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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11월 14일 토요일 맑음 (아침 일찍 일어나 빈둥빈둥)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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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시가 넘어 잠이 들었는데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신박한 개꿈을 꾸는 바람에 일찍 깼다. 평소 같으면 거울에 비친 빨간 토끼 눈으로 피곤에 찌든 몸을 한숨 쉬며 바라볼 시각이지만 오늘은 토요일! 빈둥거릴 수 있다!!!

  •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를 본다. 태블릿에 광고 제거 브라우저를 설치한 뒤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공식 앱보다 데이터를 훨씬 많이 잡아먹는 건지 5G로 연결하지 않으면 먹통. 5G 와이파이가 잡히다 말다 하는 상황인지라 속이 터진다. 손전화를 테더링 해서 쓰면 되지만 어쩐지 귀찮아.

  • 아, 그러고보니 컴퓨터에서도 광고 제거 플러그 인을 설치해서 쓰는 중인데 갑자기 광고가 뜬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의 박 터지는 싸움. ㅋ

  • 슬슬 돈 벌러 가야 한다. 씻고 나가서 사무실에 도착하면... 열 시가 채 안 되겠고나. 14시 전에는 퇴근할 수 있겠고만. 도서관에 가면서 이마트에 들리면 또 쓸데없는 지출을 할 게 분명하니 하나로 마트에 들리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지난 달에 카드 값 100만원 이하로 선방했다고 들떠서 이번 달은 제법 질러대고 있다. 참아야 한다.

  • 어제 갑자기 드론 뽐뿌가 왔다. 마침 DJI에서 미니 2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 제품 자체는 60만원이 안 되지만 배터리 3개를 포함해 이것저것 같이 주는 패키지 상품을 보니 70만원이 넘는다. 음... 어찌 할까?

  • 통장을 쪼개는 게 좋다고 해서 매 월 20만원 씩을 따로 모으고 있다. 10만원은 해외 여행용 통장, 10만원은 지름용 통장이다. 복직하면서 시작한 거라 아직 100만원도 못 모았다. 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여행은 물 건너 갔고, 지름용 통장은 최상급 그래픽 카드 넣은 컴퓨터 조립할 정도가 모일 때까지 모셔둘 계획이었는데 언제나와 같이 지름 신이 느닷없이 방문했다.

  • 드론 날리는 게 제한된 지역이 많은데 내가 사는 곳은 깡 시골이라 그런 것도 없고... 드론 날려서 경치를 찍으면 무척이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일단은 덮어뒀는데 며칠 알아보다가 질러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 빚이 엄청난데, 신용 등급이 1. 경제 생활을 하는 사람이 1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3위에 해당하는 신용 점수란다. 은행에 10원 한 푼 안 빌리는 것보다 연봉 이상을 빌리고 매 월 꼬박꼬박 갚는 사람의 신용 등급이 더 높은 게 현실. 직장에서 은퇴하기 전에 큰 돈 들어가는 질병이 걸릴 확률은 아무래도 낮은 편이니까, 결국 집 사려고 아둥바둥 모으거나 빚을 내게 되는데 나처럼 집 사는 걸 포기해버리면 마음도 편해지고 돈 쓸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뭐, 그렇다고 나처럼 살라고 추천은 못 하겠지만서도.

  • 일본에서는 날마다 다섯 시간씩 일본어 공부를 했고, 만날 비슷한 대화일지언정 일본인들과 일본어로 떠들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부터는 하루 한 시간도 공부를 안 하고 있는 데다 만날 한국어만 쓰니까 일본어 실력이 줄어들 수밖에. 이러면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도 좀처럼 마음 먹고 공부할 수가 없다. 역시 강제력이 작동해야... (╥_╥)

  • 아... 계속 이러고 있으면 밑도 끝도 없다. 일단 씻고 돈 벌러 가야겠다.



  • 중학교 때 IQ 때문에 엄청 맞은 적이 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멘사 테스트 대상에서 병아리 눈꼽 만큼 모자란 정도의 IQ가 나왔는데 그것 때문에 맞은 거. 반 평균이 세 번 연속으로 전교 꼴찌를 하자 담임이 음악실로 불러 모아놓고 팼더랬다. 나는 IQ가 높은데 성적이 개판이니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맞았다. 걷지도 못해서 친구들에게 끌려 갔는데 그 정도로 맞았다는 걸 아빠가 알았더라면 선생 죽였다고 뉴스에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주말에 운전하다보면 중학교 때 날 팼던 선생 ㅺ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에 대한 분노. 참을 수가 없다.

