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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진다는 예보를 봤다. 일본에 70㎝ 이상 눈 내린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처럼,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일본에 눈이 70㎝ 넘게 내린 것도, 한국이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진 것도, 모두 실제로 있는 일이다. 이게 지구 온난화를 언급하는 시대의 날씨란 말인가?
- 먼 훗날, 핵 전쟁이 됐든, 이상 기후가 됐든, 운석에 직격 당하든, 다른 나라가 싹 다 물에 잠기고 생명체는 죄다 멸종했는데 기적 같이 한국의 일부만 멀쩡하고 희한하게도 티스토리 서버(는 한국에 있는 거 맞겠지? -ㅅ-)가 살아남아 내 일기가 온전히 살아남는다면, 그리하여 이 일기가 미래에 조선왕조실록에 버금가는 국보급 대접을 받게 된다면, 강원도도 아니고 경기도에서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꼴을 봤다는 걸 믿지 않으려 하겠지만, 이것은 실화다. 끓는 물을 공중에 뿌리면 바로 얼음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날씨인 것이다.
- 이 사람 잡을 날씨에, 차 가지고 오지 말라는 회사의 방침 덕분에 걸어 다닌다. 추운 거야 꽁꽁 싸매면 되니까 괜찮다. 60만원 넘게 주고 산 네파 패딩 입으면 어지간한 날씨에도 그냥저냥 버틸만 하고, 거기에 비니와 장갑까지 장착하면 쾌적까지는 아니어도 괘적의 수준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달리는 차들. 인도가 없어서 차도를 걸어야 하는데 수시로 대형 트럭이 다니는데다 승용차들도 미친 듯 달려댄다. 오늘 아침에는 맞은 편에서 차가 오기에 길 한 쪽으로 비켜섰는데 엿 먹으라는 건지 내 쪽으로 다가오더라. 이렇게 세상에 빚만 남기고 숨지는고나 싶었다. 반대 쪽에서 오는 차도 없는데 내 쪽으로 바~ 짝 붙어서 운전했던 은색 아반떼 7H AH 77I OF, 눈 길에 미끄러져 뒈지길 빈다.
- 오후에 창 쪽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에 날씨가 풀리는 모양이다 싶어 외부 온도를 봤더니 영하 9도다. 그래. 영하 23도에 비하면 따뜻한 편이지. ㅽ
- 다행히 룸 메이트와 같이 퇴근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걷지 않아도 됐다. 폭설이 쏟아졌을 때 눈을 치우지 않아 눈 초밥 상태로 멈춰있던 내 차. 낮에 햇볕을 쬐면서 조금 녹긴 했는데 여전히 눈 초밥이다. 차에 시동을 건 뒤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빈둥거리다가 차로 갔다. 실내 온도가 영하 15도로 나온다. ㄷㄷㄷ
- 다행히 방전되어 시동이 안 걸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너무 춥다. 20분 가까이 시동을 걸어뒀는데 냉각수 온도가 60도에 멈춰 있다. 히터를 켰더니 냉각수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 예전에 아반떼 투어링 탈 때 라지에이터가 깨진 걸 모르고 운전하다가 냉각수 한 방울 안 남은 상태로 몇 ㎞를 달린 덕분에 냉각수 온도계가 빳빳하게 고개를 든 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낮은 상태인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한참 동안 시동을 켜놨지만 냉각수 온도도 오르지 않고, 히터에서도 미지근한 바람만 나온다. 적당히 달려줘야 엔진이 달아오르면서 쌓인 눈을 녹일 수 있을텐데 딱히 갈 데도 없거니와 눈이 쌓인 상태로 빙판 길을 달리는 것도 꺼려져서 그냥 참았다. 그렇게 한참을 차 안에 머물러 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 살다 살다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이다. 지금 날씨에 비하면 2018, 2019년에 오사카에서 경험한 겨울은 그저 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일부터는 좀 풀린다는데 글 쓰고 있는 지금 기온이 영하 17도다. 대체 어디가 괜찮아진다는 거냐?
- 내일은 사무실에 나가서 적당히 빈둥거리다가 근처 마트에 가서 장 좀 보려고 한다. 고모 드릴 홍삼 액기스도 사야 하고, 겸사겸사 내가 먹고 쓸 것들도 좀 사야겠다. 이번 달에 수당 받은 건 고스란히 모셔뒀다가 컴퓨터 살 때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능할랑가? 코로나 때문에 멀리 가는 것도 안 되고, 숙소에만 처박혀 있으니 어찌저찌 절약은 하게 된다만서도.
- 아무튼... 무시무시한 추위다. 지독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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