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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9월 27일 일요일 맑음 (분갈이/세차/딱히 하는 일 없이 하루가 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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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처먹고 약 먹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내 몸을 소중히 할 줄 모르고 살아온지라, 술 처먹고도 약 먹는다. 어제는 무척 피곤하기도 했고, 모처럼 푹 자고 싶어서 맥주 네 캔을 마신 상태에서 서카딘 두 알을 삼켰다. 원래 용법은 잠들기 전 30분에 한 알만 꿀떡 삼키는 건데, 술 처먹었지, 두 알 먹었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하고 자빠졌다.

  • 술 때문인지, 약 때문인지, 금방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깨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침 일찍 눈이 떠지더라. 눈은 이미 반짝! 하고 떠졌는데 약 기운이 돌아서 꼼짝도 하기 싫다. 서카딘은 멜라토닌이 주 성분인지라 딱히 몸이 늘어질 이유가 없을텐데 희한하게 그렇게 되더라. 결국 누운 상태에서 '아,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라는 생각만으로 몇 시간을 보냈다.

  • 그러다 일어나서 '문명 Ⅵ' 짧게 하다가 13시가 거의 다 되어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갈 곳은 다이소. 네일베에서 본 사진으로는 엄청 한적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차 세울 곳이 없더라. 어쩔 수 없이 먼저 세워진 차들의 퇴로를 차단한, 네가지 없는 주차를 해야 했다. 차를 저 모양으로 세워놨으니 마음이 급해 느긋하게 있을 수가 없다. 두리번거리며 화분을 찾다가 딱 원하는 사이즈를 찾았고, 인터넷에서 미리 봤던 분갈이 3종 세트도 찾아냈다. 그렇게 화분, 분갈이용 흙, 영양제까지 7,000원에 OK! 계산대 앞에 섰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차 번호를 부르며 빼달라 하신다. 죄송하다고, 바로 나가겠다 하고 계산을 마쳤다. 창문을 연 채 차 안에 아주머니가 앉아 계시기에 다시 한 번 죄송하다 사과 드리고, 잽싸게 후진!

  • ○○만 나와도 손전화는 5G로 바뀌고,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많고, 생활 수준이 확 올라갈 것 같은데. 하지만 그만큼 돈은 더 깨지겠지. 은행 빚으로 사는 처지니까 이 동네에 있는 동안은 긴축 경제 모드를 유지해야 한다.

  • 다음으로 갈 곳은 세차장. 지난 번에 한 번 갔던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다. 가다가 미친 듯 질주하는 K5에 한 번 받힐 뻔 하고. 아반떼는 워낙 차가 많으니까 거기 비례해서 양아치도 많아지는 거고, 그 외에는 확실히 스팅어, K5 모는 것들 중에 양아치가 많은 것 같다.
    주말이라 그런가 세차장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세차장이 의외로 마초적인 공간인데 아빠와 딸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그랜저를 열심히 닦고 있더라. 딸들이 꽤 커보였는데 아빠랑 같이 세차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 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이 세차하는 거 보면... 정말 지독하다 싶을 정도. 구석구석 어찌나 정성 들여 닦는지, 국립 박물관에서 국보를 빌려와도 저렇게는 못 닦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물 뿌리고 물기 대충 닦다가 '아~ 하기 싫어~' 라는 생각이 들면 대충 마무리하는 타입.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진공 청소기로 매트 위에 있던 먼지와 풀때기 같은 걸 빨아들이고, 고압수를 4분 동안 뿌려줬다. 폼 건 쏘는 것도 귀찮아서 생략하고 바로 물기 제거. 좀 더 꼼꼼하게 닦아야 하는데 만사 귀찮아져서 적당히 닦고 끝냈다.

  • 중국집으로 이동해서 짬뽕밥이랑 군만두로 배를 채웠다. 오늘 역대급으로 통통한 게가 들어 있었는데 제대로 못 먹었다. 미련이 남는고만.

  • 숙소로 돌아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군것질 거리를 좀 사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져서 생략. 숙소에 들러 세차할 때 썼던 수건들을 세탁기에 던져 넣은 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그리고 나서 분갈이 시도. 맨 밑에 플라스틱으로 된 물빠짐 뭐시기를 깔고, 그 위에 자갈 같은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야 하는데 봉지를 뜯었더니 반대로 나온다. 어쩌라고!
    '에라~ 모르겠다' 모드로 대충 분갈이를 마친 뒤 복귀. 물을 충분히 주고 방에 잘 모셔두었다.

  • 오늘 별로 못 잤으니까 좀 자야겠다 싶어 드러누웠다. 꽤 잔 것 같았는데 두 시간도 못 잤더라. 빈둥거리다가, 추석 연휴 때 글램핑 장에 가서 고기라도 구워 먹고 올까 고민했다. 삼겹살이 먹고 싶은데 혼자 가서 먹자니 지지리 궁상인 것 같고. 에효...

  • 빈둥거리다가 컴퓨터 켜서 일기 쓰고 있다. 보통은 일요일이 갈 무렵이면 내일부터 또 돈 벌러 간다는 생각에 조금은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이번 주는 이틀만 가면 5일을 쉬는지라 그런 맘도 안 든다. 21시 조금 넘었는데 22시에 잠 들면 또 두 시나 세 시에 깨서 일곱 시까지 뒤척거릴까봐 걱정이다. 컴퓨터 앞에서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슬슬 일기 마무리하고 드러누워야겠다. 일단 추석 때 갈만한 근처 글램핑 장 있나 알아보고, 고기 구워 먹으러 갈까 말까 고민해봐야겠다. 5일 동안 뭘 해야 할랑가. 진작에 사둔 건담 조립은 하루면 충분할 것 같고,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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