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잠을 제대로 못 자긴 하지만 다음 날이 쉬는 날일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다음 날 쉬니까 언제든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정작 언제든 잔 적이 없지만서도.
오늘도 마찬가지. 새벽에 어김없이 깨서 잠을 설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배가 고프니까 뭐라도 먹으려고 방문을 연 순간! ×냄새가! ㄸㅇ내앰스애그아!!! 아오, ㅽ!!!
나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인지라, 남들이 쌀쌀하다고, 조금 춥다고 할 때까 딱 좋다. 요즘의 아침, 저녁이 최고의 기온인 거다. 그 왜, 에어컨 켜놓고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상태 있잖아. 지금이 딱 그런 환경인 거지. 그런데!!! 저 염병할 ×냄새 때문에 문을 못 열어! 꽁꽁 닫아놓고 있어야 한다고! 방에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거실로 나가는 순간 염병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니, 대체 9월말에 뭘 키우겠다고 똥을 그렇게 뿌려댄 거냐고. 아오, ㅽ!
저 염병할 ×냄새 때문에 방에 들어오는 순간 아카시아 향 디퓨저의 위력을 느끼게 된다. 그 디퓨저에 꽂는 작대기(?)를 뭐라 부르지? 아무튼, 그 거, 네 개 꽂아뒀었는데 여섯 개로 늘렸다. 하아... 1년에 며칠 되지도 않는, 이 황금 같은 바깥 온도를 ×냄새 때문에 즐기지 못하다니. 시골 살이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다. 제기랄.
그렇잖아도 쉬는 날에 숙소에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아까운데, 차까지 새로 샀으니 어디든 가고 싶어서 근질근질. 평소 같으면 어디든 다녀왔을텐데 명절 연휴 기간이라 몸을 사리게 된다. 괜히 나갔다가 차 막히는 길에 말리기라도 하면, 나는 귀향이나 귀경과 관계없는 사람인데, 너무 억울한 거지. 그나저나 오늘 쓰는 글에는 뭔 쉼표가 이리 많을꼬. 아무튼.
왕복 두 시간 정도로 다녀올만한, 경치 좋은 곳 없나 싶어 검색을 해봤다. 일단 대장금 파크가 있고, 고삼 저수지가 있고. 그리고 예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경인 랜드도 있다. 폐장한 작은 규모의 놀이 공원이라는데 한 번 가볼까 싶어 검색을 했더니 고속도로 안 타면 가는 데에만 한 시간 반 거리네. 날씨가 몹시 좋으니까, 일단 가보기로 하자. 경인 랜드에 가서 사진 좀 찍고, 오는 길에 대장금 파크에 들리면 될 것 같다. 오후에는 사무실에 가서 돈 좀 벌다 와야지.
일본어 공부하면서 데자뷔가 느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N5 공부할 때 딱 이랬던 것 같다. '나는 남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일찌감치 공부를 시작하자!' 고 마음 먹은 뒤 공부 시작 → 앞 부분에 나오는 100개가 채 안 되는 단어 외우느라 시간 까먹음 → 날마다 공부하지 않고 중간에 며칠씩 쉬다 보니 까먹음 → 다시 외우기 시작 → 또 까먹음 → 그렇게 두, 세 달을 허비 → 이러다가 큰 일 난다 싶어 부랴부랴 다음 단계의 문제부터 풀기 시작 지금도 이 꼴을 반복하고 있는 거다. 첫 파트에 나오는 80개의 단어 외운답시고 두 달을 까먹었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다. 시험이 12월 초니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두 달 밖에 안 남았는데 말이지. 일단 이번 달에 가지고 있는 문제집 다 풀고, 복습까지 마쳐야 한다. 다음 달에 새 문제집 풀어야 하고. 점수 나오는 거 보면 어찌저찌 합격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합격 여부보다 실제 일본어 실력이 중요한 거니까. 공부하면서도 스스로의 부족함이 자꾸 느껴져 짜증이 난다. 계속 일본에서 공부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장단이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일본어는 평생 공부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 꾸준히 공부해서 일본인들과 어떤 주제로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 때 다른 나라 말에 또 도전하던가 해야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이 간다. 일단 네일베에서 후기를 검색해보고, 가는 길 대충 본 뒤 출발해야겠다. 아홉 시 반에는 나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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