충격 녹화가 되어 있더라. 주차된 차에 충격이 간 거면 문콕 밖에 더 있을라고. 흠집 났나 찾아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처음이라 애지중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러거나 말거나 하게 될텐데.

  • 올라오면서는 밥을 안 먹었다. 휴게소에 가긴 했는데 밥 먹는 건 내키지 않더라고. 숙소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맥주랑 컵라면을 조금 사들고 복귀.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세탁기를 돌렸다. 컵라면 하나 먹고.

  • 차의 USB C 포트가 충전은 되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시트 설정도 해야 하고, 차에 이것저것 할 게 많은데 만사 귀찮다. 몸이 너무 무겁다.

  • 맥주 마시면서 빈둥거리다 잘 생각이었는데 어찌나 피곤한지 이 상태로 누워도 곧바로 혼수 상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하나만 마셔보고. 술 더 들어가면 더 마시고, 아니면 그냥 자고. 엄~ 청 피곤하다.

  • 역시. 눕자마자 잠들었다. 시계를 보니 대략 두 시간 정도 지난 듯.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널고, 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내일은 차에 대해 궁금한 것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세차장에 가서 세차를 할까 싶다. 다음 주는 이틀만 가면 되니까. 기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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