  • 앞에 아무 것도 없는데 세월아~ 네월아~ 가는 차가 있다. 뒤에서 보니 운전자가 한 손에 손전화를 들고 있다거나, 창문을 열고 건들거리고 있다면 분노는 가중된다. 갓길에 붙어 추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은 양반인 거다. 뒤에서 차가 오거나 말거나 제 갈 길 가는 7H AH 77I 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 주말에 특히나 저런 것들이 넘쳐난다. ㅽ

  • 사무실에 갔다가 퇴근하고 숙소에 와서 세탁기를 돌리고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JLPT 시험도 있으니 조금만 빌리자 싶어 한 권 빼고 여섯 권을 빌리려고 했는데 내가 집어든 책 중 한 권이 예약 도서란다. 아니, 그럼 미리 빼놓던가. 그리하여 다섯 권만 들고 왔는데 가지고 와서 보니 한 권은 이미 사서 본 적이 있는 책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굽시니스트가 그린 한·중·일 만화 시리즈나 빌려올 것을.

  • 마트에 들러 빵과 라면을 사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뒤 숙소로 돌아왔다. 빨래를 널고, 대충 정리를 하니 17시가 다 되어 가네. 일찌감치 맥주 일 잔 하고 빈둥거리다가 일찍 자야겠다. 내일은 사무실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들어가서 잠깐이라도 책 좀 보고 올까 싶다. 다음 주부터는 걸어다닐 거고.




  • 일본에 가기 전, 평택의 투 룸에 살았더랬다. 열 세 평인가, 열 여덟 평인가. 한 쪽 벽은 책장이 대신했고 그 책장에는 좋아하는 책과 피규어를 채웠다. 듀얼 모니터에 직접 조립한 컴퓨터가 있었고, 옷 방이 따로 있었다. 백령도에서 하사 1호봉 월급 받을 때 그렸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더랬다.

  • 그런 집에서 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1억 짜리 전세를 빼서, 80만원 짜리 전세를 들어갔다. 사는 곳 역시 평택에서 오사카로 달라졌다.

  • 그 때 참고 버텼더라면, 당연히 진급을 했을 거고, 오랫동안 했던 일을 여전히 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일본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은 알 수 없는 일이 되었을 터. 진급을 하지 못한 일을 생각하면 조금은 후회가 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절박했다, 저 때에는. 회사를 떠나는 게.

  • 일본에 가서 한동안은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고, 크고 작은 여러 가지가 달랐다. 여행으로 겪은 일본과 생활로 겪어야 하는 일본은 분명 달랐다.

  • 어느 정도 적응한 뒤... 일부러 울었다.

  • 거의 매일이다시피 술을 마셨지만 종류와 양이 달랐다.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맥주를 마신 날도 있었고, 나보다 10년 이상 늦게 태어난 녀석과 사케를 마신 날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 혼자 맥주를 마셨더랬다. 노트북으로 한국의 예능 방송을 보면서 말이다.방송이 슬픈 것도 아니었고, 맥주가 매운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질질 짜게 되더라. 한국에서는 '어느 회사에 다니는 누구' 라고 하는 것만으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 받을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40년을 살았다는 것도 한국과 달리 '그래서 뭐?' 로 돌아왔다. 익히 예상한 바인지라 슬프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외로움이 밀려왔다.

  • 한국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고, 오히려 그런 시간을 즐겼는데, 외국에 나갔다는 이유 때문인지 무척 힘들고 외로웠다. 그 때마다 한국 노래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울었다. 아무도 없으니까 우는 것도 내 마음이고, 다른 사람에게 이유 따위를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18개월의 일본 생활을 버티게 해준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무척이나 즐거웠지만 100% 행복한 건 아니었다. 그건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좋다 해도 힘들고 괴로운 날이 있기 마련인 거지. 아무튼... 난 혼자 맥주를 마시다 취하면 우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 한국에 와서,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술 마시면서 울었다. 일본에서와 같았다. 나 혼자였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 울었다. 이게 맨 정신에 생각해보면 궁상도, 궁상도, 이런 궁상이 없는지라 엄청 쪽 팔린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해야 뭔가 쌓인 게 풀리는 것 같다.

  • 스트레스가 심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냥저냥 살만한데? 하지만 머리와 가슴이 생각하는 건 다른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쌍팔년도 추억 여행하면서 혼자 울고 나니 조금 개운하다. 500㎖ 맥주 여덟 캔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술 받는 날 술이 없어서 못 마시는 게 영 아쉽지만 여긴 그런 곳이라고 적응했다.

  • 더더 2집과 더불어 명반이라 인정하는 이소라 6집. 중고 가격이 40만원이다. 바로 포기했다. 장가도 못 가서 내 보물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

  • 막귀라서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성능 차이를 모른다고 떠들어댔는데, 유선으로 연결하니 티가 나네. 이건 좀 더 각 잡고 쓰련다. 자야겠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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