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를 쓰려다가 멈칫! 했다. 오늘 날씨가 어땠더라?
아침에는 엄청난 안개가 꼈더랬다. 백령도에서 말도 안 되는 안개를 여러 번 봤기 때문에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이 동네 역시 운전이 위험할 정도로 안개가 낀다. 오늘부터 차를 놓고 걸어다니기로 마음 먹었는데 놀고 있는 자전거를 보니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고. 결국 자전거를 타고 갔다. 페달링을 하지 않아도 스로틀을 당기면 가는 거니까 자전거라기보다 바이크에 가깝겠지만 최고 속도가 20㎞/h도 안 되니까, 뭐.
오전에 내가 보조하는 파트에 일이 생겼다. 메인으로 해야 하는 사람이 뺀질거리며 농땡이를 피우는데다 조금 어렵거나 하면 책임에서 도망치려고 날 자꾸 앞세우는 느낌인지라 몇 번 개겼거든. 그 덕분인지 오늘은 아예 부르지도 않더라.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아니까 그랬을테지. 조금이라도 어려운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틀림없이 같이 가자고 했을 게다.
아무튼, 오전에는 할 일이 없었는데 일을 만들어서 하는 바람에 시간이 금방 갔다. 점심 시간에는 안 자려고 했는데 책 읽다보니 금방 졸리더라고. 10분 정도 자고 깼다가 다시 10분 정도 자고 그랬다.
오후에도 시간이 잘 가서 금방 퇴근 시간. 땡~ 하자마자 밥 먹으러 갔다. 회사 식당은 모든 메뉴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지만 짜장과 카레 만큼은 어떻게 안 되는 모양이다. 중국집에서 먹는 맛이 안 난다. 모두가 아는 급식의 그 짜장, 그 카레 맛이 난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나름 맛있게 잘 먹었다. (코코이치방야 카레 먹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든다. ㅠ_ㅠ)
남아서 일 좀 하다가, 최근에 차 뽑은 동료와 수다 좀 떨고. 그러다 퇴근할 때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이라서 밤에는 진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캠핑용 랜턴, 진짜 잘 샀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오전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잠깐 동안 같이 생활했던, 한~~~ 참 선배가 돌아가셨다는 글을 봤다. 아직 일흔도 안 됐는데, 폐 질환을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름은 현역일 때 들어본 적이 있지만 직접 뵌 건 옷 갈아입고 나서였다. 퉁퉁하고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 같더라. 실제로 성격도 그랬고. 그 분 동기도 같이 근무를 했었는데 머리가 다 벗겨진, 할아버지와 아저씨의 경계이 있는 분이, 머리가 하~ 얗게 샌 분에게 임마, 점마, 이 색히, 저 색히, 하면서 아웅다웅하는 걸 보니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남자들은 나이 먹어도 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고나 싶더라.
머리가 벗겨진 분은 정년 퇴직 후 임시직으로 회사에 잠시 돌아왔지만 1년만 근무하고 다시 나갔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해왔던 일과 아무 관계없는, 몸 쓰는 일을 하다가 사고로 돌아가셨다. 오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분은, 젊었을 때 말술이었다고 했다. 나이 먹고 당뇨도 있고 해서 몸 관리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나름 높은 자리까지 올랐던 분들인데, 퇴직하고 나서 좀 더 신나게 즐기면서 오래 오래 사셨음 했는데, 다들 너무 일찍 가셨다. 그런 생각을 하니 너무 안타깝다. 조문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돌아가신 분의 가족 중에 안면이 있는 분은 아무도 없고, 그저 회사 동료라고 인사 정도만 하고 와야 하겠지만, 그래도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경사라면 모른 채 할 수 있겠지만 조사잖아.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 맞대고 근무했던 분이니까 가봐야 하는 게 도리 아닐까?
그렇게 망설인 게 벌써 30분째다. 아마도... 안 가겠지. 갈 거였으면 진작에 출발했을 거다.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 편할 길 찾고 있는 거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고나 싶다.
13년 전에는 회사의 높은 지위에 있던 관리자와 갓 입사한 어리버리였는데, 지금은 망자와 타성에 젖은 아저씨가 되어버렸네. 세월이 참... 무상하다. 살아있는 동안 즐거워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내일만 가면 닷새 쉰다.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예약 완료. 비가 많이 온다니까 다른 숙박객은 없을 게 틀림없다. 분위기 봐서 나쁘지 않다 싶으면 하루 더 묵는 걸로 하고, 느긋하게 빈둥거리다 와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 같지 않은 A○○, M○○, 이 7H AH 77I 들이 빨리 뒈져야 하는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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