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일어나서 돈 벌러 갔다. 다음 날 출근하지 않을 때에만 술 먹자고 또 다짐했다. 못 지킬 거 뻔히 알면서.
어제 막걸리에서 딱 끝냈어야 했는데 숙소로 돌아와 소맥을 마시는 바람에 술병이 나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냉장고에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캔이 전부였다는 거. 술이 더 있었다면 더 먹었을 거고, 그럼 오늘 훨씬 더 괴로워했을 거다. 예전에는 해뜰 때까지 술 처먹다가 출근하고 그랬는데,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는지.
사다놓았던 아침햇살을 마시는 걸로 해장을 하고, 라면 생각이 간절했는데 은닉해놓은 컵라면도 없어서 결국 K 선배님이 아침에 주신 삶은 닭알 한 개로 요기를 했다. 닭알 한 판을 사서 죄다 삶아놓고 흰 자만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15시가 되니 미친 듯 배가 고파왔다.
업무 종료 시간이 되자마자 밥 먹으러 뛰쳐 나갔다. 여유롭게 먹자고 만날 다짐하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보니 미친 듯 욱여넣게 된다. 오늘도 그랬고.
모레는 24시간 근무. 지금 있는 곳은 다른 곳들에 비해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넋 놓고 여유 부려도 될 정도로 쉬운 일은 아니다. 상황이 터지면 대처해야 하고, 그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없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지만 정작 일이 터지면 어버버~ 하다가 제대로 대처 못하고 욕 먹게 될 것 같은 삘인 거지. 그런데 오늘 오후에 일이 터졌다.
내 근무는 아니지만 내가 있을 때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대처를 해봤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냈고, 그 와중에 몰랐던 걸 또 배우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근무 중에 일이 터져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개는 이렇게 건방 떨다가 한 방 맞게 되지만.
사무실에 남아서 한~ 참을 수다 떨다가, 책 좀 보고 퇴근. 내일은 쉬는 날이지만 돈 벌러 갈 생각이다. 부지런히 벌어야 빚 갚을 수 있다.
일본이 슬슬 봉쇄를 풀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을 어떻게든 개최하려 하고 있으니까 점진적으로 외국인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자국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 입국을 허가한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들어오게 해준다 한들, 우리 회사에서 못 가게 할 것 같다. 흐음... 언제쯤 해외 여행이 가능해질지. 진짜, 코로나가 여러 가지로 피곤하게 만드는고만.
BTS 병역 면제 얘기가 나오더라. 국위 선양으로 따지자면 올림픽 금메달 이상임이 분명하니 면제를 해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꾸 예외를 만드는 건 분명 옳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 생각하면서 현재의 신분보다 높이 올라가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최근에는 부동산 투기로 옮아간 게 확실해보이지만)을 들고 있지만 그나마도 돈 있는 집 자식이 공부해서 성공하기 쉬운 쪽으로 변해가는 것 같고, 그나마 공평하게 이뤄지는 게 병역이라 보기 때문인지 군대 문제 터지면 게거품을 문다. 그러니 군 면제는 몹시 예민한 주제인데 BTS의 빌보드 1위 달성은 축하하면서도 군 면제는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저스트 절크라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댄스 팀이 있는데 이들이 미국에 가서 대단한 반응을 이끌어냈고 해외 곳곳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고스란히 현역으로 입대해야 했다. BTS와 비교가 가능하냐고 하는데, 저스트 절크 쪽의 업적이 더 큰 것도 있지 않을까? 결국 무엇을, 얼마나 인정해야 면제가 되느냐가 중요할 게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전 국민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은 한국인 아이돌 스타가 있다고 치자. 필리핀에서는 그를 모르는 이가 없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인기를 끌어 대우를 받는다고 해보자. 그에게 군 면제 혜택을 줘야 하는가? 우리가 한 수 아래로 치는 동남아에서의 인기일 뿐이니까 무시하고 입대시켜야 하는가?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니 예외를 줄 때마다 말이 나올 거다. 결국 가장 깔끔한 건 어떤 예외도 허락하지 않는 건데, 이미 체육 쪽은 예외를 허용하고 있으니 예능 쪽도 은근슬쩍 한 다리 끼워넣는 게 아닐까?
뭐, BTS 멤버들은 당연히 가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면제 얘기와는 선을 긋더라만은.
그러고보니 스티븐 유가 또 입국 거부 당했다지? 난, 훌륭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뭔가 굉장히 억울한 것처럼 자꾸 포장을 하는데, 당연히 간다는 식으로 이미지 만들어서 상당히 이득 본 거 아닌가? 그러다가 일본 거쳐 미국으로 튀었지. 공연 빌미로.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거다. 게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한 건 만 38세 지나고 아니었던가? 사과 방송에서 마이크 꺼진 줄 알고 뭐라 뭐라 한 것도 논란이 되었고. 뭐하러 기를 쓰고 들어오려 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들어온다고 그 때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명예를 회복하네 마네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오늘은 뻘 소리가 길었다. 벌써 21시가 넘었고만. 배가 고픈데...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자야 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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